"출혈경쟁 멈추고 싶은데"…자영업자 속끓이는 배민 'CPC 광고'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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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경쟁 멈추고 싶은데"…자영업자 속끓이는 배민 'CPC 광고' 뭐길래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2.04.27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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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게클릭' 출시…배달앱 최초 '클릭당 과금(CPC)'
광고비 출혈경쟁 부른다는 비판도
업계는 "CPC 널리 쓰이는 광고 방식일 뿐"
배달의민족 앱 이미지.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 앱 이미지.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오는 28일 광고 상품 '우리가게클릭'을 출시한다고 밝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가게클릭'은 배달앱 최초의 CPC(Cost Per Click, 클릭당 과금) 광고다. 앱의 메인화면, 검색홈, 검색결과, 카테고리 등에서 가게 노출을 확대하는 대신 가게를 클릭할 때 마다 비용이 부과된다.

서비스 이용을 원하는 업주는 월 예산과 클릭당 광고 금액을 설정하면 된다. 예산은 최소 5만원부터 최대 300만원, 클릭당 광고 금액은 최소 200원부터 최대 600원 안에서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산을 5만원으로 두고 클릭당 광고 금액을 200원으로 설정하면 총 250번 클릭이 가능하다. 상한선을 둔 예산 안에서 광고비가 차감되므로 효과적인 예산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배민의 설명이다.

이 광고 상품은 기존 배민 광고 상품인 '오픈리스트'를 이용중인 업주를 대상으로 한다. 오픈리스트란 메뉴별 카테고리 상단에 마련된 전용 영역에 랜덤으로 가게를 노출할 수 있는 서비스다. 고객이 오픈리스트 광고를 통해 주문을 할 경우 배달팁과 고객할인비용을 제외한 매출금액의 6.8%를 수수료로 부과한다.

배민은 우리가게클릭 상품에 대해 "가게를 고객에게 더 많이 노출하고 싶은 사장님을 위해 마련한 부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업체 테러에 치킨게임 될 것" VS "각자가 합리적 선택하면 될 일"

'우리가게클릭' 가게 노출 예시 이미지. 사진=우아한형제들
'우리가게클릭' 가게 노출 예시 이미지. 사진=우아한형제들

우리가게클릭의 출시 예고를 본 자영업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최근 단건배달 프로모션 종료에 따른 배달비 인상에 불만이 가시지 않은 이들에게 신종 광고 상품 출시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경쟁업체의 악의적인 클릭이다. 주문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과금이 되는 점을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곳들은 사람을 써서라도 '클릭 테러'를 할 것", "프로그램을 통해서 조작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배민은 "앱에 접속한 후 동일한 광고 노출지면의 동일 가게라면 이용자당 1회의 클릭에만 과금한다"고 밝혔다. 다만 30분 이상 앱에서 활동이 없다가 다시 접속해 동일 가게를 클릭하면 과금이 된다. 랜덤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똑같은 가게를 찾아 반복적으로 클릭하기는 어렵다는게 배민 측의 설명이다.

또 배민은 "배민 관계자의 클릭이나 사용자의 이용 형태 중 특이 케이스에는 과금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고의적으로 반복해 클릭하는 양상을 보이거나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사용하는 등의 '어뷰징'을 걸러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배달의민족 '울트라콜' 상품 설명 이미지. 사진=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 '울트라콜' 상품 설명 이미지. 사진=우아한형제들

이미 다양한 광고 상품에 가입한 자영업자를 과도한 경쟁으로 내몰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배민은 앱 내 노출과 관련된 광고 상품으로 오픈리스트, 울트라콜, 배민1, 배민포장주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배민포장주문은 무료다. 

대부분의 업주들은 오픈리스트와 울트라콜 상품을 가게 상황에 맞춰 활용하고 있다. 울트라콜 상품은 이른바 '깃발 꽂기'로, 원하는 지역에 깃발을 꽂아 가게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카테고리 상단에 자리한 오픈리스트 영역 밑에 울트라콜 가게가 뜬다. 울트라콜의 경우 주문 수에 상관없이 깃발 하나당 월 8만8000원을 지불하는 구조다. 대개 고정 광고비가 부담스러운 자영업자는 오픈리스트를, 넓은 반경에 가게를 알리고 싶은 자영업자는 울트라콜을 이용한다. 자금력이 뒷받침된다면 모두 사용한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비용 지출 여력이 큰 대형 가게가 클릭당 금액을 높게 설정하면 노출을 다 차지하게 되지 않겠냐"며 "영세 자영업자들이 낮은 금액으로 뛰어들면 분명 밀릴 것이고,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리다보면 결국 다같이 출혈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다 함께 CPC 광고에 대한 보이콧을 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배민 관계자는 금액당 노출 빈도에 대해 "우리가게클릭은 클릭당 희망 광고 금액 외 다양한 요소도 고려해 최적화된 가게를 노출한다"고 설명했다.

우리가게클릭 출시를 긍정적으로 보는 자영업자들도 있다. 대부분의 업체가 오픈리스트와 울트라콜을 사용해 가게 인지도를 끌어올릴 방법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규 고객을 유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경기 부천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우리가게클릭 가입은 강제가 아니라 선택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며 "본인이 적절한 가격을 설정해 상품을 이용해보다가 효율이 높으면 강화하고, 낮으면 그만두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배민은 "업주는 우리가게클릭이 날짜별로 몇 건씩 이뤄졌는지, 그 중 주문이 몇 건이고 매출이 얼마인지 등을 셀프서비스를 통해 모두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CPC 광고는 브랜드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예전부터 꾸준히 사용됐다"며 "우리가게클릭은 클릭당 금액의 상한선(600원)이 매우 낮은 편인데다 업계에 비해 높은 200원의 하한 금액도 클릭이 주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배달앱의 특징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치열해진 배달앱 '노출 경쟁'에 아쉬움을 내비치는 소비자도 있다. 서울 관악구에서 자취를 하며 배달앱을 자주 이용한다고 밝힌 자취생 전모(27)씨는 "노출 광고가 많아질수록 소비자는 광고 상품에 가입한 가게만 계속해서 추천 받게 되는 것 같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진짜 '맛집'을 찾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져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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