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온 러시아 원유 제재...유가 어디까지 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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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온 러시아 원유 제재...유가 어디까지 오르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3.0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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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클레이스 등 배럴당 200달러 예상...골드만삭스 유가 전망치 상향
소비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전세계 경제 위축 우려도 
미 백악관은 8일(이하 현지시간) 대러시아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와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미 백악관은 8일(이하 현지시간) 대러시아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와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조처를 내놨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주요 투자기관은 유가 전망을 상향조정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국제유가의 추가적인 상승세가 에고되는 가운데 고유가 시대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영,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EU는 가스수입 3분의2 감축키로

미 백악관은 8일(이하 현지시간) 대러시아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와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영국 정부 역시 연내 단계적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유럽연합(EU)은 미국과 영국의 결정에 동참하지는 않았으나, 대신 1년 안에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3분의 2 감축하는 계획을 내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이 지속되자, 세계 경제로부터 러시아를 고립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원유 금수 조치에 대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압력을 받아왔으나, 휘발유 가격 인상에 따른 경제 타격을 우려해 선뜻 관련 제재를 내놓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이번 조처로 미국에서도 치러야 할 비용이 있을 것"이라며 "이번 조처로 인해 휘발유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이날 고공행진을 펼쳤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 이상 급등한 129.44달러까지 뛰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133달러대까지 올라섰다.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역대 최고치인 4.173달러까지 올랐다. 이전 최고치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7월(4.114달러)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처에 따른 유가의 추가 상승세를 우려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최대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국인 러시아는 지난해 말 하루 800만배럴을 세계 시장에 수출했다. 러시아의 석유 수출의 약 60%는 유럽으로 가고, 2%는 영국, 8%는 미국으로 향한다. 중국으로 가는 비중은 약 20%다. 

모하메드 사누시 바르킨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은 "전면적인 원유 금수 조처가 내려질 경우 러시아의 공백을 메울 방법이 없을 것"이라며 "현재 700만배럴의 수출을 대체할 수 있는 역량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2022년 브렌트유 현물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98달러에서 135달러로 크게 상향조정했고, 2023년 전망치 역시 배럴당 105달러에서 115달러로 높였다. 

바클레이스는 연간 유가 전망치를 조정하지는 않았지만, 최악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스타드 에너지 또한 브렌트유 가격이 200달러대로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또한 배럴당 200달러까지, JP모건은 배럴당 185달러까지 유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의 데미안 쿠르발린 에너지연구 책임자는 "세계 에너지 공급에서 러시아의 핵심 역할을 감안할 때 세계 경제는 곧 사상최대의 에너지 공급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러한 갈등과 석유부족이 어떻게 해결될 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고유가 따른 세계 경제 회복 타격 불가피

에너지 가격의 상승세는 세계 경제 회복에도 큰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조처가 이미 40년만에 최고 인플레이션을 시험받고 있는 미 가정들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2월 물가상승률이 전월대비 8% 가까이 상승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유가는 이미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그랜트손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다이앤 스웡크는 "만일 휘발유가격이 2022년 대부분 갤런당 4달러 이상을 유지한다면 올해 가정들은 작년과 비교해 평균적으로 850달러를 더 소비할 것"이라며 "이미 지난해에도 2020년 대비 940달러 가량 더 소비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S&P글로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베스앤보비노는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 다른 소비재에 대한 지출이 줄어든다"며 "그것은 구매력에 영향을 미쳐 사람들이 더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도록 강요하고, 소비나 여행, 기타 재량적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다음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결정한다면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조지프 라보그나 나티시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정책과, 이에 따른 미국의 경기침체 위험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가 상승이 수천개의 소비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NBC뉴스는 "전세계 석유 소비량의 60%는 연료 형태지만, 나머지 40%는 마스카라부터 의료기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며 "유가 상승은 수천개의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CFRA리서치의 스튜어트 글릭먼은 "소비자들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TV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며 "자동차 가격은 더 높은 수준에 더 오래 머물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와

일부 경제학자들은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일부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 기간 수많은 가계가 저축을 늘려왔고, 지난 1월 이후에는 코로나19 사례가 급격히 감소했다"며 "기업들은 공격적으로 고용을 이어가고 있고 가족들은 오랫동안 미뤄왔던 여행 및 여가활동을 재개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최대 경제는 탄력을 받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고유가 흐름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탄탄한 체력을 회복한 세계 경제는 높은 에너지 비용의 타격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WSJ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자들은 높은 에너지 비용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렵거나, 저소득층 가정 혹은 근로자들에게는 더 큰 고통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JP모건은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로 오르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을 3% 가량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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