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시, 韓 반도체·자동차·원유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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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시, 韓 반도체·자동차·원유 타격 불가피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2.22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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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사, 러시아産 원유 공급 차질 우려
현대차그룹 루블화 가치 하락에 환차손 가능성
'의존도 50%' 반도체 공정용 특수가스 수급 차질 우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욕이 우크라이나를 정조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러시아군에 "우크라이나 동부의 평화를 유지하라"고 명령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공화국인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도체와 정유·화학, 건설, 자동차 등 국내 주요 산업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반도체의 핵심 원료인 특수가스의 대표적 공급처다.

한국은 네온 등 반도체 공정용 특수가스의 50% 정도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또한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도 전체 수입물량의 24%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정유사도 러시아산 원유를 공급받고 있고, 현대차와 기아는 현지법인을 통해 러시아에서 영업 중이다. DL이앤씨와 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사들도 러시아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정유·화학 직격탄

전쟁 발발 등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될 수록 국내 정유·화학 부문 피해가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정유사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은 전체 5.5% 수준이다. 전쟁으로 러시아산 원유 비중을 중동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등 서방 진영에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수출 금지 제재를 할 경우 이 보다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러시아는 글로벌 원유생산량의 12.6%, 천연가스 16.6%를 담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 물량을 유럽으로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이 가동되고 있다. 실제 우크라이나 사태가 불거진 직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찍을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원유 재고에 1억5000만 배럴 이상의 영향을 줄 수 있고 극단적인 상황까지 간다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Oil,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주요 정유사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석유화학 기업도 주요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나프타는 원유를 증류할 때 나오는 탄화수소 혼합물로 플라스틱의 기초원료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 대부분은 나프타 필요물량의 80% 정도를 외국에서 수입한다.

전체 수입 물량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4%로 전쟁으로 나프타 수입이 어려워지면 석유화학 기업은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나프타 공급처를 중동 등으로 변경할 경우 역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군의 우크라이나 이동을 명령하는 서류에 사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특수가스 절반은 러시아·우크라이나産 

반도체 분야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선 네온, 아르곤, 제논 등 특수가스가 필요하다. 한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필요 물량의 약 50%를 수입하고 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경우 반도체 특수가스 원료인 네온, 아르곤, 제논 가스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의존도는 약 50%(양국 합산) 수준으로 원재료 수급이 이슈가 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는 생산 차질에 따른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겠다"고 판단했다.

다만 극단적인 가정을 할 경우 비메모리,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IT 전방산업의 생산 계획이 낮아져 반도체 외 IT 부품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기전자(IT) 업종의 경우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이 주요 IT 장치 공급 제한으로 이어지며 업종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봤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전반적으로 업종내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권 아래 놓인다.

현대차그룹 덮친 제2의 크림반도 우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해 있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을 당시 현대차와 기아는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으로 영업이익에 타격을 입었다. 크림반도 사태가 발발하자 서방 선진국들은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를 가했다. 이 영향으로 루블화 가치가 급락했고, 현대차와 기아는 손실을 떠 안았다. 2014년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7조5500억원으로 2010년 이후 4년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원화로 환산한 이익률이 떨어진 탓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현재 연간 19만대 가량이 러시아에서 판매되고 있다”며 “(전쟁으로)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면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그러나 2014년 크림반도 사태 당시보다는 전체 판매량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어 환차손의 영향이 당시보다는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떨고 있는 DL이앤씨와 삼성엔지니어링

러시아와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국내 건설업계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는 지난해 12월 러시아에서 약 1조6000억원(11억7000만 유로) 규모의 초대형 가스화학 플랜트 프로젝트(발틱 콤플렉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지난9일 에탄올을 분해해 에틸렌을 얻는 설비인 에탄크래커의 설계 및 조달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프로젝트 규모는 약 1조3000억원(10억 유로)에 달한다. 전쟁아 발발하면 수주 현장 작업이 지연될 수 밖에 없고 향후 추가적 수주도 안갯속을 걷게 된다.  

철강, 비철금속 업종도 안심할 수 없다. 2014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대립할 당시 니켈 등 주요 광물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러시아는 세계 알루미늄 생산의 13%, 니켈 생산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관련 비철금속의 공급차질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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