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사업②] 지도자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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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사업②] 지도자의 조건
  • 박범준
  • 승인 2017.06.13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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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준=농촌전문가] 좋은 씨앗이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씨앗은 결과가 좋지 못하다. 마을지도자는 씨앗이다. 좋은 마을지도자는 농촌 마을을 좋게 성장 발전시키고, 나쁜 마을지도자는 농촌 마을을 나쁘게 만든다.

전국적으로 성공한 농촌 마을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좋은 마을지도자가 있다. 반대로 각종 마을 사업을 하다가 주민들 간에 갈등과 대립으로 망해버린 농촌 마을의 경우에는 사심이 많고 이기적인 나쁜 마을지도자가 있다.

만약 “좋은 마을지도자가 우리 마을에 없다면, 우리 마을은 발전할 수 없는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답은 “안타깝지만 그렇다.”

“그렇다면 우리 마을은 영영 가망성이 없다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훌륭한 마을지도자는 타고나기도 하지만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마을 주민들이 모두 합심해서 노력한다면 좋은 지도자를 외부에서 데려올 수도 있다. 아무튼 좋은 마을지도자가 씨앗이고 중심이다.”

농촌 마을의 성장 발전은 좋은 마을지도자의 발굴에서부터 시작된다.

 

살기 좋은 농촌 마을

 

우리 마을의 발전을 위하여 좋은 씨앗, 즉 좋은 마을지도자는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인가? 또 나쁜 지도자는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인가?

일단 좋은 마을지도자와 나쁜 마을지도자를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 마을이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할 때, 무엇이 어떻게 발전하기를 바라는 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야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마을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좋은 마을지도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마을이 살기 좋아진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된다는 것일까? 마을 회관이 새로 지어지면, 살기 좋아지는 것인가?. 꽃길을 가꾸고, 마을 담장에 그림을 그리면 살기 좋은 마을이 되는 것일까? 마을에 체험박물관이 들어서면 살기 좋은 마을이 되는 것인가?

아니! 살기 좋은 마을이라는 게 마을에서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살기 좋은 마을인건지, 1년에 한 두 번 마을에 들를까 말까한 공무원, 전문가, 도시민의 입장에서 살기 좋은 마을인건지 그것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겠다.

마을 주민의 입장에서 살기 좋은 마을이란 어떤 것일까? 마을 주민 각자의 처지에 따라 생각하는 것이 다 다르겠지만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근심 걱정이 없으면 살기 좋은 것 아냐?“라고 반문하는 할아버지의 말을 통해 답을 얻고자 한다.

마을 주민들의 근심 걱정을 하나하나 알아보고, 이러한 근심 걱정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것이 살기 좋은 우리 마을을 만드는 것이고, 이러한 근심걱정을 해결하는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 좋은 마을지도자라고 생각해본다.

“다른 거는 다 필요 없고,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았으면 좋겠네.”

“자식들 다 결혼시켰으니 큰 거 바라지는 않고, 추석, 설 명절 때 손주들 용돈이나 넉넉하게 줄 수 있을 정도면 좋겠네.”

“아프지 말고 죽으면 좋겠네”

“우리 마을도 다른 마을 사람들처럼 1년에 한 두번은 바깥바람도 쐬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그러면 좋겠네”

“옆에 동네처럼 우리 마을도 한 달에 한 번 의사들이 찾아와서 검사도 해주고 처방도 해주고 그러면 좋겠네"

“손 발도 못쓰는 노인네들을 위하여 삼시 새끼라도 누가 챙겨주면 좋겠네”

“요즘 보니까 다른 마을들은 겁나게 발전하던데 우리 마을도 좀 확확 변하면 않될까?” 

 

경청과 존중의 민주적인 자세 태도

 

농촌 마을에는 할 일이 참으로 많습니다. 농촌 주민 각자가 살기에도 힘이 듭니다. 노동력은 태부족이고, 농사도 한 두가지가 아니고, 농자재 구매며 생산관리며, 판로를 알아보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끄뜩하면 교육을 받으러 오라고 하고, 여기 저기 작목반이며 영농조합법인에서도 회의한다고 오라고 하고, 의례 회의하고 나면 술 한 잔하게 되고, 그러면 일은 또 뒤로 밀리고......

농촌 마을에 젊은 사람은 없고, 억지로 마을 사람들의 강권에 이장을 맞게 되면 마을의 주요 현안이 이장에게 집중된다.

이장이 되서 책임감을 갖고 마을 일에 매달리면, 마을 사람들은 좋아하지만 집사람이 벌컥벌컥 화를 낸다. 반대로 억지로 떠밀려서 이장이 됐지만 마을 일에 소홀하면 마을 사람들이 손가락질 한다. “그럴바에는 애초에 이장을 맡지를 말지”

대개 농촌 마을에서 좋은 마을지도자가 할 일은 참으로 많다. 앞에서 나열한 것은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마을 주민, 특히 나이가 많으시고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 각자의 개인적인 요구까지도 마을지도자가 해결해야하는 경우가 다반사니까.

그러면 성공한 마을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좋은 지도자들이 어떻게 해결했을까?

우선 좋은 지도자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리고 농촌 마을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마을 발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힘을 합한다. 최초에는 3명도 좋고 5명도 좋다. 제도적으로는 마을 부녀회장님이나 총무님등과 의견을 교환하고 힘을 합한다.

마을 발전의 필요에 동감하는 마을주민이 3명에서 5명이 모이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서로 의견을 교환한다. 의논하는 내용은 마을 회의에서 논의된 것도 있고, 각자가 느끼는 마을 현안도 있다. 혹은 다른 마을의 발전 사례에 대한 것도 있고, 행정 돌아가는 이야기도 좋다. 주1회 아니면 격주 1회 정기적인 모임이 진전되면 좀 더 짜임새 있는 모임으로 발전하게 된다.

모임의 주제를 좀 더 명확하게 하고, 주제토의가 끝나면 결론이 난다. ‘누가 언제까지 어떻게 하자.’라고

좋은 지도자는 주제토의를 함에 있어서,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허심탄회하게말할 수 있도록 발언권을 골고루 준다. 만약 한 두사람이 발언권을 독점하면 모임은 오래가지 못하고 흐지부지 된다. 아울러 설혹 모임이 지속되더라도 구성원의 힘이 하나로 모여지기란 불가능해 진다.

좋은 지도자가 갖추어야할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민주적인 자세와 태도이다.

모임의 규모에 상관없이 민주적인 자세와 태도는 사람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가장 중요한 것이다.

좋은 지도자의 민주적인 자세와 태도는 마을 회의에서 어떠한 결정을 내렸을 때, 마을 주민들 각자에 맞는 역할을 주고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 그리고 마을 주민 대다수는 민주적으로 결정 난 사항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설혹 이의를 제기한다하더라도 그것은 매우 미미한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믿음

 

좋은 지도자에게 있어서 민주적인 자세와 태도와 함께 마을 주민들 다수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농촌 마을에서 주민들로부터 믿음을 얻는다는 것은 일반 사회생활에서 믿음을 얻는 것과 결코 다르지 않다.

“저 사람은 확실히 믿을 수 있어. 내가 100% 보증 하지. 만약 잘못되면 내가 책임진다. 책임 져” 이런 사람도 있고

“글쎄 저 사람은 도통 알 수가 없단 말이야. 믿음이 않가. 믿음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믿음을 얻는 다는 것은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다. 특히 농촌 마을을 성장 발전시키겠다고 할 때, 마을 지도자가 마을 주민들로부터 믿음을 얻고 있으면 마을 주민과 힘을 합쳐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능히 헤쳐 나갈 것이고, 믿음을 얻지 못한 채, 의심을 사고 있으면 마을 주민들이 흔쾌히 힘을 모아주지 않아서 쉬운 일도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있다.

그렇다면 그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언행일치가 되어야 한다. 말한 것에 대해서, 약속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

“한 번 뱉은 말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반드시 지킨다”는 자세와 태도는 주변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들은 대개 근면하고 성실하다.

 

투명한 돈 관리

 

최근 20여년간 농촌 사회도 황금만능주의에 의해 공동체 문화가 많이 훼손되었다. 무원칙하고 눈 먼 돈이 횡횡하면서, 돈과 관련하여 사고도 많이 일어나고, 돈 문제로 서로를 불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실적으로 농촌 마을을 성장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마을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부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그러면 불가피하게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애초에는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막상 목돈이 마을 통장(이장 통장)으로 입금되면, 그 때부터 마을 주민들은 온 통 통장에 입금된 돈에 관심이 집중된다.

“혹시라도 이장이 혼자서 어찌어찌하는게 아닐까?”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걷우지 않는다.

이장에 호의적이지 않은 마을주민들은 “엊그저께 장날 이장이 누구누구하고 술을 먹던데 혹시 그 돈으로 먹은게 아닐까?”라고 의심하기도 하고.......

정부지원 사업을 추진하다가 마을 주민들끼리 치고 박고를 떠나서 법정에 까지 간 경우는 비일비재하고, 심한경우 마을 사업을 추진하다가 자살한 경우도 왕왕있다.

좋은 마을지도자는 말썽도 많고, 탈도 많은 돈을 어떻게 관리할까? 좋은 마을지도자는 제도적으로 돈을 투명하게 관리하여 주민들의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한다. 돈을 관리하는 책임자를 별도로 두거나, 매월 일정금액의 비용을 지불하고 세무사나 회계책임자를 고용하여 돈으로 인하여 불미스런 사고가 터지지 않게 조처한다.

그리고 마을 회의를 통해 마을 주민 모두에게 정기적으로 활동보고와 함께 회계 보고를 하여 마을 주민들의 궁금증을 미리 해소해 준다.

 

목표와 사명감

 

성공하는 농촌 마을의 좋은 지도자들은 앞서 민주적인 자세와 태도속에 경청과 남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고, 근면 성실한 자세와 약속을 잘 지킴으로 해서 주민들로부터 믿음을 얻고 있다. 아울러 농촌 마을을 발전시킴에 있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돈의 관리를 철저히 투명하게 한다.

여기에 덧붙여서 좋은 지도자들은 공동체문화인 농촌 문화를 뼈 속까지 이해하고 있고, 농촌 마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농촌 마을에 대한 애정과 함께 농촌 마을을 지탱시켜온 나이 드신 마을 어르신에 대해서도 존경심과 함께 책임감을 갖는다.

좋은 지도자들은 농촌 마을을 성장 발전시킴에 있어서 항상 목표의식을 갖는다. 올해의 목표, 상반기 하반기 목표, 그리고 이달의 목표를 정한다. 목표를 정하고 나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인지를 정한다. 구체적인 일이 결정되면, 누가 일을 맡을 것인지? 그리고 언제까지 할 것인지?를 꼼꼼히 따진다.

최종적으로 결정되고 나면, 좋은 지도자는 사람들을 수시로 격려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의 진척정도를 점검한다.

좋은 지도자의 목표 의식과 꼼꼼하게 점검하는 자세와 태도는 우리 마을이 진심으로 잘살기를 바라는 사명감에서 나오는 것이고, 이러한 자세와 태도는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진전이 있게 마련이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마을 주민들은 우리 마을이 조금씩 살기 좋은 마을로 변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좋은 지도자의 사명의식, 즉 ‘우리마을을 기필코 살기좋은 마을로 만들고 말겠다’는 의지는 중간중간 아무리 힘든 일이 발생해도 능히 어려움을 이겨내는 원천적인 힘이 된다.

불굴의 의지와 열정은 좋은 지도자 뿐만아니라,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지닌 공통점의 하나다. 그리고 설혹 좋은 지도자가 힘들어 할때는 대개의 경우 그 측근에 있는 사람들이 격려하고 거들며 어려움을 같이 해쳐나간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좋은 지도자는 좋은 사람들로 둘러 쌓여 있어야 한다. 씨앗이 혼자 있으면 말라서 싹을 틔울 수 없듯이, 아무리 좋은 지도자도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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