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석유 재벌 로비에 트럼프, 파리협정 탈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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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석유 재벌 로비에 트럼프, 파리협정 탈퇴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06.0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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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광산 의원들도 지역구 주민 의식해 기후협약 반대

 

시커먼 굴뚝 연가기 올라가고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 내리는 장면이 나오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멘트가 흘러 나왔다. 이는 2008년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이어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 존 맥케인 상원의원의 선거광고였다. 공화당은 부시 정부 때까지만 해도 지구온난화를 경고했다.

하지만 2017년에 취임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달랐다. 그는 지구온난화가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리고 맥케인 후보 때의 공화당 공약을 뒤집고,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국제협약인 파리협정을 탈퇴했다.

미국 공화당이 인류에 의한 기후 변화가 가짜라고 결론짓는 배경에는 정치 자금과 지지층의 스토리가 깔려 있다. 오바마 시절의 민주당 자만으로 인한 정치적 갈등의 골이 지난 9년간 커졌고, 그 결과 타협과 조정의 기능이 실종됐다.

공화당 전략가들은 대부분의 공화당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사기로 보지는 않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논쟁은 미국 정치의 양극화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맥케인은 대통령에 출마할 때 그의 정적인 오바마보다 더 강력하게 지구온난화에 대한 신뢰를 주었고,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와 지구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상관관계를 설명했다. 마이애미의 주기적인 홍수, 미국 남서부지역의 가뭄, 스키장의 강설량 감소등 미국인 일상의 변화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이런 과학적 컨센서스가 미국인들을 끌어 들이기에 적절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일본의 보수 정부들도 기후변화 협약에 동의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피리 협정 탈퇴를 결정할 때 상원의 다수당 지도자, 하원의장, 그리고 많은 공화당 리더들이 합창하다시피 트럼프를 지지했다.

 

▲ 코흐 형제. Charles and David Koch /위키피디아

 

이러한 정책 변경은 그들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생겨난 것은 아니다. 공화당 의원들은 화석연료 산업가들이 주의 깊게 만든 논리에 의해 움직였다. 그 중심에는 하루 60만 배럴의 원유를 정제하는 회사의 소유자이자 4천마일의 파이프라인을 가동하는 코흐 형제(Charles D. and David H. Koch)가 있다.

찰스 코흐는 지난해 경제전문잡지 포천지와의 인터뷰에서 “기후 변화를 지연시키려 하는 정부의 정책이 미국인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킨다”면서 “이런 노력들이 미래의 지구 온도와 기후를 거의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화석연료, 특히 석탄 가격을 올리는 정책로 인해 손해를 볼 유권자들을 의식하게 됐고, 지도부도 이를 따르게 되었다. 켄터키주의 상원의원 미치 맥코널(Mitch McConnell)도 지역구의 석탄광산에 민감하다. 와이오밍주의 존 배러쏘(John Barrasso) 상원의원도 석탄 주생산지의 입장을 대변하는 환경 및 공공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참모진들은 지구온난화 이론에 반대하거나 의심하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트럼프도 지난주 파리 협약 탈퇴를 선언할 때 코흐의 주장을 활용해 “파리 합의가 수백만개의 미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기후 변화에 아무런 결과도 가져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장관인 렉스 틸러슨도 석유 재벌인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백악관 이외에도 라마 스미스(Lamar Smith, 텍사스) 하원 과학위원회 위원장도 지구 온난롸에 관한 과학자들의 주장에 대해 “과장되고, 개인적 견해이며, 의문점 많은 예언”이라고 비난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다음 선거에서 낙선할 가능성을 의식해 '구속력 없는'(non-binding) 조건으로 기후 변화 협약을 따를 것을 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 나홀로 기후협약을 따르자고 주장하지는 못하는 처지다. 정치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에 공화당내 온건파도 분위기와 여건이 될 때까지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플로리다 울신의 하원의원 카를로스 쿠르벨로(Carlos Curbelo)는 “플로리다 주민의 40%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흐 형제들은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연방정부 예산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예산을 배정하는 것을 반대한다. 코흐 가문은 여당인 공화당의 재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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