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실효성 논란]① 재계 "ESG 경영 공시 단일·간소화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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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공시, 실효성 논란]① 재계 "ESG 경영 공시 단일·간소화 돼야"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1.30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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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투표제 도입 공기업 등 9곳 불과... 지표의 실효성 논란
학계・글로벌IB, 소수주주권 보호엔 주총일 분산 등 효과적
환경정보공시, ESG 공시, 지배구조보고서 따로 작성 부담. 단일화ㆍ간소화 필요
ESG 경영시대를 맞아 관련 공시가 강화되는 가운데 재계는 제도 간소화와 단일화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는 기업에 불확실성의 시대, 새로운 성공 전략을 요구했고, '성장중심' 경영에서 '지속가능' 경영으로 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를 해치는 의사결정(Governance)을 해서는 안 된다’는 ESG가 화두로 떠올랐다. ESG는 지속가능 경영 성과를 비교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공통의 지표이며, 기업 간 비교를 통해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활용된다. 불확실성에 대한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는 'ESG 경영', 우리 재계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국내 주요 상장사들은 ESG 관련 공시 강화 추세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재계는 ESG 공시 관련 제도의 간편화와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고, 학계 등 일각에서는 주총 집중일 분산 등 다른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반면 주요 상장사들이 집중투표제 등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지배구조 개선을 여전히 기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계속된다. 

ESG 채택 현황은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공개한 의무공시 대상인 코스피 상장사 175곳(비금융)이 낸 2021년 지배구조 보고서 점검 결과를 보면 이사회 부문에서 경영권과 직접 관련된 항목의 준수율이 낮았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거래소가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한 사항으로 지정한 10가지 핵심원칙 채택 여부를 공시하는 보고서로 핵심원칙은 15가지 핵심지표로 구성되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의무공시 대상이다. 

이사회 부문 평가항목은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 마련 및 운영 ▲내부 통제 정책 마련 및 운영 ▲이사회 의장과 대표 분리 ▲집중투표제 채택 ▲자격 미달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립 여부 ▲6년 초과 장기 재직 사외이사 부존재다. 

집중투표제 채택은 5.1%에 그쳐 2020년(5.8%)보다 뒷걸음질쳤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다수의 이사를 뽑을 때 주주에게 1주당 1표가 아니라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소액주주들이 선호하는 후보에 표를 몰아주면 선출 가능성이 커져 기업들이 도입을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한 상장사(30.3%)는 열 중 셋 꼴로 전년보다 개선되지 않았다.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마련한 곳은 28%에 그쳤다. 내부통제정책 마련 준수율(88%)은 전년(94.7%)보다 되레 감소했다.

반면 여성이사 선임 비율은 44.6%로 전년(24.6%)보다 상승했다. 지난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법인에 대해 여성 등기임원 선임을 의무화한 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의 여성 참여 강화는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적격임원 선임방지정책 수립(71.4%), 6년 이상 장기재직 사외이사 미보유(92.6%)도 전년보다 늘어났다.

주주권리 부문에서는 배당정책 수립 준수율이 46.3%로 17.6%포인트 증가했다. 그만큼 배당 예측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주총 4주전 소집 공고’를 지킨 곳은 28.6%로 지난해(17%)보다는 늘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전자투표 실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42.7%에서 72%로 큰폭 높아졌다. 반면 서면투표는 11.7%에서 8.6%로 낮아졌다.

감사 부문을 보면, 감사위원 보수정책을 보유한 곳은 9.1%에 그쳤다. 내부감사기구 전담 지원조직 설치(53.7%)는 제자리 걸음했다. 반면 법적인 규제를 받는 감사위원회 전원 사외이사 구성(84%)의 준수율은 높았다.

거래소는 "지배구조 보고서 공시 의무화가 지배구조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수율은 기업이 공시한 내용만을 토대로 산출한 수치로, 실질은 따지지 않아 지배구조의 질적 수준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집중투표제 채택률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퇴보한 집중투표제, 왜

지배구조 관련 이사회 평가 항목에서 눈에 띄는 건 집중투표제 채택이다. 집중투표제는 3년 연속 채택률 최하위 지표다. 집중투표제의 최근 3년간 모두 채택률 5% 내외 다른 지표의 평균 채택률이 65% 수준임을 감안할 때 큰 격차를 보인다. 지난해 집중투표제 채택률은 5.1%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강원랜드, 대우조선해양, 포스코, KT, KT&G, SK텔레콤 등으로 상당수가 공기업이다. 이 중 순수 민간기업으로는 SK텔레콤이 눈에 띈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기업들이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꼽은 채택하지 않는 이유는 ▲경영 안정성 저하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경영권 방어의 어려움이다. 경영권 보호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집중투표제 채택은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소수주주권 보호에는 집중투표제보다 주총 집중일 분산 등의 방안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집중투표제는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갈라파고스식 규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ESG 공시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기업들의 채택(도입)률이 낮거나 하락 추세인 '주주총회 4주 전에 소집공고 실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비상시 선임정책 포함) 마련 및 운영' 등은 핵심지표 유지 여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주총 소집공고의 경우 상법에서는 2주 전 소집공고를 하도록 돼 있는데, 4주 전 소집공고는 지나치게 일찍 공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IB은행 관계자는 "글로벌투자자 시각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여부는 크게 중요치 않다"면서 "전자투표제 도입, 주총일 분산 등 소수주주 참여율 제고방안 강구가 보다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재계는 ESG 관련 공시 부담 가중을 호소하며 제도 간소화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 "ESG 공시 부담 가중, 단일화·간소화 필요"

재계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의무공시 이외 올해부터 ESG 공시 의무화, 2025년부터 환경정보공시 도입 등 ESG 관련 공시에 부담감이 늘어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미국 사례 등을 볼 때 공시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자율적인 틀을 정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이어 "예정대로라면 기업들이 ESG와 관련한 공시보고서 세 권을 내야 한다"며 "기업의 ESG 경영전략은 짜임새 있게 구성돼야 효과가 있는데 이 경우 체계적인 ESG 전략 수립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만 해도 두께가 100페이 가량 되는데 이런 공시보고서 작성에 상당한 행정적 비용과 부담이 우려된다"면서 "체계적인 ESG 경영전략 수립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공시 제도의 간소화와 단일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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