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는 이란…로하니 연임, 우리 기업에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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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뜨는 이란…로하니 연임, 우리 기업에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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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2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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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영 KOTRA 테헤란 무역관 과장

 

<박재영 KOTRA 테헤란 무역관 과장>

 

2017년 5월 19일 제12대 이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경제제재로 인한 실질적 효과가 없었다는 비난 여론과 현 행정부의 성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일각의 우려가 컸음에도 최종 이란 대통령에 로하니 대통령이 57.1%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다. 투표 당일 날 이란 시민은 공식 투표시간이 종료되었음에도 길게 줄을 서서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 하였고, 결국 세 차례 투표시간이 연장될 만큼 그 열기는 어느 대선 때보다 뜨거웠다. 이번 이란 대통령 선거는 이란 국민에게 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선거였다. 2016년 1월 16일 핵 협상 합의, 7월 14일 경제제재 해제 성과를 이뤄낸 로하니 대통령과 이에 맞선 보수파 단일 후보 라이시 후보자 사이의 경쟁이 선거 전날까지 치열했고, 한 치 앞 예상이 어려웠다. 공개 토론회에서 양측은 이란 역사상 굵직한 두 사건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으며 날 선 공방이 오가기도 하였다.

 

서방에서는 이란이 매우 폐쇄적인 나라이자 언론의 자유 또는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는 나라로 인식된다. 하지만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정치에 있어서 이란 국민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선거 당일 날부터 많은 이란 국민이 투표권을 행사하기도 하였지만, 삼삼오오 모여 이란의 미래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를 추켜세웠다. 투표가 종료되는 시간까지 공원 또는 집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으며 자동차를 타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의 색깔 풍선을 매달고 경적을 울리는 사람도 많았다. 재밌는 이야기는 이란 국민은 대통령 투표 전날부터 자동차를 타고 밤까지 경적을 울린다고 한다. 이유는 정치에 대한 의사 또는 감정 표출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치 의사 표출은 선거 전날부터 약 3일간 지속됐다.

 

사실 이번 이란 대통령 선거 결과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2016년에는 그동안 경제제재를 받아 왔던 나라가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이란 현지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 많이 연출되었다.

핵 협상 합의 이후 많은 각국 정상과 사절단이 이란을 방문했다. 우리나라 또한 그중 한 나라였다. 호텔 객실 예약조차 어려웠으며 수많은 외국인이 테헤란 시내에 보였고 이란 기업과의 미팅을 주선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 시기가 다가오자 점점 열기가 잦아들었고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각국 기업은 이란 진출 전략 수정 또는 보류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이런 와중에 온건개혁 성향의 로하니 대통령 연임은 다시 한번 이란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1차 집권 시기 동안 서방과의 대화 및 협상을 통해 외국인 투자 유치와 실업률 안정 등 정책으로 자국 산업 발전을 이루는 데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제재해제 이후 실제 외국인 투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유치되지 않았고, 이란 경제가 정상궤도에 올라가기를 희망하는 국민에게 적잖은 실망감을 안겨준 것 또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선거 결과에서 볼 수 있듯 로하니 대통령이 최초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보다 득표율은 약 6% 이상 상승하였다. 이는 이란 국민 대부분이 다시 한번 로하니 대통령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으며 폐쇄적 방향보다 변화와 개혁을 염원하는 국민이 많아졌음을 시사한다. 선거 결과를 발판으로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한 로하니 대통령은 연임 기간 이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 성과를 창출해내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후보자 당시 공약을 살펴보면 기존 경제·무역 시행 및 강화, 가계 구매력 증대, 투자 및 사업환경 개선, 국영기업 민영화 확대, 관광산업 분야 촉진 및 외환시장 안정화이다. 이는 기존 로하니 행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정책 일관성은 대내외 불확실성 해소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로 하여금 이란 진출을 다시 추진할 밑바탕을 제공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이란 정부의 정책 변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존 거래처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관계 확장에 집중해야 할 것이며 이란과의 거래가 없었던 기업은 시장자료나 보고서 등을 통해 이란 진출 초석을 다져야 할 것이다.

사실 이란 기업과 거래하는 많은 기업이 직면하는 애로사항은 Primary 제재로 인한 달러결제 불가 등 금융문제도 있겠지만, 이란 사람 즉, 이란 문화이다.

이란인은 페르시아 상인의 후손들로 상인 기질을 매우 타고났다. 흥정 및 협상에서 시간적 구애를 받지 않으며 상대방을 지치게 만드는 경향도 많다. 이러다 보니 인사성과 붙임성 좋은 이란인과 최초 협상 시 무엇이든 잘 성사될 것 같은 장밋빛 미래를 그리다가 일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점점 미궁 속을 헤매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사실 이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란은 우리나라와 같이 기업 신용도를 평가하는 기관이나 이를 관리하는 담당 부처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란 또한 주식시장이 있어 기업 경영공시를 한다곤 하지만 재무제표나 기업 재무 관련 수치가 과연 정확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확답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현상 또한 당연하게도 10여 년간 경제제재를 받았으니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체계를 자연스레 갖추지 못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다보니 보고서를 바탕으로 진출 여부를 타진하는 우리 기업은 특히 유럽기업에 비해 지정학적 불리함에 더해 이란 진출이 늦거나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유럽 기업 또한 확실한 정보 또는 자료원을 갖고 이란 진출을 결정한다고 볼 수 없다. 유럽 기업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리적으로 이란과 가깝기 때문에 현지 방문이 용이하고 이를 바탕으로 불확실한 보고서나 자료보다 거래처와 협상 또는 실사 등을 통한 구체적인 검증 방식을 택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아무런 정보 없이 무턱대고 현지 방문을 추진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경영기법 중 하나인 ‘7:3의 법칙’과 ‘백문이불여일견‘ 고사 성어를 빌려보자면 성공적인 이란 진출을 위해서는 40% 정보를 바탕으로 현지 방문을 하고 실제 이란 기업과 미팅 또는 현지 실사를 하는 것이 개인적으론 현지에 적합한 좋은 방안이라 생각한다. 아무런 비용이나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그저 이란과 성공적 거래를 성사시키고자 한다면 사과나무 밑에서 사과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모양새가 아닐까?

 

역설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 기업에든 유럽 기업에든 이런 이란 시장 조건은 동일하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시피 이란은 유럽산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란 문화 중에는 의리 문화도 있다.

과거 경제제재로 말미암아 이란 현지 시장에서 유럽 기업은 점포정리하다시피 철수하였지만, 우리 기업은 끝까지 남아 이란과의 거래를 유지하였다. 이 때문에 이란 국민이나 기업인에게 한국은 유럽이나 일본 못지않은 좋은 나라로 인식되며 우리나라 제품에 프리미엄 또한 존재한다.

이런 상황과 로하니 대통령 연임을 바탕으로 우리 기업이 이란 진출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면 미래 결실 또한 좋을 것이라 예상한다. 다만,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미국의 대이란 정책,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에 대한 발언 등이 걱정되겠지만, 현재 시점에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사항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현재까지 핵합의 파기 또는 스냅백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단독으로 핵합의 파기나 다시 대이란 경제제재 재개는 쉽지 않다. 이미 많은 유럽기업이 이란과 교역에 적극적이며 물밑에서는 협상과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로하니 대통령은 서방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핵합의 유지 또는 완성에 주력할 것이므로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이란 진출을 모색하는 우리 기업은 대외 변수를 주시하되 적극적인 진출 전략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안개 속을 걷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이란과의 교역이라고 하지만, 이런 불확실성은 실제로 현지에서 경험하고 확인한다면 충분히 제거할 수 있다. 스마트시대라 해서 스마트 기계 및 체계가 우리에게 훨씬 익숙하겠지만 때로는 우리네 정을 느낄 수 있는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직접 보고 샀을 때 훨씬 물건을 잘 샀다는 경험이 있지 않은가? 이란이 바로 그런 나라이다.

 

▲ 투표하려고 줄 서 있는 이란 시민들.(왼쪽) / 투표를 마친 후. (오른쪽) /코트라 테헤란 무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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