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현대重 6000억원대 통상임금 패소, 경영에 얼마나 부담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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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현대重 6000억원대 통상임금 패소, 경영에 얼마나 부담될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1.12.20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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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코로나19 여파 속 안정적 재무제표
우호적 경영 환경 속 매출 및 이익 증가 기대
이중임금제 등 근본적 해결책 마련해야
현대중공업이 통상임금 소송전에서 사실상 패소하면서 경영상 부담이 가중될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꼬리'(6000억원대 통상임금 패소)가 '몸통'(현대중공업그룹)을 흔들 수 있을까.

현대중공업이 6000억원대 통상임금 소송전에서 패소했다. 대법원은 지난 16일 6000억원대 통상임금 지급으로 경영상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며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적용해 현대중공업 편에 섰던 원심을 깨고 "신의칙을 들어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며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중공업은 재판 과정에서 임금협상 당시에는 상여금 등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전제에 노사가 합의했고, 이렇게 합의된 임금을 받아놓고 다시 그 전제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로 인해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진다면 신의칙, 즉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민법의 대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노조 추산 4000억원대, 회사 추산 6000억원대 통상임금을 지급하더라도 현대중공업 경영에 심대한 위기가 올 것으로 보지 않았다. 6000억원대 통상임금 지급발(發) 경영위기를 두고 현대중공업과 대법원의 시각이 엇갈린다. 현대중공업이 발표한 재무제표를 근거로 재무상태를 살펴봤다. 

현대중공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 2년여 간 현금창출 능력은 떨어졌지만 투자 규모를 늘리는 행보를 걸었다. 사진=연합뉴스

현금창출 능력 떨어지는데 투자 늘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규모 기업집단 중 9위 그룹으로 총자산 64조원, 매출 39조원 규모의 회사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현대중공업, 현대오일뱅크,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등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인수를 완료했고, 대우조선해양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 정유화학, 전기전자, 건설장비 사업으로 구성돼 있으며 사업 다각화를 통한 위험분산으로 우수한 사업안정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0년 말 주요 계열사 합산기준 부채비율은 140.5%, 차입금의존도는 35.8%다.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17조3137억원이며 이 중 순차입금은 10조4709억원이다. 순차입금은 특정일에 모든 차입금이 동시에 만기된 경우 가용 현금과 현금성자산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만 사용해 모든 차입금을 갚을 수 있는 지 판단하는 지표로, 유동자산 대비 차입금 규모가 과다한지 여부를 따지는데 도움이 된다. 경쟁사인 삼성중공업의 순차입 규모는 2019년 2조5546억원에서 2020년 2조9370억원으로 증가했다. 

순차입금이 음수면 회사가 차입금이 적고 현금이 더 많음을 의미하고 순차입금이 양수면 유동자산보다 차입금이 더 많다는 의미다. 다만 조선이나 정유화학과 같이 대규모 고정 자산에 투자해야 하는 산업군의 경우 순차입금이 너무 적다면 회사가 차입금 부족으로 장기 성장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EVITA(에비타·상각전영업이익)의 경우 2019년 2조399억원에서 지난해 6648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EVITA는 법인세와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을 뜻하는 지표로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창출 능력을 보여준다. 

김봉환 나이스신용평가원 책임연구원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재무안정성 지표는 양호한 편"이라면서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그룹의 EVITA 창출규모가 감소한 가운데 정유화학부문 케펙스(CAPEX)가 크게 증가하면서 그룹 순차입금은 3조원 증가했다. 여기에 올해 조선부문 수익성 저하와 운전자금 부담 확대, 정유화학부문 투자 지속 및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확보 등으로 그룹의 차입부담 확대는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우호적인 경영환경 속에 현대중공업의 경영 성과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진=연합뉴스

그래서 통상임금 지급→경영위기?

현대중공업은 최근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엔진이 실적을 이끌고 조선이 선가 협상을 주도하는 형국이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2023년까지 조선과 해양, 엔진 합산 현대중공업의 수주액은 평균 162억달러로 추정하는 동시에 향후 연매출 12조원 체제로 복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강재가격 인상분을 선반영한 충당금의 환입 가능성을 배제해도 내년 1380억원의 영업흑자가 전망된다"면서 "올 3분기 입증된 엔진부문의 이익창출 능력은 내년에 부각될 것으로 보이며 올해 해양 수주분 매출인식은 내년 2분기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중공업은 내년 메탄올·암모니아·가스연료추진선 등 톱-티어 발주처들의 대체연료 채택 파트너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생산량 기준 대·중형 엔진부문 1위 기업으로 글로벌 선사 머스크로부터 세계 최초 1만5000TEU급 메탄올추진선을 수준하는 등 조선과 엔진부문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엔진사업부문은 2022~2023년 평균 2조6000억원 수주가 예상된다. 

김 연구원은 "본격적인 실적 턴어라운드는 내년 4분기부터로 예상하며 올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3조원을 보유한 튼튼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16일 대법원은 현대중공업 노사가 9년여간 이어온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사진=연합뉴스

근본적 해결책, 이중임금 개편해야

현대중공업과 노사가 9년여 간 벌여온 통상임금 소송의 쟁점은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를 따지는 게 아니었다. 특이하게도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이란 사실을 현대중공업 측도 인정하고 진행한 소송이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3대 요건을 갖춘 급여는 통상임금이라고 정의했다. 소송전에서 다룬 상여금은 대법원이 정의한 3대 요건을 모두 충족한 통상임금이다. 

현대중공업은 비록 3대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노사 합의로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고 ▲회사 경영을 심각하게 저해할 위험이 있을 경우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근거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내세웠다. 노사합의가 되면 분쟁이 발생할 이유가 없고, 회사가 망하면 노동자도 일자리를 잃게 되니 서로가 '윈-윈'하는 선택을 했다면 신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노조의 주장은 신뢰를 깬다는 주장이다.

지난 16일 대법원이 내린 판단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근로자가 근로의 대가로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을 주는 것은 당연하고, 그 액수가 크다고 해도 회사가 망할 정도는 아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의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이번 소송은 기존의 연공서열형 기본급 체계에 반발한 MZ세대 중심의 문제 제기로 촉발됐다. 그 이면에는 '이중임금' 제도가 있다. 이중임금의 사전적 의미는 '노사 합의에 따라 향후 입사 인력에게는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의 임금에 비해 낮은 초임을 적용하기로 하는 임금지급 방식'이다. 다시 말해 어느 기점을 기준으로 신입의 임금기준이 기존 재직자와 달라지는 걸 말한다. 

이중임금이 생긴 근본적 이유는 '인건비 절감'이다. 인건비 절감은 어떤 산업군에서도 필요하지만 노동집약적인 조선, 석유화학 등 장치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중임금은 ▲임금 절차공정성과 배분공정성의 훼손 ▲신입의 노동 투입노력의 양적, 질적 저하 ▲신입들의 상대적 박탈감 ▲노노갈등의 발생 ▲단협이 지속될 수록 하향평준화라는 부작용을 안고 있다.

특히 이중임금은 상대적으로 고임금인 기존노동자와 신입노동자 사이 노노갈등으로 번질 개연성이 크고, 이중임금 해결은 단협사항에 계속 오르내릴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이중임금 해결 이슈에 매몰돼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본급 상승, 복지 개선 등 요구가 회사의 실적 상승에도 묵살될 가능성이 커진다. 

2013년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 후 많은 기업들은 임금체계를 개편하거나 노사 간 끈질기게 대화하며 접점을 찾아갔다. 반면 제대로 대비책을 강구하지 못한 기업은 통상임금 관련 소송으로 비화했다. 

현대중공업은 대법원 판결 직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당사 입장과 차이가 있어 판결문을 받으면 면밀히 검토해 파기환송심에서 충분히 소명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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