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포스코케미칼·GM 배터리 연대…현대차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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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포스코케미칼·GM 배터리 연대…현대차의 선택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1.12.03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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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케미칼-GM 배터리 내재화 동맹
테슬라·폴크스바겐 등 배터리 내재화 잰걸음
정의선 회장, 국내 배터리 3사와 협업에 방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배터리 내재화와 관련해 국내 배터리 3사와 협업에 방점을 찍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포스코그룹의 화학·에너지 소재 계열사 포스코케미칼과 글로벌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배터리 내재화를 위해 손을 잡았다. 양사는 합작사를 만들어 전기차용 2차전지(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현지 생산하기로 했다. 

배터리 내재화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이미 테슬라와 폴크스바겐이 전기차용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GM도 포스코케미칼과 연계해 배터리 내재화를 향한 신호탄을 쐈다. 특히 포스코케미칼과 GM은 이번 합작을 통해 '소재→배터리 제작사→완성차'로 이어지던 기존 질서를 깨고 '소재→완성차'로 변화를 꿰하고 있어 앞으로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포스코케미칼-GM 맞손

포스코케미칼은 2일 GM과 양극재 합작사를 설립해 북미에서 대규모 생산 공장을 건립한다고 밝혔다. 합작법인은 2024년부터 니켈 비중이 80% 이상인 하이니켈 양극재를 생산해 GM의 전기차 배터리를 전담 생산하는 '얼티엄셀스'에 공급할 계획이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에서 40%를 차지하는 소재다. 자세한 투자 규모와 신설 공장 위치는 추후에 공개될 예정이지만 포스코케미칼이 약 3000억 원을 투자해 GM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합작은 양사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전기차 확대 추세에 GM은 공급망을 다각화해 원가 절감을 추진해 왔다. 포스코케미칼은 미국 1위 자동차 회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해 대규모 국외 투자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인 채 북미 시장 공략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030년까지 미국 판매 신차 중 50%를 전기차로 대체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것도 한 몫했다. 배터리 업계는 포스코케미칼과 GM의 합작공장이 연간 3만톤(약 1조원어치)의 양극재 생산 능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0kwh 용량 전기차 20만대에 쓸 수 있는 분량이다. 

일론 머스크(가운데) 테슬라 회장은 테슬라가 배터리 내재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현금 부자' 테슬라·폴크스바겐, 배터리 내재화 속도 

"배터리 셀 연구는 가능하지만 생산은 배터리 업체가 맡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22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전기차 내재화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경쟁사들이 앞다퉈 배터리 내재화 횡보를 이어가는 것과 상반된다. 현대차그룹은 왜 배터리 내재화에 소극적일까.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현금 유동성이다. 각 사의 올 3분기 제무재표를 보면 테슬라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60억 달러(약 18조8700억 원), 폴크스바겐은 408억 달러(약 48조2000억 원), GM은 173억 달러(약 20조 원)다. 반면 현대차의 분기보고서(연결기준)에 따르면 올 3분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2조7000억 원 수준이다. 테슬라와 폴크스바겐, GM 등 현대차의 경쟁사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데다 뚜렷한 배터리 기업이 없는 소속 국가의 적극적인 배터리 내재화 전략 속에 배터리 자체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상 1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는데 3조 원이 투입된다. 폴크스바겐은 2030년까지 40GWh 규모의 공장 6곳을 유럽에 짓겠다고 밝혔다.이 경우 72조의 투자금이 필요하다. 폴크스바겐 입장에서도 재무적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테슬라 역시 2030년까지 300GWh 규모의 공장을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계획이 현실화 될 경우 테슬라는 연간 1억2000만대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 케파(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폴크스바겐 또한 연 960만대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두 회사 모두 수직계열화를 통해 10년 이내 자사의 배터리 수요를 대부분 직접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크지 않은 사업성에 망설이는 현대차

배터리 내재화의 사업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현대차그룹이 망설이는 이유다.
 
매년 현금을 벌어들이니 무리해서 배터리 내재화에 나설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배터리 공장 수율이다. 자본집약적인 배터리 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투입한 자금 대비 수율이 나오지 않으면 막대한 재무적 부담만 가중할 뿐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5년 전 세계 15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전망이다. 2030년에는 약 300만대의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국외 시장조시기간 EV볼륨즈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 세계에서 17만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현재보다 수요는 10~30배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고려해 현대차가 배터리를 직접 생산할 경우 2025년까지 38GWh, 2030년에는 75GWh의 배터리 생산공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GWh당 대략 4만여대에 납품할 것으로 예상해 측정한 결과다. 현대차가 2025년을 목표로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면 약 12조원, 2030년까지 약 21조원이 필요하다. 

막대한 자금과 함께 배터리 연구개발 인력과 생산인력 그리고 수율 등에서 글로벌 선두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 및 SK이노베이션과 기술 격차도 감안해야 한다. 여러 측면을 고려할 때 현대차가 직접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해서 거둘 실익이 크지 않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은 7월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을 찾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회동하고 협업 관계를 공고히 했다. 사진=연합뉴스

SK·LG 핵심 전략 사업과 경쟁 부담

배터리 사업은 국내 재계서열 3위와 4위인 SK와 LG의 미래 먹거리 사업이다. 현대차그룹이 직접 배터리 생산에 나설 경우 SK 및 LG와 대척점에 설 수 밖에 없다. 앞서 LG와 SK가 SK이노베이션의 LG에너지솔루션 영업비밀 침해를 두고 한치의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인 전례를 감안할 때 현대차그룹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을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글로벌 최고 수준의 생산력과 기술력을 자랑하는 안정적인 납품사 2곳을 모두 잃게 되는 것도 현대차그룹 편에선 부담이다. 

정의선 회장은 이런 유로 일관되게 배터리 내재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와 공고한 협력관계 ▲배터리 제조 관련 기술의 진입장벽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천문학적 투자 ▲배터리 화재 리스크 등을 이유로 꼽았다. 

실제로 정의선 회장은 직접 국내 배터리 3사 총수들과 잇달아 만나 협력관계를 다지고 생산 현장과 신기술 개발 현황을 직접 살피는 등 내재화보다 국내 배터리 '3총사'와 협업을 강조했다. 정의선 회장은 5월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데 이어 6월22일 LG화학 오창공장을 찾아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7월7일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을 방문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각각 만났다. 당시 회동에서 정의선 회장은 전기차 시장 세계 3위 등극 목표를 위해 안정적 배터리 공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회장의 이런 기조는 굳건한 것으로 보인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은 지난해 열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자간담회에서 "자체적인 배터리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배터리 내재화 가능성은 낮다"며 "국내 배터리 3사와 계속해서 협업해 나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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