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는 남성 “우리도 꾸미고 싶어요”…뷰티업계 ‘그루밍족’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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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하는 남성 “우리도 꾸미고 싶어요”…뷰티업계 ‘그루밍족’ 잡아라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8.27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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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남성 뷰티시장 규모 1조 돌파 ‘상승세’
CJ올리브영, 2019년→2021년 남성 구매액 28%↑
뷰티업계, 남성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론칭
‘K-팝’·‘SNS 강화’ 영향 “해외선 이미 자리잡아”
한국 최초의 젠더리스 색조 브랜드 ‘라카(LAKA)’는 남성도 볼터치와 네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모델을 통해 풀어냈다. 사진제공=라카 인스타그램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남자 뷰티 크리에이터 A씨는 유튜브를 통해 여드름 관리, 제모제 추천 등과 함께 현실적인 데일리 남자 메이크업이나 초보를 위한 메이크업 팁을 전수한다.

특히 ‘남자 관리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영상은 8월 말 기준 조회수 120만여 회, 댓글 4만1000여 개가 달렸다. 해당 채널의 구독자 수는 33만여 명이다. 

2030 젊은 남성들이 뷰티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맨스 뷰티’, ‘화섹남’, ‘그루밍족’ ‘메트로섹슈얼’ 등 자신을 가꾸는 남성들을 일컫는 용어도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뷰티업계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점점 커져가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남성 뷰티 시장 규모는 약 1조4000억 원을 돌파했다. 2018년 약 1조2800억 원에서 1200억 원 이상 성장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뷰티 시장규모가 10조원을 넘긴 것에 비하면 크지 않은 비중이지만, 뷰티업계는 젊은 층의 남성 수요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보고 이들을 위한 다양한 제품과 마케팅을 내놓고 있다. 

CJ올리브영은 모델로 샤이니 키, 소녀시대 태연을 섭외했다. 사진제공=CJ올리브영

국내 1위 H&B 스토어 CJ올리브영에 따르면 남성 소비자 구매액이 2019년부터 2021년 1분기(1~3월)까지 연평균 28% 증가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남성 구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5% 늘었다. 스킨케어(63%)와 선케어(45%), 바디 세정류(35%) 순이다. 

특히 피부 관리에 관심을 갖는 남성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기능성과 전문성을 내세운 제품이 각광 받고 있다. 성별을 구분하지 않던 젠더리스(Gender-less) 브랜드가 남성 라인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시장을 견인했던 올인원 제품은 높아진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미백과 진정, 각질 관리 등 기능별로 세분화되고 있다.

기초 화장품뿐 아니라 메이크업 쿠션, 컬러 립밤 등 남성 전용 색조 화장품도 늘었다. 실제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남성용 화장품 2위에 색상이 있는 립밤 제품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최근에는 남성들도 피부 고민이나 필요에 맞게 화장품을 구매하려는 트렌드가 두드러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는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 1981~2000년대생) 남성을 중심으로 ‘꾸미는 것도 자기관리의 일종이다’는 인식이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남자가 화장을 한다는 것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패션과 미용에 대한 투자가 소비 트렌드가 됐다. 

특히 눈썹 문신, 여름철 다리털 제거, 수염 레이저 제모 등 케어부터 파운데이션, 립틴트, 아이브로우 펜슬, 옅은 색의 아이섀도 등 색조 화장품까지 맨즈 뷰티에 대한 반경도 넓다. 한국 최초의 젠더리스 색조 브랜드 ‘라카(LAKA)’는 남성도 볼터치와 네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모델을 통해 풀어냈다. 

아모레퍼시픽의 남성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비레디'는 전속 모델로 2030세대 남성들에게 인기있는 래퍼 쌈디를 모델로 선정했다.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은 이런 추세에 맞춰 남성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비레디’를 선보였다. 남성 피부에 맞는 쿠션 파운데이션, 컬러 립밤 등이 주력 제품이다. 상반기(1~6월)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46% 늘었으며, 올리브영을 통한 오프라인 매출은 무려 379%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K팝의 부상과 더불어 활발해진 SNS 활동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BTS, 엑소(EXO), 샤이니 등 글로벌 아이돌의 무대 위 메이크업 모습이나 평상시에 쉽게 사용하는 화장품들이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해소시켰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SNS를 통해 추천 아이템, 추천 유튜버, 꿀팁 등을 공유한다.

주요 화장품 업체 외에 로드샵, 패션 쇼핑몰도 맨즈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잇츠한불의 맨즈 코스메틱 브랜드 ‘퀘파쏘(Que Paso)’는 올해 초 신규 론칭했다. 아이템들은 ‘쉐이빙 겸용 폼클렌저’, ‘매너 스프레이’, ‘남성 청결제’ 총 3종이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달 남성 뷰티 PB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 코스메틱 컬렉션’을 선보였다. 20~30대를 겨냥했으며, 클렌징폼, 남성 청결제, 섬유향수 등 스킨케어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이미 젠더리스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인 뷰티 트렌드가 되고 있다”며 “중국이나 미국의 경우에는 한국보다 훨씬 남성 화장품 시장에 대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글로벌 흐름에 맞춰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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