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매출 3배 늘었다…부동의 1위 ‘배민’ 따라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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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 매출 3배 늘었다…부동의 1위 ‘배민’ 따라 잡을까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8.12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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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2Q 매출 5조 돌파…쿠팡이츠 급성장
쿠팡이츠, 15분 내 생필품 배달에 업계 ‘긴장’
식자재 B2B 서비스도 실시, 배민과 경쟁 심화

2년만에 점유율 3위 됐지만 배민엔 역부족
쿠팡이츠마트 확장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 필수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쿠팡의 올해 2분기(4~6월) 성적표가 나온 가운데,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의 무서운 성장세가 공개됐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매출이 3배 이상 늘어난 것. 직접적인 매출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배달의민족(배민)과 무려 9년이나 차이나는 후발주자임에도 배민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쿠팡이츠, 실탄 확보하고 퀵커머스 진출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은 올해 2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71% 증가한 44억7800만달러(약 5조1811억원)를 기록했다고 12일 공시했다. 쿠팡 분기 매출이 5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신선식품 분야 ‘로켓프레시’와 함께 배달 분야 ‘쿠팡이츠’의 성장이 이번 호실적을 견인했다. 

쿠팡 측은 쿠팡이츠의 성장세에 “‘플라이휠’(flywheel)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라이휠 효과란 초기엔 투자 등으로 적자를 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가 모여 판매자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다시 규모가 커지면 고정비용이 낮아져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는 선순환을 말하는 것으로, 아마존의 장기 성장 전략이다.

쿠팡은 지난 4월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배달 수요에 대응하고자 쿠팡이츠 사업을 분사해 자회사 ‘쿠팡이츠 서비스’를 출범했다. 이후 별도 법인 출범 한 달 만에 자본금을 20억 원에서 70억 원으로 약 3.5배가량 확대했다.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모회사 쿠팡으로부터 자금을 수혈한 것이다.  

이미 쿠팡이츠는 ‘단건 배달’ 서비스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서울 배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배달 격전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 등에서 배민을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는 이야기도 돈다. 2019년 5월 국내 배달 시장의 문을 두드리며 비교적 늦게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성장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지난 달에는 배민의 독주 영역이었던 ‘퀵커머스(Quick Commerce·즉시 배송)’ 분야에도 발을 디뎠다. 퀵커머스란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면 최대 1시간, 최소 15분 만에 배송지로 상품을 배송해주는 즉시배송 서비스다. 현재 서울 송파구 일부 지역에서 퀵커머스 ‘쿠팡이츠 마트’ 시범 운영을 하고 있으며, 쿠팡의 그간 사업 확장 방식을 고려하면 빠른 시일 내에 다른 지역으로 뻗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이츠 마트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속도’다. 배민의 퀵커머스인 ‘B마트’도 빠른 속도이긴 하지만 보통 생필품 주문 후 물건을 받아보기까지 40분 정도가 소요됐다. 편의점 업계는 B마트 등장에 긴장하면서도 위기감을 크게 느끼지는 않았다. 

하지만 15분 만에 도착하는 쿠팡이츠 마트 서비스는 충분히 위협적이다. 이른바 ‘슬세권’(슬리퍼+세권, 슬리퍼처럼 편한 복장으로 갈 수 있는 생활권역) 편의점을 대체할 만한 속도기 때문이다. 

쿠팡이츠는 15분 내 배송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라이더들을 직고용해 도심형 물류 거점 MFC(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에 상주 시킨다. 30여명의 직고용 라이더 인건비와 MFC 월세 등 고정비만 월 3억 원이 나가지만 ‘계획된 적자’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왼쪽부터)음식점 식자재를 납품하는 B2B 플랫폼 '쿠팡이츠딜', '배민상회'. 사진제공=각 사

최근에는 음식점 식자재를 납품하는 B2B 플랫폼 ‘쿠팡이츠딜’도 개시했다. 쿠팡이츠딜은 쿠팡이츠에 입점한 업체들 중 평점이 높고 배송이 빠른 ‘치탈배달’ 음식점을 대상으로 상대로 채소, 고기, 우유 등의 로켓프레시 식재료를 저렴하게 납품한다. 재고가 많이 남아 있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은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식자재 유통 사업 역시 이미 배민이 '배민상회'라는 이름으로 진출해 있는 시장이다. 2017년 4월 출범해 배달 비품부터 육류, 농수산물 등 식재료까지 가게 운영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식재료 1만개, 비품 5000개 등 총 1만5000여가지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쿠팡보다 약 5000여 가지가 많지만 식재료 가짓수는 동일한 수준이다.

배민 ‘1위’자리 공고, 추가 투자 여부에 성패 달려

다만 아직 배달 앱 시장에서 배민의 위치는 공고하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시장점유율은 15% 정도인 반면, 배민은 65% 이상으로 4배가 넘는다. 절반이 훌쩍 넘는 시장점유율을 배민이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2위 요기요나 3위 쿠팡이츠가 이를 뺏어오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배민은 최근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에 맞서기 위해 최근 ‘배민1(배민one)’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쿠팡이츠와 같은 전략인 ‘한 번에 한 집 배달’ 서비스로, 사실상 쿠팡이츠와의 전면전을 알린 셈이다. 

단건 배달의 시초인 쿠팡이츠가 빠르게 세를 키우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업계 1위 배민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전략을 사용하면서 아직 배민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쿠팡이츠에서 배민1으로 다시 넘어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마디로 쿠팡이츠 만의 차별화가 약화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3일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민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5월 1973만명에서 6월 2019만명으로 ‘2000만명’ 고지를 넘어선 반면 쿠팡이츠는 전달(550만명) 대비 24만명 감소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 4단계와 7월 폭염으로 배달 수요가 폭증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또한 쿠팡이츠마트의 확장을 위해서는 추가 투자가 필수다. 현재 송파구 일대에 한 개의 MFC만 해도 고정비 3억원이 소요되는데, B마트와 같이 30여개의 MFC를 확충할 경우 연간 1080억 원의 매몰 비용이 든다. 쿠팡은 올해에만 80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를 모두 쿠팡이츠에 투자할 수도 없는 셈이다. 결국 끝이 보이는 투자 공세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다른 플랫폼에 갖는 충성도보다 배달 시장에 갖는 충성도가 현저히 낮아 (플랫폼은) 투자한 만큼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이미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한 편”이라며 “결국 신사업을 모색하거나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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