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위안부로서 상처입은 분들께 사죄·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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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위안부로서 상처입은 분들께 사죄·반성“
  • 오피니언뉴스
  • 승인 2015.12.2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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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軍위안부 문제' 최종타결…재단설립, 日정부 10억엔 출연
▲ 꽁꽁 얼어붙은 소녀의 손 위로 3살 윤하의 고사리 같은 자그마한 손이 살포시 겹쳐졌다. 아내와 세 살짜리 딸 이윤하양과 함께 소녀상을 찾은 이동환씨는 28일 "연휴를 맞아 대전에서 서울로 가족 여행을 왔다"며 "아직 어리지만 윤하가 우리나라 역사를 좀 더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역사 관련 장소들을 방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녀상의 손을 놓은 이양은 소녀상 옆에 놓인 꽃다발과 꽃신에도 관심을 보이며 손을 뻗었다가 이내 "너무 춥다"고 말하며 엄마에게 달려가 안겼다. /연합뉴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에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극적으로 타결지었다. 한일간 해묵은 과제이자 '난제중의 난제'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인정했으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총리대신 자격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핵심쟁점이었던 일본 정부의 법적책임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표현을 사용해 법적책임인지, 도의적 책임인지 명확히 하지 않았다.

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을 한국 정부가 설립하고, 재단에 일본측에서 10억엔을 출연하기로 했다.

기시다 외상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은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외상은 또 "아베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 총리대신으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한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물론, 아베 총리가 총리대신 자격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병세 장관은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한국 정부가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거출해 양국 정부가 협력해 위안부 분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윤병세 외교장관(오른쪽)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2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소녀상 적절히 이전되는 것으로 안다“

기시다 일본 외무상은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 "적절히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는 윤병세 외교장관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협상을 타결한 뒤 일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기시다는 또 한일간의 합의 사항인 재단 설립 방안에 대해 "배상은 아니다"며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치유하기 위한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한 간의 재산 청구권에 대한 법적 입장(배상 문제는 최종 종결됐다는 것)은 과거와 아무런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재단에 10억 엔(약 97억 원)을 출자하기로 한 것이 법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기시다는 "이번 합의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했다"며 "종지부를 찍은 것"이라고 평가한 뒤 "역사적이고 획기적인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한관계는 미래지향의 새 시대로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합의에 의해 일한, 일미한의 안보 협력도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북아 지역 안보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 나라의 국익에도 이바지 할 뿐 아니라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시다는 이어 한국이 군위안부 관련 자료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따르겠다’, ‘못따르겠다’ 엇갈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나눔의 집'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 결과를 지켜본 유희남(88) 할머니는 정부 뜻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할머니는 이날 회담 결과에 대해 "저희는 정부의 뜻만 보고 정부가 법적으로 해결할 것만 기다리고 있었다"며 "정부에서 기왕에 나서서 올해 안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애쓴 것 생각하니 정부에 하신대로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유 할머니는 그러나 "우리가 살아온 지난 날을 생각하면 지금 돈이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인간으로서 권리를 갖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만족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8) 할머니는 협상 타결 내용에 대해 "전부 무시하겠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 할머니는 이날 협상 결과가 발표되고서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생각하는 것이 없는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보상은 '너희가 돈 벌러 가서 불쌍하니까 조금 준다는 것'이고 배상은 누군가가 죄를 지었으니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라면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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