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유 감산협상에서 ‘멕시코가 버티는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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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원유 감산협상에서 ‘멕시코가 버티는 속내는’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0.04.12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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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0만 배럴 감산 요구에 10만 배럴 입장 고수

 

글로벌 원유 감산협상에서 멕시코가 하루 40만 배럴 감산 요구에 맞서 10만 배럴 감산 입장을 고수하면서 타결이 지연되는 실정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원유 감산협상에서 멕시코가 하루 40만 배럴 감산 요구에 맞서 10만 배럴 감산 입장을 고수하면서 타결이 지연되는 실정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합의가 멕시코라는 복병을 만나 타결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산유국 협상이 사흘째 지속되는 가운데 11일(현지시간) 논의는 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멕시코의 양자 협상으로 진행됐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사우디가 멕시코에 더 많은 감산을 요구하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타결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앞서 OPEC+(석유수출국기구인 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는 지난 9일 화상회의를 열고 5∼6월 하루 1000만 배럴의 감산에 잠정 합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급감한 원유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이전 협상에서 대립했던 사우디와 러시아도 합의점을 찾았지만 멕시코가 느닷없이 변수로 떠올랐다. 하루 40만 배럴의 감산을 요구받은 멕시코는 10만 배럴 이상의 감산은 힘들다며 동참을 거부했고 화상회의에서 퇴장했다.

다른 22개국의 동참에도 멕시코의 거부로 최종 합의가 결렬되자 미국이 개입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멕시코가 요구받은 감산 할당량을 대신 떠안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멕시코는 원하는 대로 10만 배럴만 감산하고 미국이 멕시코 대신 25만 배럴을 추가 감산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멕시코의 합의에 따라 OPEC+ 협상 타결이 임박해 보였지만 10일 주요 20개국(G20) 에너지 장관 회의에서 재개된 협상에서도 끝내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멕시코 변수 외에 다른 쟁점이 있긴 했지만, 주로 사우디와 멕시코가 충돌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일부 다른 국가들은 그냥 넘어가길 원했으나 사우디는 멕시코가 스스로 더 감산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사우디의 유가 전쟁 전운으로 국제 유가가 급락한 것은 멕시코에도 치명적이었다.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두 악재 속에 30% 이상 급락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달 초 사우디와 러시아를 향해 "인류를 향한 책임감은 어디로 갔느냐"고 준엄하게 꾸짖으며 감산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다.

멕시코가 자국의 감산엔 단호한 것에는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멕시코 국영석유회사 페멕스(PEMEX)는 이미 생산시설 노후화 등으로 줄곧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빚더미에 오른 상태다.

지난 2018년 12월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페멕스 회생'을 역점 과제 중 하나로 삼고, 현재 일 170만 배럴가량인 생산량을 2024년까지 25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40만 배럴 감산은 오르라도르 대통령의 목적 달성을 어렵게 만든다.

아르투로 에레라 멕시코 재무장관은 최근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보험이 싸진 않았다"며 "그러나 지금과 같은 때를 위한 것이었다. 정부 재정은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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