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900선 위태...글로벌경제, 성장 잃고 부양책 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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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1900선 위태...글로벌경제, 성장 잃고 부양책 얻을까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3.11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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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4년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 12만명 ‘눈앞’
글로벌경기침체 우려 고조...각국 경기부양책 모멘텀 형성 '위안'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2.8% 급락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2.8% 급락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코스피가 1900선까지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충격 강도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공포가 확대된 탓이다. 게다가 코로나19는 여전히 전세계로 번져나가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유럽 등 주요국에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시화될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4.66포인트(2.78%) 내린 1908.27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16년 2월 17일(1883.94) 이후 약 4년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날보다 2.74포인트(0.14%) 오른 1965.67에서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장 초반 하락 전환한 뒤 낙폭을 키워 나갔다. 오후 2시 39분엔 1898.27을 기록, 19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코스피가 장중 1900선 아래로 내려간 건 지난해 8월 6일(장중 1891.81)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 코로나19 확산세 지속…위험자산 기피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7006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며 5거래일 연속 ‘팔자’ 기조를 보였다. 이달 들어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4조6542억원에 달한다. 같은 시각 기관 또한 4645억원을 팔아치웠다. 개인만 1조816억원을 순매수했다.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한국‧중국 등 아시아국가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시장은 이들 국가의 실물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유럽으로 코로나19 감염사태가 본격화하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1만912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6일(10만330명) 이후 나흘 만에 2만여 명이 늘어난 셈이다. 특히 미국을 비롯해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의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를 키웠다. 당분간 글로벌 경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확대될 수밖에 없고 시장의 ‘몸 사리기’도 계속될 전망이다.

급락한 국제유가 또한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0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3.23달러(10.4%) 상승한 34.3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24.6% 폭락에 대한 낙폭을 일부 되돌렸다. 다만 지난달 28일(44.76달러)과 비교하면 23.2%나 하락한 수준이다.

◆ 글로벌증시 하락장 본격화 우려도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 증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늘어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미국 뉴욕증시가 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지난 19일 고점(3393.52)을 기록한 이후 14일 만인 지난 9일 장중 2734.43까지 떨어졌다. 하락률만 보면 19.4%에 달한다. ‘베어 마켓(Bear Market‧하락장)’의 기준점으로 여겨지는 20% 조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글로벌증시가 다시 한 번 연쇄 급락세를 맞닥뜨릴 수 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실제 경기 침체 여부와 상관없이 투자자들은 주가가 고점 대비 20% 이상 조정을 받으면 강세장이 종료되고 약세장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며 “장기 강세장의 추세 전환은 대부분 경기 침체 여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 시장이 이것을 걱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국내증시에 대한 전망도 암운이 드리웠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증시의 동반 급락과 국제유가 하락, 교역활동 부진 등의 변화는 올해 국내증시 전망을 바꾸는 요인”이라며 “특히 대외 교역 환경의 영향을 받는 한국 경제는 금융 불안, 저물가 위험에 쉽게 노출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디밸류에이션(Devaluation‧가치 절하)을 반영해야 한다”며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가동하면 코스피 하락 충격을 제한할 수 있겠지만 당분간 지수는 낮은 수준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된 이후 주요국의 경기 부양책이 강력하게 단행될 경우 글로벌 경기 둔화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중국 등 주요국이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뿐 아니라 세금 인하, 정책 자금 지원 등 재정정책도 속속 진행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 경우 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도 사그라질 수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초 국내증시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서 일보 후퇴가 불가피하다”면서도 “성장은 잃었지만 정책을 얻었다는 점에서 과도한 비관보다는 인내하고 관망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특히 “올 2분기 초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세가 진정되고 정책 대응이 맞물릴 경우 성장 둔화는 단기간에 최소화될 것”이라며 “이후 증시가 브이(V)자 회복 패턴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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