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금싸라기 땅도 판다" Vs. 강성부펀드 "재무개선노력 여전히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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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회장"금싸라기 땅도 판다" Vs. 강성부펀드 "재무개선노력 여전히 부족"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2.06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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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 경영권 수호 안간힘...
송현동 옛 美대사관저 부지 매각 추진
왕상레저개발도 매각 결정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대한항공은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 KAL 빌딩에서 이사회를 열고 올해 경영계획 및 지난해 경영실적, 경영개선안 등을 논의했다.

이사회는 이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옛 미 대사관저 부지였던 서울 종로구 송현동 호텔부지, 왕산레저개발 매각을 결정했다. 지난해 3분기 말 922%에 육박한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에 대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등 주요주주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 따른 해답으로 보인다.

7일로 계획돼 있는 한진칼 이사회에 내놓을 조 회장의 새로운 카드도 관심 있게 지켜볼 부분이다. 

지난 5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에게 지지 의사를 밝히며 조원태 회장은 한진칼 지분을 33.45% 확보해 조현아 전 부사장의 지분율 32.06%에 1.39%포인트 앞서고 있다.

지난해 한진칼 주주총회 지분 참석률은 77.18%였으며 소액 주주들이 지난 주총보다 많이 참석할 것으로 가정하면 주주총회 지분 참석률은 90%대 초반까지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경영권 이슈가 있는 주총장에 주주 참석률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참석률의 과반 지지가 필요하다.  이 경우 45%이상의 우호 지분을 확보해야  안정권에 들어 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량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나 기관 투자자들의 경영권 향방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조 회장은 약 11%의 우호 지분을, 조 전 부사장 측은 12% 정도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양측을 제외한 남은 지분은 약 35%로 이를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한진그룹의 경영권 결정에 캐스팅 보트 역할을 맡게 됐다.

4.11%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과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고 조양호 회장의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한 선례가 있어, 아직까지 표심을 예측하긴 이르다.  

소액 주주는 지난해 주총에서 지분 30.46% 중 8.2%만이 당시 조양호 회장을 지지했기 때문에 조원태 회장이 혁신안을 통해 소액 주주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이날 대한항공 이사회를 통한 매각 결정을 시작으로 7일로 예정된 한진칼 이사회에서의 배당확대, 자사주 매각 등의 주주친화책, 전문경영제도 강화안 등을 통해 여론전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 측은 5일 이번 주총에 전자투표제를 할 것을 요청했는데 이를 통해 투표에 참여하는 소액 주주들의 조원태 회장 반대를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양측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한진그룹 안팎의 분위기는 어수선한 상태다. 

우선 지난 1월 31일 조 전 부사장 및 반도건설과 한진칼 주식 32.06%에 대한 공동보유 계약 체결을 한 최대주주 KCGI는 기존 경영진의 위기 상황 인식 부족을 지적했다.

KCGI 관계자는 "지난 2018년부터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및 과도한 부채비율, 비효율적인 경영 문제의 해결을 요구했으나 의지나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며 "책임경영체제를 위한 논의의 장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KCGI 등 다수의 주주를 `외부세력`이라고 지칭하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며 조 회장 측에 대한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뒤늦게 내놓은 경영개선 방안은 진정성과 신뢰성이 없으며 자신의 지위 보전에 급급한 대책만 내놓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반대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반면 한진칼 지분 약 3.8%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 우리사주조합은 조 회장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조 회장 측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이다.

회사 내부 익명 커뮤니티에는 이번 경영권 다툼과 관련해 다수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익명의 대한항공 직원(ID:Hxxxxxx)은 `조현아는 진짜 아니다`라는 게시물에서 "조 전 부사장이 득세했던 시절을 겪었던 한사람으로 외부세력과 결탁하여 경영권을 흔드는 뉴스에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라며 "사무실에서 악을 쓰는 조현아의 소리가 다시 들리는 거 같아 소름이 끼치고 직원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 자괴감이 들어 매일 힘들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직원(ID:ixxxxxx)은 "전문경영인 도입으로 구조조정이 걱정된다. 직업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회장이 오너로 있는 편이 좋아 보인다"라며 "우한 전세기 투입 등으로 이미지 회생시키려는 찰나에 (조 전 부사장이) 찬물을 끼얹는 거 같다"라는 태도를 보였다.

댓글을 통해 간간이 조 회장에 대한 염려의 발언과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옹호의 글이 보였지만 종합해보면 상대적으로 조 회장이 직원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듯 보였다.

지분의 4.11%를 보유하고 캐스팅 보트로 주목받는 국민연금은 아직까지 확실한 의견을 내비치고 있지 않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아직 한진칼의 주주총회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기에 이 사안에 대해 논의된 바가 전혀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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