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우호지분 늘렸지만...한진 경영권, 여전히 '안갯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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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회장, 우호지분 늘렸지만...한진 경영권, 여전히 '안갯 속'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2.04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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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조양호 회장 작고 후 남매간 경영권 다툼이 첨예화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가 장남인 조원태 회장쪽으로 급선회 했다.

그러나 속단은 이르다. 양측 지분 격차가 크지 않아 캐스팅보트인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의 판단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조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4일 “대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그룹의 안정과 발전을 염한다”면서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연말 한진그룹 경영권 문제로 크게 다툰 것으로 알려진 조 회장과 그의 모친 이 고문은 지난 설 연휴 마지막날 만나 화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고문이 장남과 다툼은 있었지만, 조씨 일가가 아닌 외부 세력(KCGI, 반도건설)을 등에 업고 경영권 확보에 나 선 장녀 조 전 부사장에게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모자간 싸움은 있었지만 피가 물보다 진하듯 조씨 일가의 가업을 조씨끼리 뭉쳐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 고문과 차녀 조 전무는 조 회장을 지지하는 공동성명에서 “조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로써 조 회장이 확보한 한진그룹의 지주사격인 한진칼의 우호 지분은 이날 현재 32.68%로 올라섰다. 여기에 조씨일가 친족지분과 전문경영진들이 보유한 0.77%도 조 회장 지지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조 회장이 확보한 총 우호지분은 33.45%에 이른다. 

반면 조 회장의 누이인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날 오전까지 한진그룹의 주요주주인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와 반도건설의 지분을 우군으로 확보해 총 32.06%를 확보했었다.

조 회장은 이날 현재 조 전 부사장보다 최소 0.62%에서 최대 1.39%를 더 많이 확보했다.  수치상으로는 조 회장이 주총을 한달여 앞 둔 시점에 경영권 확보에 대한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조 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단하긴 이르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남매 이외, 주총에 참가해 의결권을 행사할 소액주주 지분이 예년 수준을 참고로 감안할 때 약 2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진그룹 지분 4.11%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판단도 변수다. 즉 조씨 일가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쥐고 있는 형국이다. 

 ◆조원태, 명분 얻고 우호 지분도 높여 

조 회장이 가족의 지지를 받으며 얻은 성과는 ‘명분’이다. 외부 세력과 결탁한 누나 조 전 부사장과 달리, 일가의 일원이자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의 후계자임을 인정받은 셈이다.

경영권 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우호 지분율도 높이게 됐다. 조 회장은 지금까지 한진칼 지분 6.52%에 정석인하학원·정석물류재단·일우재단 등의 지분 3.38%를 영향권에 두고 있었다. 이밖에 우호세력으로 델타항공(10.0%)과 카카오(1%)까지 포함하면 총 20.9%에 불과했다. 조 전 부사장 진영의 지분율이 32.06%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3월 예정된 주주총회 표 싸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한 어머니 이 고문(5.31%)과 동생 조 전무(6.47%)가 가세하면서 32.68%의 의결권을 쥐게 됐다. 주주총회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23% 정도를 더 확보하면 된다.

◆ 조 회장 재신임, 이르면 오는 7일 한진칼 이사회서 논의

이 고문과 조 전무의 조 회장 지지로 한진칼은 오는 7일 열릴 이사회에서 전문경영인 선임이 포함된 경영쇄신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 진영에서 외부 전문경영인을 선임하겠다고 밝힌 만큼, 오너 경영인(조 회장)의 연임을 다투는 것보다 경영혁신안을 내놓는 게 더 많은 주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게 되면 조 회장은 한진칼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대신 다른 임원이 대표이사를 맡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7일 한진칼 이사회에서 경영 관련 쇄신안이 나올 것”이라며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던 이 고문이 조 회장 지지로 방향을 선회한 것도 ‘외부 세력’이 지주사(한진칼) 이사회를 장악하는 모습을 차마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주말 조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등이 이 고문을 찾아 설득에 나서면서 마음을 정했다”고 전했다.

3월 주총, '캐스팅보트' 표 대결 향방은

조 회장 측과 조 전 부사장 측은 오는 12일 안팎으로 예상되는 한진칼 소액 주주 주주제안 마감시한까지 본격적인 의결권 경쟁을 벌이게 됐다. 주총에서 과반수를 차지하려면 조 회장은 10.79%, 조 전 부사장은 11.41% 정도의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지난해 주총 수준으로 소액 주주들이 내달 주총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가정할 경우, 소액 주주 지분은 20%(지난해 17.2% 참석)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주총 참가, 정족수 지분이 77.18%이었고 이 가운데 관계자 지분 46.90%를 차감해 일종의 ‘출석률’을 계산한 뒤 지난해 말 현재 소액 주주 지분율에 곱해 추산한 값이다.

이 경우 3월 주총 의결에 참가하는 지분은 86.94%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여기서 과반을 확보하려면 지분 43.47%를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다만 경영권 이슈가 있는 올해 주총에 소액 주주 참가가 늘어날 경우 주총 참석률이 늘어나면서 추가로 우호 지분을 더 끌어모아야 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이번 주총에서 적어도 45%~50%에 이르는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안정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양측은 지분 4.11%를 가진 국민연금, 지분 2% 안팎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지분율이 높은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현재 조 회장쪽으로 기운 것으로 예상되는 0.77% 정도의 한진가 친족 및 경영진의 지지를 얻기 위한 각축도 벌어질 것이다. 

아울러 지분 10%를 가진 델타항공이 중립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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