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대 수익내는 금융지주, 주가는 저평가..."순익의 90% 차지하는 이자이익 비중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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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대 수익내는 금융지주, 주가는 저평가..."순익의 90% 차지하는 이자이익 비중 때문"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2.01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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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PBR 0.37~0.48배...코스피 평균 0.91배
"높은 이자이익으로 인한 변동성도 커져"
4대금융 순익 10.8조→14.5조→15.8조...지속 증가
국회·당국 압박에 비이자이익 핵심 상품 판매 중단
4대금융 지주 본사. 왼쪽부터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사진 제공=각사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국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하자, 대표적인 저평가 주식인 금융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매년 최고치의 순이익을 경신하지만 기업가치는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다는게 금융투자업계의 평가다. 이는 지주사 순익의 90%를 차지하는 은행의 수익구조 탓이다.

은행은 수익의 대부분을 이자이익에서 가져오는데 이것이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은행에는 높은 변동성으로 작용한다. 수익의 지속가능성이 저하되면서 성장도 제한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즉 미국을 비롯한 유럽 등 주요 선진국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고 한국은행 역시 올해를 기점으로 금리 동결에서 인하로 방향전환이 예측되는 시점에서 금융지주의 실적 전망이 장밋빛 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7~0.48배다. 가장 높은 KB금융이 0.48배로 신한지주(0.44배), 하나금융(0.41배)과 우리금융(0.37배)을 앞서지만 코스피 평균 0.91배의 절반 수준이다.

통상 PBR이 0.5배보다 낮으면 초저평가주로 분류된다. PBR이 0.4배라면 회사 자산은 100억원인데 시가총액은 40억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금융사들의 순이익은 최근 고금리 상황 속에서 꾸준히 상승해왔다. 지난 2020년 10조8143억원이었던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총 순이익은 2021년 14조5177억원, 2022년 15조8506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우리금융지주의 순이익 중 95.7%는 우리은행에서 나왔다. 하나은행 역시 지주사 이익의 91%를 기여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그 비율이 62%, 64.3%였다.

4대 은행의 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90%가 넘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KB국민은행 92.2%(7조3319억원), 신한은행 92.2%(6조2563억원), 하나은행 89.2%(5조9648억원), 우리은행 91%(5조6170억원)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등 미국 4대 은행의 이자이익 기여도는 약 57%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가치평가 절하가 높은 이자이익 비율에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9월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은 해외은행보다 높은 건전성을 갖추고 있음에도 기업가치는 크게 떨어진다.

글로벌 100대 은행 중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 국내은행과 비슷한 영업모델을 가진 해외은행들의 BIS 총자기자본비율(2022년 기준)은 미국 평균 13.9%, 일본 평균 13.7%, 우리나라 15.9%였다. 반면 PBR은 미국 0.98배, 일본 0.57배, 우리나라 0.39배였다.

임형석 연구원은 ”국내 은행산업 PBR이 낮은 이유로는 수익의 지속가능성 저하, 낮은 배당성향, 은행주 보유 관련 규제에 따른 수요 제한 등이 제기된다“며 ”특히 이자이익 비중이 높아 경기순환상의 금리 변화에 당기순이익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것이 수익의 지속가능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위원장이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위원장이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금융당국과 국회는 은행 비이자이익을 외려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비이자순익의 80%가 나오는 주가연계증권(ELS) 판매를 전면 중단하도록 하면서다.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홍콩 ELS와 같은 옵션매도 구조화 상품은 PB(프라이빗뱅커)나 기관 전용으로만 팔고 은행에선 팔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은행의 ELS 판매를 아예 금지할 계획이 있나" 물었다.

김 위원장은 "ELS뿐 아니라 금융투자상품은 다 위험성이 있다. 검사 결과를 봐서 필요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어떤 창구에서 판매하는 것이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에 맞는 것인지 이번 기회에 고민해 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하나은행은 ELS 판매를 전면 중단했고 이튿날 KB국민·신한은행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우리은행은 금융소비자의 투자상품 선택권 보호 차원에서 ELS 판매를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고금리·고물가 상황 속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은행이 나눠 져야 한다는 이른바 상생금융 압박도 순익을 감소시키는 요인이다.

1일 4대 은행이 일제히 발표한 상생금융 규모는 KB국민은행 2617억원, 신한은행 1973억원, 하나은행 1994억원, 우리은행 1700억원이다. 이들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총 107만명에게 기존 납부한 이자를 현금으로 돌려줄 예정이다. 앞서 전 은행권은 올 상반기 안에 총 2조원을 상생과 동반성장에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하나금융 컨퍼런스콜에서 박종무 하나금융 부사장(CFO)은 “지난해 일반 영업이익에서 견고한 수익성을 확보했지만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며 “선제적 충당금과 비은행 관계사의 부진, 금융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상생금융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밝혔다.

지난해 하나금융의 당기순이익은 3조4516억원으로 2022년 대비 1190억원(3.3%)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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