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 마진' 비중 줄이라더니'...국회·금융당국 "은행 ELS 판매 중단"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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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 마진' 비중 줄이라더니'...국회·금융당국 "은행 ELS 판매 중단" 한 목소리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1.30 16: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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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지수 ELS 반토막..."은행에서 판매하면 안돼"
주요 은행 ELS 판매 중단..."근본 대책 아냐"
당국, '이자 장사' 질책...비이자수익 확대 당부
비이자수익 중 80%가 ELS...플러스 수익률 유지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국회와 금융당국이 은행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중단을 시사했다. 최근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와 관련한 상품에서 대거 손실이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은행들은 과도한 규제라고 맞선다. 투자 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했다고 상품 자체를 못팔게 하는 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규제 개선으로 비이자수익을 키우겠다고 공언했던 당국의 기조와도 배치되는 모양새다.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홍콩 ELS와 같은 옵션매도 구조화 상품은 PB(프라이빗뱅커)나 기관 전용으로만 팔고 은행에선 팔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기준 은행이 판매한 H지수 ELS 만기 손실액이 3121억원(손실율 53%)으로 집계된 데 따른 발언이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 역시 "혹시 은행의 ELS 판매를 아예 금지할 계획이 있나" 물었다. 

김주현 위원장은 "ELS뿐 아니라 금융투자상품은 다 위험성이 있다"며 "검사 결과를 봐서 필요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이 자리에서 "같은 고위험 상품이라고 해도 상품 구조가 심플한 것도 복잡한 것도 있다“며 ”어떤 창구에서 판매하는 것이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에 맞는 것인지 이번 기회에 고민해 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하나은행은 ELS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KB국민·신한은행 등은 30일 내부 회의를 거쳐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NH농협은 지난해 10월부터 ELS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추후 다른 파생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때도 또 다시 판매가 중단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중은행들은 불만 섞인 반응을 내놓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투자 상품은 이익이 날 수도 있고 손실이 날 수도 있다"며 "판매 가이드라인이나 방식을 보완해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해결 대신 원인을 제거하는 대책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토로했다.

그간 금융당국은 은행의 ‘이자 장사’를 비판하며 비이자수익 확대를 주문해왔다. 금융위는 지난해 7월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방안’에서 금융과 비금융 융합을 촉진하고 벤처투자, 해외진출 확대 등으로 은행권 업무의 수익원 다변화를 도모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은행의 투자자문업을 활성화해 마이데이터로 공유된 고객정보를 분석, 맞춤형 상품 추천 서비스 등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기존에는 부동산 관련 자문만 가능했지만 금융상품 자문도 가능하도록 법 개정도 추친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신탁 가능 재산 확대, 전문기관 위탁 허용 등 신탁업 혁신으로 고객 특성에 맞는 종합재산관리 서비스 출시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보도자료에서 “국내은행의 수익구조는 글로벌 은행에 비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간차이에 기반한 이자이익 중심”이라며 “국내은행들은 국내시장에만 머물고 있어 해외 비즈니스가 취약해 글로벌 경쟁력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비이자이익 확대를 주문한 금융당국이 이제와 은행 비이자수익의 주요 원천을 판매하지 말라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한규 의원은 30일 국감에서 “5대 은행 비이자수익 중 80%가 ELS에서 나온다”라며 “은행이 이자장사를 못 하면 당연히 비이자수익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LS는 지난 몇 년 간 플러스수익률을 올려온 인기 상품이었다. 중장년에게 은행에서 집중적으로 판매된 것도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지난 2018년 12월 금감원은 ▲ELS 등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 101조원 중 개인투자자가 47% ▲60대 이상 투자금액이 42%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투자금액 증가 ▲80대 이상은 1인당 평균 1억7000만원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주요 판매 채널로는 접근성, 편의성 등에서 증권사보다 상대적 우위에 있는 은행신탁이 전체투자금액의 75.8%를 차지했다. 이들은 대부분 플러스 수익률로 조기 또는 만기 상환됐다. ELS의 만기는 통상 3년으로 홍콩 H지수 ELS는 지난 2021년 집중적으로 판매됐다.

당시에도 금감원은 ELS 투자에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ELS는 원본손실이 발생 가능한 고위험 상품으로서 투자 시, 투자자 유의사항을 충분히 숙지 후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전체투자금액 중 상당수가 은행신탁으로 판매됐다는 점에서 은행창구직원의 적극적인 투자권유로 발생될 소지가 높은 불완전판매를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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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2024-01-30 20:53:10
좋은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