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10.2조 도래...이대로라면 5조원 반토막
투자자들, 민원·댓글 달고 판매 은행지점 찾아가
오는 19일 2차 집회 "원금 전액과 피해 보상하라"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우려하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이 현실로 다가왔다.
반토막 난 원금을 돌려받은 투자자들은 은행과 금융당국을 규탄하고 나섰다. 은행이 불완전판매로 고객을 기만했고 정부는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원금 보장을 바라고 찾아간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인 ELS를 충분한 설명 없이,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손실 날 일이 없다며 권유했다고 얘기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판매한 H지수 ELS 상품에서 5일(8~12일) 간 1067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 기간 만기가 도래한 원금은 2105억원으로 손실률은 50.7%다.
올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원금만 약 10조2000억원인만큼 손실 규모는 갈수록 커질 예정이다. 지난 2021년 ELS 판매 당시 1만2000대였던 H지수는 현재 5000선으로 떨어졌다. 통상 만기가 3년인만큼 현 추세대로라면 올 상반기에만 원금 손실 규모가 5조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투자자들은 민원 제기, 온라인 댓글 작성 등은 물론 판매 은행을 직접 찾아가 성토하고 단체행동을 개시했다.
지난해부터 이달 12일까지 5대은행에 접수된 H지수 ELS 민원은 1410건이다. 이 중 올해에만 518건(36.7%)이 제기됐다. 투자자 90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 접수한 온라인 민원, 팩스, 등기우편 '인증샷'이 매일 수십 건씩 올라온다.
H지수 ELS 관련 기사나 유튜브 영상이 올라올 때면 실시간으로 링크가 공유된다. 공지사항에는 "관련 기사 링크가 올라오면 댓글 출동"이라고 게재돼 있다. 투자자 책임을 얘기하는 댓글에 비추천을 누르고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지적하는 댓글을 추천하는 식이다.
일부 분을 이기지 못한 투자자들이 은행을 찾아가서 직원들을 윽박질렀다는 무용담도 다수다.
현재 불완전판매 조사는 금감원 직원, 판매 은행원, 투자자의 삼자대면으로 이뤄져 은행 직원이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기도 하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ELS 사태 수습 과정에서 고객의 인권과 완전, 불완전판매를 불문하고 어떠한 직원에 대한 인권 침해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연락처가 노출돼 있는 직원들에게 가해질 수 있는 폭력이나 개인에 대한 고소·고발 등에 대비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30일 금융노조는 성명서에서 "대규모 점포 폐쇄, 직원 수 부족으로 인한 업무 부하, 대출금리 인상에 항의하는 고객, 숨통 조이는 영업 목표에 일선 현장은 완전한 그로기 상태"라며 "여기에 ELS까지 겹쳐 몇 달째 고객 대응에 시달리며 정신과 진료를 받거나 휴직 퇴사까지 고민하는 직원이 한 둘이 아니다. 해가 바뀌어 ELS 손실이 현실화하면 그야말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26일에는 "개별 은행 내에서도 상품그룹이 잘못 했네, 영업그룹이 잘못 했네 서로 책임을 미루며 우왕좌왕"이라며 "경영진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언론은 고령자 판매와 일부 창구에서의 불완전판매에만 초점을 맞춰 기사를 생산해내고 직원들은 정신과 치료로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호소했다.
ELS 가입자 모임은 지난달 15일 1차 집회에 이어 오는 19일에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 앞에서 2차 집회를 연다. 주요 요구 사항은 "은행이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고위험상품을 판매했으니 원금을 전액 복구하고 피해를 보상하라"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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