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에도 바람잘날 없는 '시중은행'...상생금융에 횡재세까지 은행권 공격 여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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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실적에도 바람잘날 없는 '시중은행'...상생금융에 횡재세까지 은행권 공격 여야가 없다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3.11.22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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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자이익 2017년 37.3조원에서 지난해 55.9조원으로 급증
금융당국은 '상생금융' 국회는 '횡재세' 요구
총선 앞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제공=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은행들의 역대급 이자 수익에 정부·야당 할 것 없이 금융권을 겨냥하고 나섰다.

기본 논리는 고금리로 서민들에게서 이득을 본 만큼 서민의 부담을 낮추라는 것이다. 재정수입 확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걸렸다. 경제민주화라는 헌법상 가치와 금융 소비자 보호라는 금융위 소관 업무도 엮였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 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도 보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은 올해 3분기까지 이자 이익으로 44조2000억원을 벌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0조6000억원보다 3조6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1년 동안 은행이 거둔 이자 이익은 55조9000억원이었다. 지난 2021년 46조원, 2020년 41조2000억원, 2019년 40조7000억원, 2018년 40조5000억원, 2017년 37조3000억원으로 저금리 시절에도 이자 이익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지난해 중반부터 세계 각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고금리 시대가 도래하자 은행의 이자 이익은 급격히 늘었다. 높아진 대출 이자에 서민들은 월급을 은행 빚 상환에 쏟는 형국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이라며 은행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금융당국은 상생금융을 내걸고 금융권에 소상공인·자영업자·취약차주 등 서민들의 이자 부담 완화를 압박하고 있다. 고금리로 서민들에게 많은 이자이익을 얻은 만큼 서민들이 부담하는 이자를 낮추라는 논리다.

지난 20일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단기간 급격히 늘어난 이자부담 등으로 우리경제를 바닥에서부터 떠받쳐온 동네·골목상권 붕괴가 우려된다"며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자리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과거 어느때보다 우리 금융권이 양호한 건전성과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업계 스스로 국민들의 기대수준에 부합하는 지원방안을 마련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 제공=연합뉴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의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 제공=연합뉴스

야당은 '횡재세' 도입으로 금융사 압박에 가세했다.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소속 의원 55명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부담금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은행 순이자이익이 최근 5년 평균의 1.2배를 넘었을 때 해당 초과이익의 최대 40%까지 '상생금융 기여금'을 부과·징수하는 내용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올해 은행권에서만 약 1조9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횡재세는 법인세와의 이중과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부담금 명목인 기여금으로 환수된다. 세금 외 추가금을 징수한다는 뜻이다.

올해 3분기까지 국내은행이 낸 법인세는 6조원이다. 지난해 은행 법인세는 6조6000억원, 2021년 6조2000억원, 2020년 4조2000억원, 2019년 4조9000억원, 2018년 5조원이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법인세는 예산안보다 25조4000억원 부족할 전망이다. 법인세수 예산은 105조원이지만 실제로는 79조6000억원이 걷힐 것이라는 계산이다.

법안에 따르면 기여금은 금융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상생금융이나 횡제세가 아무런 근거 없이 추진되고 있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 헌법 119조 2항에는 소득 분배 유지, 경제주체 조화 등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정부가 경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는 금융위가 금융소비자 보호와 배상 등 피해구제 관련 사항을 소관한다고 적혀 있다. 금융감독기구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하고 예금자·투자자 등 금융수요자를 보호할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내놓는 발언들 역시 이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지난 20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현재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달라"며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코로나 종료 이후 높아진 이자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 금융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탄탄한 건전성을 바탕으로 실물경제에 대한 자금중개 기능을 충실히 하는 것"이라며 "건전성을 지키면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의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양측은 서로의 상생금융과 횡재세가 대중 인기 영합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내년 4월 10일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를 의식해 금융소비자 권리 강화·보호 명목으로 민심을 끌어보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의 횡재세에 대해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말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들을 불러 상생금융을 하라며 '돈을 더 내놓으세요'라고 압박하는 것은 전형적인 관치 금융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5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거리에서 열린 '청년이 함께하는 공정과 상식의 시대!' 거점 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2.15 [공동취재]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부산에서 KDB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시키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지난해 2월 15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부산 서면의 유세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금융사를 겨냥한 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18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은행의 사회공헌 사업을 의무화하는 '은행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1월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제한하는 '금융회사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부산에서 KDB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시키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불리는 이복현 금감원장에게는 총선 출마설이 끊임 없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상생금융에 정치적 목적은 없다고 선을 긋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복현 원장의 출마를 묻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는 없다"고 자르며 "최근 보도되는 내용은 (언론이) 으레 다루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고금리 시절 은행이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리고 예금 금리는 천천히 올렸다는 점을 지적하며 "은행이 여야 양쪽에서 비판 받고 있기 때문에 힘든 것은 알지만 서민의 고통도 헤아려달라. 부자들은 위기 상황에 부동산이나 자산을 매각해 빚을 갚을 수 있지만 서민들은 고금리가 가계 파산으로 직결할 수 있기 때문에 당국 차원에서 개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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