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국정감사 평가는 ‘F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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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칼럼]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국정감사 평가는 ‘F학점’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승인 2023.10.30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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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국민의 대표 기관이자 헌법 기관인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입법 기능과 국정 감사 그리고 예산 심의 역할이다. 이 중에서 국회의 진면목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은 한 달 여 간 진행되는 국정 감사다.

국정 감사(National Assembly's audit of state affairs)는 국회의원이 행정부를 필두로 한 국가기관들의 행보에 대한 감사와 감찰을 진행하고 사회적인 문제 등에 대해서 비판하는 공개 청문회를 일컫는다. 국감으로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국가 행정에 대한 감사 제도는 과거부터 존재하던 제도이며,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최초의 시작은 영국이며, 미국에서도 도입하여 제도적인 정립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의원내각제(의회제)와 대통령제가 절충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삼권 분립 차원에서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매우 중요한 기능과 역할이 국정 감사다. 행정부를 견제한다는 의미에서 집권 여당보다 정부 비판적인 야당을 중심으로 ‘야당의 시간’이 되는 특징이 국정 감사에 있다.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장치

국민들이 국회 국정 감사에 매긴 점수는 어떻게 될까.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로 지난 24~26일 실시한 조사(전국1003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3.6%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국정 감사의 성과가 있었다고 보는지, 없었다고 보는지’ 물어보았다.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 감사에 대한 평가를 물어보았는데 ‘성과가 있었다’는 긍정 평가는 응답자 10명 중 2명이 채 되지 않는 15%로 나왔다. ‘성과가 없었다’는 부정 평가는 절반에 가까운 49%로 나타났다. 평가 자체를 하지 않는 비율이 37%나 되는 결과로 나오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한 호남 응답자층에서 국정 감사에 성과가 있었다는 응답은 고작 17%에 그쳤고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성향이 두드러지는 대구경북에서 국정 감사에 성과가 있었다는 비중은 불과 15% 밖에 되지 않았다. 대학교에서 평가하는 방식을 따르자면 F학점 중에서도 심각한 F학점이다. 낙제점을 거머쥔 국회의 모습이다.

이번 조사에서 21대 국회 국정 감사가 성과가 없었다고 응답한 사람들에게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더니 ‘상대비방·정쟁·싸우기만함’ 이라는 평가가 22%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 순으로 ‘개선 해결된 일 없음’, ‘의원들 준비 부족·자질 문제’, ‘답변 제대로 않음·핑계만 댐’, ‘당리당략·자기 편 감싸기’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 마디로 무능한 국회, 한심한 국정 감사로 평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이번 조사는 21대 국회 전반적 활동 사항에 대한 평가 점수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21대 국회 역할 수행에 대해 100만점에 몇 점을 줄지’ 질문하였다. 21대 국회가 받은 점수는 백점 만점에 42점이다. 낙제하고도 더 내려갈 곳이 없어 보이는 점수다. 그렇다고 19대 국회나 20대 국회가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도 아니다. 같은 조사 기관의 이전 조사에서 19대 국회는 42점, 20대 국회는 40점이다. 이전 국회이든 현재 국회이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다. 

국민에게 낙제점 받았다면 뜯어 고쳐야

국민들로부터 F학점, 낙제점을 받는 국정 감사의 전면적인 개선이 절실하다. 미국만 하더라도 국정감사와 같은 강력하고도 부정기적인 정치행세를 할 여유가 없었기에 헌법에서 국정감사에 대한 개념을 빼버리는 대신 상시청문회 제도를 정착시켜 사실상 상시 국정감사를 진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근대적 정당 정치를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하고 계승한 국가이다 보니 청문회도 상당히 치밀하다. 후보자의 아주 사소한 도덕적 결점이나 실수도 무자비하게 캐고 거칠게 따져 물을 정도다.

현재 한국 의회는 미국 감사원과 같은 1년 365일 수사를 하는 상설 의회 수사센터, 상설 의회 경찰청이 없으며, 국정감사라는 것은 매년 9월 10일부터 20일 간만 형식적으로 실시한다. 경찰청, 검찰청, 국세청, 국정원 등 여러 개의 상설수사기관을 중복해서 갖고 있는 대통령이 본래 의회 경찰청의 의미인 감사원까지 가져가서, 의회는 사실상 수사기능이 매우 미약하여 '통법부' 소리를 듣고 있다.

오늘날 미국 의회 감사원이 의회, 백악관, 대법원에 이어 4위의 실세 권력기관인 점과 매우 대조된다. 국민을 위해 국감부터 바뀌어야 한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여론조사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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