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지는 청년들] ㊦ 25조원 투입한다지만…청년정책 실상은 '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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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지는 청년들] ㊦ 25조원 투입한다지만…청년정책 실상은 '허술'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6.27 16: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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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1년, 청년 실업률 높아져
청년층 채무부담 가중, 정책 실효성 의문
전문가 "보편적 소득, 주거지원 늘려야"
채용박람회 현장을 찾은 청년들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채용박람회 현장을 찾은 청년들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젋어서 고생은 늙어서도 한다."

2023년 한국을 살아가는 청년들은 '희망'보다 '절망'에 더 가깝게 서 있다. 최근 연 10%의 이자를 주는 청년희망적금을 해지하는 청년들이 가파르게 늘었다. 4명 중 1명이 중도해지를 택했다. 이 중 '월 10만원 미만' 납입자의 해지율이 49.2%로 가장 높다. 이유는 슬프다. 쓸 돈이 없어서다. 청년빈곤은 단순히 소득이나 주거 같은 경제적 빈곤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적 관계와 건강, 교육 등 비경제적 빈곤까지 여러 측면이 얽히고 설켜 있다. 과거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시기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치부됐던 청년빈곤은 이제 생애 전주기로 고착화돼 삶의 질까지 좌우하는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청년에게 주어진 빈곤의 굴레를 짚었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올해 정부가 내놓은 청년 정책은 모두 390개 과제로 구성돼 있으며 예산만 25조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과제는 24개, 예산은 8000억원 늘었다. 청년들과 전문가들은 아동수당이나 기초연금과 같은 다른 복지정책과 달리 청년 정책은 '보편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정책마다 신청 자격과 요건이 달라 '복지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청년들이 많다고 말한다. 정부는 청년을 위한 지원금과 단기일자리 확대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청년들은 생활과 고용, 주거 분야의 사각지대를 메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여가 지난 돌아본 청년 정책은 낙제점에 가깝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여가 지난 돌아본 청년 정책은 낙제점에 가깝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1년, 실업률만 높아졌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여가 지난 가운데 청년 고용 정책은 낙제에 가깝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윤 정부 집권 동안 20대(20~29세) 고용률은 60%대에 그쳤다. 전체 인구의 고용률에도 못 미치는 수치로 경제활동이 활발한 40대와 비교했을 때 차이가 확연하다. 올해 3월 20대 고용률은 40대 고용률보다 17.7%포인트 낮은 60.4%를 기록했다. 4월 들어서도 이 지표는 반등하지 못하고 20대 고용률은 64.7%에 머물렀다. 또한 20대 실업률은 지난해 12월부터 점차적으로 증가 추세다. 20대 실업률은 지난해 5월 7.3%에서 같은 해 12월 5.2%로 줄었다. 하지만 올해 3월 다시 7.2%로 뛰어 오르며 원점으로 돌아왔다가 4월 20대 실업률은 1%포인트 하락한 6.4%를 기록했다. 고용률은 4월 기준 6개월 연속 하락추세다.

기획재정부는 '4월 고용동향 분석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청년층 취업자 수는 지난해 4월 18만600명 증가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인구 감소 등에 따라 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고용률은 4월 기준 2000년 이후 역대 2위를 보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기저효과나 인구 감소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취업자'로도, '실업자'로도 잡히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그중에서도 '쉬었음' 인구가 20대에서 급격히 늘어난 영향도 있다는 것이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청년층 취업자가 감소한 부분들이 실업자로 가지 않고 비경제활동의 쉬었음 인구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4월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13만3000명 늘었다. 통상 쉬었음 인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60대(11만3000명 증가)를 제외하고 20대가 3만8000명 늘어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15~29세 청년층으로 봐도 쉬었음 인구는 3만4000명 늘어 증가 폭이 큰 편이었다. '실업자'와 '쉬었음'의 차이는 '구직 활동'의 유무에서 갈린다. 통계청이 조사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상 실업자의 정의는 '조사 대상 주간 수입 있는 일을 하지 않았고, 지난 4주간 일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일자리가 주어지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 자'다.

채무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채무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빚에 시달리는 청년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빚의 늪에 빠진 청년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약속했다. 대표적 정책이 '신속채무조정 청년특례 프로그램'이다. 해당 정책은 이자를 감면하고 대출 상환 기간을 연장해 청년들이 스스로 빚을 갚아 나가 재기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다만 지난 1년을 되돌아 볼 때 정부의 구제 정책은 '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이며 '빚투(빚내서 투자)'와 '생계형 채무'를 구분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생활비나 병원비가 부족해 빚의 늪에 빠진 사회적 구제가 필요한 청년들의 원금 탕감 기회를 원천 봉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30대 이하의 금융권 대출 잔액은 514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말(404조원) 대비 110조5000억원(27.4%) 늘어난 액수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보면 30대의 증가율이 가장 높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의 대출은 25.5% 불었고, 40대 9.2%, 50대는 2.3% 증가하는 데 그쳤다.

30대는 금리인상과 함께 늘어난 부담을 빚으로 돌려막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3곳 이상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447만3000명 가운데 30대 이하 청년층이 139만명(31.1%)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1억302억원) 대비 8.3% 증가한 수치다.

20대에서는 제때 돈을 갚지 못한 채무불이행자가 급증했다. 지난해 6월 기준 20대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8만4000명에 달한다. 이들은 주로 생계비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았다.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가 서울회생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20대 청년 5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처음 빚을 지게 된 이유로 ‘생계비 마련 목적’이라고 답한 이들이 43%,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윤석열 정부는 빚의 늪에 빠진 청년 구제를 위해 채무조정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정책 효과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단적으로 상환 기간을 최대 10년으로 늘려 빚을 갚을 기회를 줬지만 20~30대부터 10년간 소득 대부분을 빚 갚는 데 사용해야 한다. 이 경우 해당 청년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오히려 이런 채무조정은 채권자인 은행이나 카드사를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현재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자와 채권자의 협상에 의한 채무조정은 채무조정 기간이 장기화하면서 지원 효과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이를 단축하고 지원 효과를 높이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무불이행은 신용평가를 통해 갚을 수 있는 수준의 돈을 빌려주는 금융사의 기존 책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만큼 금융사 책임도 있다"며 "현재 모든 책임이 채무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년 보편소득 검토하고 주거지원 늘려야"

참여연대와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청년들의 생활과 고용, 주거 분야 사각지대를 메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우선 소득이 줄고 구직이 연기된 청년들에게 생활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청년에게 직접적인 생활비를 지원하는 수단은 존재한다. 서울시의 경우 반년 동안 월 5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수당'을 운영하고 있고, 경기도도 만 24세 청년에게 1년 동안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고용노동부 역시 '청년도전지원사업'의 일환으로 5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제도들은 구직 연계와 중복수령 제한 등 까다로운 조건들이 붙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별적인 제도의 한계와 취업 연계성을 넘는 보편적 청년지원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최영준 랩2050 연구위원장(연세대 행정학과 교수)은 "구직을 기준으로 지원 여부를 정하는 건 20세기 방식"이라면서 "미취업 청년이 구직 기간을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보편적 소득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들을 고용보험의 안전망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늘었지만 20대 청년층 가입자는 9개월째 감소했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는 1515만2000명으로 지난해 5월보다 2.5% 증가했다. 특히 60세 이상(237만9000명)이 10% 증가하는 등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가입자가 늘었다. 하지만 29세 이하 청년층은 9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청년 실업 때문이라기 보다는 인구 감소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29세 이하 가입자 감소는 지속적인 인구 감소, 특히 20대 후반 인구 감소의 영향이 크고 도소매와 사업서비스, 보건복지 등에서 감소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의 시각은 달랐다. 이승윤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고용 형태가 단기일자리, 아르바이트에 쏠린 청년층은 취업, 실직, 이직의 상태가 모호한 게 특징"이라면서 "고횽보험 가입과 실업급여 인정 기준을 완화해 청년이 고용보험에 대한 실질적 효용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청년을 위한 주거 지원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안전망 체계 구축방안Ⅱ(2022.12.)’에 따르면 전체 청년(19~34살) 중 17%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환경에 거주하고 있었다. 정부는 ‘행복주택’, ‘청년전세임대주택’과 같은 공공임대주택이나 ‘행복기숙사’와 같은 공공기숙사,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지역 학사와 같은 주거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관련 정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해 ‘2차 청년 매입임대주택’의 청약 접수는 102.3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안전망 체계 구축방안Ⅱ’에 따르면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61.4%), 청년주택공급확대(50.6%), 청년 버팀목 전세대출(48.5%), 공공지원 민간임대(44.4%), 중소기업 근로 청년 전세대출(41.4%) 정책의 경우 주거정책 인지 비율이 40% 이상이었다. 다만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을 제외하면 정책수혜 경험은 모두 10% 이하인 것으로 파악됐다.

청년 주거권 문제 해결을 위한 민간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의 지수 위원장은 “청년층에서도 양극화가 심해 일괄적 정책은 부작용만 남는다”며 “청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려면 세분화되고 두터운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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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2023-10-23 08:27:55
청년정책이 실행되었지만, 기대에 비해 효과를 보지 못해서 아쉽다는 생각이 저도 들었습니다…
청년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려면 좀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