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공세] ①'주주제안 안건 채택' 44개사...주총서 성과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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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공세] ①'주주제안 안건 채택' 44개사...주총서 성과 낼까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3.03.23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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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BYC·KISCO홀딩스 시작으로 31일까지 주총 개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 대부분 주주제안에 반대 권고
"행동주의 펀드 활동, 투자대상 기업의 주가 상승 기여"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기업의 경영 방향과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행동주의 펀드가 올해 들어 주식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행동주의 캠페인이 지난 2020년 10개에서 지난해 47개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인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올해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되면서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 대상이 된 기업들은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시장은 주총 시즌이 본격화하면서 주요 행동주의 펀드에 주목하는 추세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3월 주총 개최 상장사 중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채택한 기업은 44개사로 전년(28개사)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주주제안이란 일반주주들이 직접 제시한 주총 안건으로, 의결권이 있는 지분 1%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했다면 주주제안에 나설 수 있다.

안건별로는 현금과 주식 배당을 요구하는 제안이 25건으로 전년(13건) 대비 2배 가량 늘었고 이사·감사를 선임하는 제안이 15건에서 27건으로 늘었다. 주식 취득·소각·처분 제안은 지난해 1건에서 올해 10건으로 급증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환원 정책 확대와 주주가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이사진 교체 등이 중점적으로 추진된 것이다. 2020년 12월 개정된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최대주주의 의결권 3% 제한' 규정으로 인해 행동주의 펀드가 추천한 감사·감사위원 후보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주환원 정책 확대에 대한 요구가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24일부터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제안에 나선 일부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시작된다. 자료=한국거래소

24일 BYC·KISCO홀딩스 주총서 표 대결 관심

시장에서는 오는 24일 개최될 BYC와 KISCO홀딩스 주총을 시작으로 행동주의 펀드와 대상 기업 간의 움직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BYC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요구한 감사위원 선임, 자사주 취득, 정관 변경 등의 주주제안을 의안으로 상정했다. KISCO홀딩스는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의 감사위원 선임, 자사주 매입 등을 상정했다.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이어 28일 주총을 여는 KT&G에 자회사인 KGC인삼공사의 분할과 재상장, 주당 1만원 배당, FCP 추천 사외이사 선임 등을 제안했다. 또 다른 사모펀드인 안다자산운용도 배당금 증액과 추천 사외이사 선임 등을 제안했다. 

이달 30일 열릴 예정인 JB금융지주 주총은 행동주의 펀드와 대주주의 표대결을 앞두고 있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JB금융지주에 보통주 현금 배당 900원과 사외이사 선임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했다. JB금융지주 1대 주주인 삼양사와 2대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지분율은 각각 14.61%, 14.04%로 0.57%포인트 차이에 불과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후 31일에는 남양유업과 태광산업의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남양유업에 배당 증액, 감사위원 선임, 액면분할 등을 요구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에 액면분할, 배당증액, 자사주 취득 등을 제안했다.

이러한 가운데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은 일부 안건을 제외한 대부분 주주제안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상태다. 의결권 자문사는 의안 여러 건을 처리해야 하는 기관 투자자들을 대신해 의안을 분석하고 결정을 권고한다.

ISS는 KT&G와 남양유업 일부 안건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을 밝혔지만, JB금융지주와 KISCO홀딩스, BYC 등에 행동주의 펀드가 낸 주주제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이유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대했다.

또 다른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GL) 역시 JB금융지주 주주제안에 대해 "회사측이 적절한 주주환원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대를 권고했다. 

주주환원 확대 기대↑, '단기 이익 치중' 비판도

정기주총 시즌이 시작되고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주권 행사와 경영 참여 목적의 국내 펀드는 관련 당국에 신고를 해야 하는 등 절차와 관련 규제가 까다로웠지만, 2021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주주 행동주의를 투자 전략에 추가하고 있다.

최효정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 증가는 투자대상 기업의 주가 상승과 한국증시 재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정기주총을 앞두고 행동주의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대상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으로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달 기준) WMI500 대비 14.3%포인트 상회했다"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역시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을 비롯한 주주행동주의 확산이 국내 기업들의 선제적인 주주환원정책을 이끌고 있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그동안 한국 시장은 낮은 배당률과 빈약한 주주환원으로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보여왔다"며 "최근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책과 주주제안들은 투자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의 행보가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보다는 단기적 이익 실현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기업 경쟁력 강화보다는 당장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에 더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주주행동주의자들이 지배하는 기업은 기업의 번영과 직원들의 동반 성장에 대한 개념은 희미해지고, 기업은 이익이 나도 임금 인상은 도외시한다" 며 "해외업무위탁(Offshoring)을 통해 해고를 늘리거나 임금 삭감을 가속화해 추가적인 이익을 도모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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