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장]② 스타트업 야망 꺾이나...은행권 우려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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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장]② 스타트업 야망 꺾이나...은행권 우려는 여전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3.03.21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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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스타트업 야망 꺾일 수도"
퍼스트리퍼블릭 불안감 여전
CS 사태는 전반적 은행의 취약성 드러내 
실리콘밸리뱅크(SVB) 붕괴 이후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리콘밸리뱅크(SVB) 붕괴 이후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실리콘밸리뱅크(SVB)의 붕괴에 따른 파장이 상당하다.

SVB와 같은 환경에 놓여있던 지역 은행들은 물론이고, '대마불사(大馬不死)', 즉 무너지기에는 너무 컸던 크레디트스위스(CS)까지 대혼란에 휩싸였다. 

미 금융당국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발을 벗고 나섰으나, 은행권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실리콘밸리의 터줏대감이었던 SVB의 몰락으로 기술기업들도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술기업들의 새로운 도전을 위한 야망까지 꺾일 수 있다며, 그 파장이 심각할 수 있음을 조심스레 예상하고 있다. 

"톱니바퀴 멈췄다..미 스타트업, 야망 꺾일 수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SVB에 대해 "실리콘밸리의 꿈의 기계가 신뢰하는 톱니바퀴"라고 평가했다. 

미국 벤처캐피털 회사인 세쿼이아 캐피털의 마이클 모리츠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SVB를 잃은 것은 '가족의 죽음'과 비슷하다"고 한탄했다. 

SVB는 미국의 벤처 기술 및 생명과학 기업의 거의 절반 가량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었다. 이 은행은 실질적인 수익이 없는 스타트업에게도 미래 가치를 평가해 대출을 해주는 등 사실상 스타트업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미 금융당국이 SVB의 모든 예금을 보호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술기업들 또한 금전적인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이들은 새로운 혼란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코노미스트는 "SVB의 붕괴 이후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은 그들의 현금을 맡기거나 혹은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새로운 곳을 찾고 있다"며 "핀테크 중 한 곳인 브렉스는 SVB 붕괴 이후 첫 주말 동안 3000개의 새로운 계좌를 개설했고, 일부 스타트업은 대안을 찾지 못해 SVB에서 인출한 돈을 개인 계좌에 넣어두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대형 은행들의 경우 스타트업에게는 안전한 대안일 수 있으나, 그들의 미래 가치에 대해 SVB만큼 이해하고 평가해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결국 SVB의 붕괴는 다른 방식으로 실리콘밸리 지역 스타트업의 야망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SVB의 붕괴는 이미 높은 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에 살얼음같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며 "벤처 캐피털이 새로운 세계로 적응해가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예상했다. 

"퍼스트리퍼블릭, 본질적 우려 해소 못해"

은행권에 대한 파장은 더욱 직접적이다. 

SVB를 붕괴를 이끈 직접적 원인은 뱅크런이었다. 은행들이 보유한 현금 규모가 적다면 뱅크런이 발생했을 시 SVB와 같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더 높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미 무너진 SVB, 시그니처뱅크와 함께 퍼스트리퍼블릭, 퍼시픽웨스턴, 웨스턴얼라이언스, 시온스 등의 은행이 자산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현금의 양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한 우려는 여타 은행에 비해 상당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퍼스트리퍼블릭뱅크는 무보험 예금, 즉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예금보호 한도인 25만달러 이상인 예금이 약 1190억달러로, 전체 자산의 67%를 넘어선다.

SVB뱅크의 무보험 예금 비중이 94%에 이르렀음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미 대형 은행들의 평균치(47.3%)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주요 대형 은행들이 300억달러의 자금 지원에 나서는 등 민간 차원의 대응이 이어졌고, 앞서 SVB와 시그니처뱅크의 경우 미 금융당국이 무보험 예금까지 전액 보장키로 결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일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는 등 투자자들의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신용평가사 역시 퍼스트리퍼블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나섰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7일 퍼스트리퍼블릭의 신용등급을 정크(투기) 등급으로 강등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일주일 새 두 차례 강등한 데 이어 추가 강등 가능성도 열어뒀다. 

S&P는 "300억달러의 자금 지원이 단기적인 유동성 압박을 완화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 이 은행이 직면한 것으로 보이는 사업·유동성·자금조달·수익성 상의 상당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 추이.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 추이.

'대마불사' CS의 몰락, 은행 건전성 취약함 드러내 

스위스 2대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UBS가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CS의 몰락은 전반적인 시장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CS의 경우 SVB나 퍼스트리퍼블릭과는 다른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CS는 2008년 금융위기를 잘 이겨낸 이후 각종 스캔들에 휘말렸다.

2015년에는 CS 소속 직원이 부유한 고객의 계좌에 접근해 다른 고객의 손실을 막는 사기 행각을 벌였고, 2019년에는 사설 탐정을 고용해 전직 임원을 미행한 스파이 스캔들까지 이어졌다. 2021년에는 한국계 미국인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털에 대한 투자 실패로 약 55억달러의 투자 손실을 입었다. 투자 실패에 대한 외부 조사 결과 CS는 리스크를 무시하고 위험관리에 투자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정적으로 지난 14일에는 2022년 연간 보고서를 통해 "회계 내부 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고, 고객 자금 유출을 아직 막지 못했다"고 언급, 사실상 투자자들을 공황에 빠뜨리기도 했다. 

SVB 붕괴의 충격에서 헤어나기도 전에 떠오른 스위스 2대 은행의 문제는 전반적인 은행권의 건전성이 상당히 취약한 상황임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제프리 부흐빈더 LPL파이낸셜의 주식 전략가는 "현재 모든 이들의 마음 속에 있는 단어는 '전이'"라며 "SVB와 CS 등의 문제가 더 넓은 은행권으로 확산되어 2008년과 같은 은행 위기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이를 언급하며 "모두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다른 은행들도 SVB와 비슷한 리스크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SVB의 붕괴가 여전히 은행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CS의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는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두려움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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