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장]① 40년 은행은 어쩌다 40시간 만에 무너졌나
상태바
[SVB 파장]① 40년 은행은 어쩌다 40시간 만에 무너졌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3.03.20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술기업 특화 은행...연준 금리인상 기조에 휘청
발빠른 당국 대응에 위험 확산 우려 낮췄으나 안심은 일러
"금리인상 기조 속 무너진 첫 번째 도미노" 평가도 나와
실리콘밸리뱅크(SVB) 붕괴의 원인과 이에 대한 파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리콘밸리뱅크(SVB) 붕괴의 원인과 이에 대한 파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40년 된 은행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40시간이었다.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인 실리콘밸리뱅크(SVB)의 예상치 못한 붕괴는 전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미 금융당국을 비롯해 각국의 발 빠른 대응이 이어지면서 SVB 사태는 다소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은행권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지는 못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기술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 SVB의 독특한 배경과, 미비했던 은행의 위험 관리가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는 반면 또 다른 이들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행보 등 은행권이 마주한 환경이 은행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SVB의 붕괴의 원인과 이에 대한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술기업 특화 지역은행...금리인상 기조 속에 "휘청"

SVB가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이 40시간이지만 주요 해외 언론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조용한 폭풍'이 시작되고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SVB라는 이름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SVB는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은행으로, 이 지역의 기술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다. 

기술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의 초저금리와, 코로나19 시대 디지털 수요의 급증으로 인해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왔다. 

기술기업들은 불어난 자산을 SVB에 맡기기 시작했고, 덕분에 SVB의 자산 또한 단기간에 급증했다.  

CNN에 따르면, 부채를 포함한 SVB의 자산은 2019년 말 710억달러에서 2022년 3월 말 기준 2200억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자산이 빠르게 불어난 SVB는 안전한 투자로 여겨지는 미국의 장기 국채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SVB의 자산 구성을 살펴보면 약 55% 가량이 국채였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2022년 들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채권 가격은 빠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기준으로 이 포트폴리오는 1.79%의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3.9%)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코로나19 시대 급증했던 수요가 빠르게 꺾임과 동시에 시작된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는 SVB의 주요 고객이었던 기술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차입비용이 늘어난 기술 기업들은 더 많은 현금이 필요했고, SVB에 맡겨 둔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던 것. 

SVB는 고객들에게 상환할 예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인 채권을 큰 손실을 보면서 팔아야만 했다. 

일반적으로 은행의 증권 투자는 언제든 매각이 가능한 매도가능증권(AFS)과 만기보유증권(HTM)으로 나뉜다. AFS는 매 분기 회계상 시장 가격으로 평가되며, 포트폴리오 상의 손익이 총 자기자본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이 채권을 매도하기 전에는 손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미실현 손익이 기타포괄이익으로 인식돼 자기자본에 영향을 미친다. 

HTM은 만기까지 보유하는 채권으로, 은행이 액면가 전액으로 만기에 상환할 때까지 회계상으로는 초기 매입가로 책정된다. 

2022년 말 기준 SVB는 910억달러 규모의 HTM과 함께 약 260억달러의 AFS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 중 사실상 대부분이 국채였다. 즉 국채 가격이 내려가면서 자본 또한 영향을 받았던 것이다.  

국채 가격 하락으로 자본 적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데다, 기술기업들의 예금 인출이 줄을 잇자, SVB는 매도가능증권 240억달러 규모를 손실을 보며 팔았다. 매도와 함께 미실현 손실은 실현 손실로 전환됐고, 은행은 18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결국 손실을 메우기 위한 방안으로 유상증자를 발표했으며, 이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은행의 건전성 우려가 확산되면서 9일 하루에만 420억달러 규모의 예금이 빠져나갔는데, 이는 전체 예금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뱅크런'이었다. 

결국 유상증자를 발표한 후 이틀만인 10일 영업 중단 조처가 발표됐다. 

"금리인상 속 첫 번째 도미노"

SVB의 붕괴 원인은 금리인상으로 인한 국채 가격 하락, 기술기업들의 잇따른 예금 인출, 보유 채권의 매각에 따른 손실 발생과 이것이 알려진 후 시작된 뱅크런 등 여러 이슈가 복합적으로 이뤄진 결과였다. 문제는 이것이 비단 SVB에 해당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지난해 말 기준 은행들이 금리 상승으로 인해 6000억달러 이상의 미실현 손실에 직면했다고 추정했다. 

피치 레이팅스에 따르면, 이러한 손실은 은행의 자본 여력(buffer)의 3분의 1 이상을 잠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은행의 자본여력이 얇을수록 고객의 손실 위험이 커지고, 뱅크런 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NYT는 이를 언급하며 "금융당국이 추정한 미실현 손실 6000억달러는 산업의 잠재적 손실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한 것일 수 있다"며 "지난주 두 곳의 경제학자 그룹은 은행들이 최소 1조7000억달러의 잠재적 손실에 직면해있다고 추정하는 논문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특히 현금 보유량이 적은 은행의 경우 SVB와 마찬가지로 고객들의 예금 인출이 쇄도할 경우 더욱 위험해진다. 

S&P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의 은행 분석가인 네이선 스토벌은 "누구도 하루만에 예금의 25%가 빠져나가는 것을 예상하고 이를 대비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발생한 것이 바로 SVB"라고 말했다. 

그나마 안도할 수 있는 부분은 미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준과 미 FDIC는 예금자 비보호 대상에 대한 보장을 해주고, 연준이 BTFP(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를 통해 최대 1년간 금융기간에 장부가를 기준으로 대출을 해줄 것을 결정하는 등 당국 차원에서 발 빠른 조치에 나서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연준과 캐나다, 영국, 일본, 유로존, 스위스의 중앙은행들과 더불어 달러 스왑 협정의 7일 만기 운용빈도를 매주에서 매일로 늘릴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중앙은행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스왑 라인 확대로 (달러) 유동성 공급이 강화할 것"이라며 "세계 자금시장의 긴장을 완화하고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공급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중요한 유동성 후방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유동성 우려가 불거진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해서도 미 11개 대형은행이 300억달러 유동성을 공급키로 결정하는 등 민간 차원에서의 대응 방안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고금리 상황이 은행권에는 쉽지 않은 여건임을 강조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경제사 전문 피터 콘티 브라운 교수는 "SVB는 높은 금리로 무너지는 첫 번째 도미노일 뿐"이라며 "이 모든 결과는 은행 시스템이 감독기관과 투자자, 그리고 은행 스스로가 인식했던 것보다 훨씬 더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자료=하이투자증권
자료=하이투자증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