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는 전통' 만들고 떠나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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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는 전통' 만들고 떠나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12.08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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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입행 후 행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회장 올라
'라임사태' 후 후배들이 조직 떠나는 모습 보며 용퇴 결정
"누군가는 총괄적으로 책임지고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사진제공=신한금융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사진제공=신한금융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조용병 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세대교체와 신한의 미래를 위해 용퇴를 전격 결정했다. 이로써 차기 신한금융 회장으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내정됐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이제는 세대교체 할 때"

조 회장은 8일 오후 서울 중구 본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용퇴 관련해 "최종 압축 후보군(숏리스트)에 이 정도면 훌륭한 후배들이 올라왔기에 이제는 세대교체를 할 때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조직을 안정시키는 것이 맞느냐, 아니면 후배에게 물려주는 것이 맞느냐를 고민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회장은 먼저 "그간 채용 의혹과 관련해 재판으로 4년여간 고생도 했고, 코로나19 때문에 최고경영자(CEO)로서 활동하는 데 제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가장 가슴이 아팠던 부분은 고객들이 많은 피해를 받았다는 점이다. 회사의 많은 사람들이 징계를 받았고 일부 CEO의 사표를 직접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할 수 있는데 더 하지 않고 나가는 것과 할 수 없이 나가는 것은 다르지 않겠느냐"며 "개인적으론 (금융감독원) 제재심에서 '주의'를 받았지만 누군가는 총괄적으로 책임지고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별다른 조짐 없이 용퇴를 선택한 데 대해선 "(대표이사 회장 후보 추천은) 이사회가 결정하는 사안이지 않나"라며 "CEO는 항상 태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신한금융 관련해서는 "운영은 진옥동 행장과 충분한 상의를 통해 조직이 탄탄하게 갈 수 있도록 대처하겠다"며 "내정자로서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신한 문화라는 관점에서 조직개편도 하고 인사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역대 최대 실적' 뒤로 하고 용퇴 결정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개최하고 진옥동 현 신한은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앞서 신한금융 회추위는 지난달 29일 차기 대표이사 회장 압축 후보군으로 조용병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을 확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조용병 회장이 무난하게 3연임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그동안 전망해왔다. 매년 신한금융의 역대 최대실적을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8년부터 3조원대 순이익을 낸 데 이어 지난해엔 순이익 4조원 클럽에 입성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대비 21.2% 증가한 4조3154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그룹(4조279억원) 대비 2875원 앞선 실적을 기록하며 리딩금융그룹 지위도 탈환했다.

지난 6월엔 대법원에서 신입사원 채용비리 혐의 관련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사법리스크에서도 해소됐다. 매년 재무·비재무 성과도 우수한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조 회장은 이날 개인 면접 과정에서 스스로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세대교체 등을 위해 용퇴하겠다"며 비밀 투표 대상에서 자신을 빼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회추위 한 위원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면 내가 책임지겠다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 임기 중 최대 실적 달성…신한 브랜드 키워

조 회장은 1957년 대전 출신으로, 대전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신한은행 입행 후엔 인사부장과 기획부장, 뉴욕지점장을 거쳐 글로벌사업담당 전무와 리테일부문장 겸 영업추진그룹 부행장을 지냈다. 이후 2017년 신한금융 회장에 선임돼 2연임을 달성했다. 

조 회장의 임기 동안 신한금융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ESG 경영 기조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은행사업 역시 강화해 BNPP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하고,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통합한 신한라이프를 출범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해외사업을 확대해 베트남, 멕시코 등의 조직을 지속해서 개편·확장하고 있다. 이에 조 회장은 신한금융 브랜드를 재임 중 더욱 크게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라임자산운용 문제가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0년 7월 라임자산운용 펀드 손실과 관련해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같은 해 11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신한금융투자에 중징계인 일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채용비리 재판 부담도 있었다. 조 회장은 지난 2021년 11월 신한은행 채용비리에 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이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조 회장은 이런 법적 리스크가 존재하는 동안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이어 지난 6월 대법원에서도 무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리스크를 모두 해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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