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별세' 아워홈, 경영권 둘러싼 '남매의 난' 어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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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별세' 아워홈, 경영권 둘러싼 '남매의 난' 어찌 되나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2.05.12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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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학 아워홈 명예회장 12일 별세
구지은·구본성 6년째 경영권 분쟁 반복
'지분 동반매각' 카드 꺼낸 구본성, 임시주총 요구
장녀 선택에 따라 '남매의 난' 종결 가능성도
(좌)구지은 아워홈 현 부회장(대표이사)와 (우)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 사진=아워홈
(좌)구지은 아워홈 현 부회장(대표이사)과 (우)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 사진=아워홈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12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구 회장은 2000년 LG유통의 식품서비스 부문과 함께 그룹에서 독립해 아워홈을 설립했다. 아워홈 창립 후 경영을 도맡아왔다가 지난해 6월 21년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구 회장이 이끌어온 아워홈은 국내를 대표하는 단체급식·식자재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16년부터 반복적으로 불거져온 자녀들의 경영권 분쟁은 지금도 진행중에 있다. 구 회장의 장례 이후에도 경영권 향방을 둘러싼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남매의 난'으로 일컬어지는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은 막내 구지은 부회장과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을 중심으로 벌어졌다. 구 회장이 생전에 1남 3녀에게 고루 물려준 지분이 갈등의 씨앗이 됐다. 

아워홈 4남매는 회사 지분의 약 99%를 보유하고 있다.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장녀 구미현 씨가 20.06%(자녀 지분 포함), 차녀 구명진 씨가 19.6%, 막내 구지은 부회장이 20.67%의 지분을 보유했다.

대체로 뜻을 같이 해온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 씨의 지분을 합치면 약 40.27%다. 이는 구본성 전 부회장의 개인 지분과 비슷한 수준이기에 번번이 장녀 구미현 씨가 누구의 편에 서는 지에 따라 승리가 판가름났다.

아워홈 경영권 두고 벌어진 '1·2차 남매의 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구지은 부회장은 2004년 아워홈에 입사했다. 이후 아워홈의 외식 사업을 이끌며 4남매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해 유력한 차기 후계자로 지목되어왔다. 

능력을 인정받은 구지은 부회장은 2015년 2월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나 같은 해 돌연 보직 해임됐다. 당시 업계는 구지은 부회장과 기존 경영진간의 갈등을 해임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듬해 LG가의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구본성 전 부회장이 아워홈 대표에 취임하면서 구지은 부회장은 자회사 캘리스코의 대표로 밀려났다.

이에 2017년 구지은 부회장이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요청하며 '1차 남매의 난'이 펼쳐졌다. 당시 구미현 씨는 오빠 구본성 전 부회장의 편에 섰다. 구미현 씨의 반대에 주총이 무산되며 1차 남매의 난은 일단락됐다. 

2021년 벌어진 2차 남매의 난에서 구미현 씨는 구지은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보복운전 및 폭행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구본성 전 부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세 자매가 통과시켰다.

캐스팅보트 손에 쥔 '장녀'…분쟁 종결짓나 

구지은 부회장이 후임으로 단독 대표를 맡은 데 이어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유 지분을 전부 매각하고 경영서 손을 떼겠다는 뜻을 밝히며 아워홈은 '구지은 체제'로 굳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구본성 전 부회장이 지난 4월 자신의 지분뿐 아니라 구미현 씨의 지분도 함께 매각하겠다고 나서며 다시 갈등이 불거졌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씨의 지분을 합치면 58.62%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지분 매각 계획을 밝힌 뒤 새 이사 48명을 선임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구지은 부회장 축출을 통해 경영 복귀를 노린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구 전 부회장 측은 "원활한 지분 매각을 위해 중립적으로 경영진을 구성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문 경영인과 아워홈의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아워홈의 미래에 있어 옳은 결정이라는 것이다. 

업계는 구미현 씨가 지난 3월 구지은 부회장의 무배당 결정에 반발해 구본성 전 부회장 편에 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던 중 구미현 씨가 아워홈 측에 "주주총회소집 허가 신청을 한 사실이 없고 추가로 선임될 이사를 지정한 적도 없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며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구미현 씨는 "소송 대리인을 선임하거나 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서 등 제반 소송 서류를 받아본 적도 없으니 주총 소집 허가 신청을 취하해달라"는 뜻을 밝혔다. 

당초 법원에 주총 개최를 요구하며 제출된 청구인 이름에는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씨의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이들의 매각 자문사인 라데팡스파트너스도 "구미현 씨의 동반매각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오해는 있지만 임시주총은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임시 주총 개최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구미현 씨의 결정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결말이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미현 씨 없이 구본성 전 부회장 홀로 계획을 이끌어가기는 어렵다. 구미현 씨가 주총 청구 사실을 계속 부인한다면 경영권 분쟁은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아워홈 노조 "회사의 주인은 노동자…싸움 멈춰라"

한편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지속에 대해 아워홈 임직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노총 아워홈 노동조합은 "경영권 싸움과 본인들 이익, 배당에만 관심이 있는 오너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어 "구본성 전 부회장의 경영참여로 아워홈은 2020년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냈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노동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어 직원들의 사기는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아워홈 노조는 "우리 회사의 주인은 노동자"라며 "어려운 환경에 놓인 회사를 살릴 방안을 찾는 것이 경영진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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