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의 세계]① 무신사發 가품 논란으로 본 '위조품' 못 없애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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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의 세계]① 무신사發 가품 논란으로 본 '위조품' 못 없애는 이유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4.18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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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시장, 사기 시장과 짝퉁판매로 양분
정품 인증 기술 강화로 짝퉁 시장 근절 한계
블록체인 기술 디지털 인증, 오라클 문제 등 한계

 

짝퉁 명품 핸드백을 세관 직원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신사와 네이버 크림 사이 '짝퉁 명품' 공방으로 촉발된 '가품 논란'이 패션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급성장한 온라인 명품 시장은 이번 무신사발(發) 가품 논란으로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동시에 소비자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각 업체들은 정품 보증 서비스, 가품 판별 서비스 등을 강화하겠다는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에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날로 커져만 가는 '짝퉁 시장'을 바로 잡을 방법은 없을까. 짝퉁 시장의 현주소와 근절을 위한 기술적 대안들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인터넷 패션 플랫폼 1위 무신사와 네이버 크림 간 '짝퉁' 진실 공방은 네이버의 K.O 승리로 끝났다. 무신사발(發) 짝퉁 논란은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무신사와 네이버 간 가품 논란의 시작이 된 티셔츠. 사진제공=무신사

사건의 시작

사건의 발단은 1월 한 소비자가 무신사 럭셔리 플랫폼 '무신사 부티크'에서 산 티셔츠를 리셀 플랫폼 '네이버 크림'에 되파는 과정의 '검수'에서 불거졌다. 당시 크림은 자체 검수 결과 해당 제품을 가품으로 판단했다. 이후 비슷한 문제가 연이어 제기됐다. 결국 크림은 해당 티셔츠 가품 사진을 예시로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무신사 로고가 노출되면서 네이버와 무신사 사이 '전쟁'이 벌어졌다. 

무신사는 가품이 아니라고 펄쩍 뛰었다. 해당 브랜드 공식 유통업체와 명품 감정 서비스에 감정 평가를 의뢰했고, 이들이 정품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무신사는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크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중국과 일본계 검수 플랫폼 등에 문의했고, 가품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논란은 좀처럼 진화되지 않았다. 결국 티셔츠 제조사(피어오브갓)에 검수 요청을 했다. 제조사는 해당 티셔츠가 가품이라고 결론냈다. 제조사의 가품 판정으로 크림은 크게 웃었다. 리셀 플랫폼의 핵심인 '검수 시스템'의 경쟁력을 뽐내는 계기가 됐다. 반면 무신사는 망신살을 넘어 지난해부터 이어온 명품 판매 사업에 치명타를 입었다. 

무신사는 재발방지를 위해 해외 명품에 대한 검수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고 공식 파트너로서 상품을 판매하는 브랜드 파트너십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무신사 측은 "앞으로는 관세청 산하 무역관련지식재산보호협회와 협업해 정품 감정 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며 "글로벌 브랜드와 파트너십 체결을 바탕으로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제품 공급 시스템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관 직원이 산더미처럼 쌓인 짝퉁을 검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짝퉁시장 못 잡는 정품 인증의 한계

"짝퉁 시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속아서 사는 사기 판매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짝퉁인지 알고 매매가 이뤄지는 짝퉁 판매다. 9대1의 비율로 짝퉁 판매 시장이 압도적으로 사기 판매 시장을 앞선다."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로 위조상품 시장을 들여다 보면 가짜 화장품, 가짜 양주 등 정품을 싸게 사고자 하다 구매자가 피해를 입는 사기 판매와 짝퉁 명품 가방, 선글라스, 의류 등 구매자가 심리적 우월감, 만족감 등을 위해 알면서도 싸기 때문에 구매하는 짝퉁 판매 시장으로 나뉜다. 

브랜드들은 짝퉁 시장 근절을 위해 정품 인증 기술과 인증된 정식 유통 채널 발굴에 공을 들인다. 문제는 이런 노력들이 짝퉁 시장의 10%에 불과한 사기 판매 시장을 막는데 방점을 찍은 조치라는 점이다. 브랜드들은 정품인증을 위해 홀로그램, 흔히 QR코드로 불리는 2D 코드, RFID, NFC 등의 기술을 채택한다. 이들은 포장 박스 내지는 보증서 또는 태그 형태로 제품과 동봉돼 정품을 인증한다.  

하지만 이들 기술은 보안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QR코드는 해킹에 매우 취약하며 NFC와 RFID 역시 시간의 문제일 뿐 해킹이 가능하다. 더욱이 상품에 부착된 NFC와 RFID, QR태그는 상품 그 자체가 아니다. 만약 상품에 부착된 NFC와 RFID, QR태그를 떼어내 다른 상품으로 바꿔치기 한다면 어떻게 될까. 결과적으로 정품이 아닌 가품의 유통을 추적하는 꼴이 된다. 

LVMH그룹은 '아우라'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정품 인증서를 발급하며 짝퉁 근절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블록체인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냐…'오라클 문제'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들은 브랜드 인지도 하락 등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위조품 근절을 위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루이비통, 크리스찬 디올, 불가리, 헤네시 등 다수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LVMH그룹은 2019년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아우라(AURA)'를 발표하고 짝퉁 근절에 나섰다. '아우라'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정품 인증서를 발급한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 정품 인증서 발급도 '오라클 문제(Oracle Problem)'을 피해갈 수 없다. 오라클은 블록체인 밖에 있는 데이터를 블록체인 안으로 가지고 오는 과정이다. 잘 구축된 블록체인 안에서 데이터의 위·변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데이터를 들여오는 과정에서는 얼마든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입력하는 사람을 100% 신뢰할 수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짝퉁 구매자와 판매자는 서로 합의해 위조품임을 상호 인지한 상태에서 거래하고 있다. 가짜라고 말하면서 팔고 있고, 가짜인 걸 알면서 구매한다"면서 "이런 시장에서 블록체인 등 다양하고 강력한 정품인증 기술을 도입한다고 한 들 짝퉁 시장이 없어지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근본적 해결책으로 "'비록 짝퉁이지만 짝퉁인지 아무도 못 알아 볼 것이다'라는 짝퉁 구매자의 심리를 깨야 한다"면서 "짝퉁 여부를 손쉽게 식별 할 수 있다면 짝퉁 구매자들의 구매 심리를 위축 시킬 수 있다. 이런 방법이 짝퉁 시장 근절에 보다 유효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짝퉁의 세계]② 편에선 꼬리표나 보증서가 아닌 정품 제품 자체에 삽입된 '보이지 않는 코딩' 기술로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짝퉁 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게하는 국내 벤처 기업의 '인비지블 코드(invisible code)' 기술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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