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 봇물] ② '잡음 없는 편안함'...지주 전환 교과서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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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편 봇물] ② '잡음 없는 편안함'...지주 전환 교과서 'LG'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1.24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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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적 지주사 전환, 허씨와 구씨 '아름다운 이별' 동력 돼
구광모 회장 "신뢰와 사랑받는 지속 가능한 LG 만들겠다"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와 같은 외부 돌발변수부터 기술 고도화에 따른 산업지형 급변 등 기업은 생존과 번영의 기로에서 미래를 준비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변하는 자가 살아 남는다'는 대전제 아래 환골탈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재계의 단상을 ▲지주사 전환 배경과 ▲기업 체질 개선의 교과서로 불리는 LG그룹의 사례 그리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물적분할+상장'의 주주가치 훼손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신뢰와 사랑 받는 지속 가능한 LG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취임 4년 차를 맞이한 지난해 새 도약의 출발점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가시적인 변화의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LG그룹은 지난해 주요 상장회사 이사회 내 ESG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 설립을 완료했고, 감사위원회의 권한 및 독립성을 강화했다. 환경 부분에서도 지난해 국내 기업 최초로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물 회복 연합체(WRC)'에 가입했다. 아울러 사회적 기업 지원과 함께 LG의인상 수여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매진하고 있다. 

LG그룹이 국내 기업들 중에서도 ESG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는 건 선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했기 때문이다. LG그룹은 재계에서도 지배구조 개편의 '교과서'로 통한다. 일찌감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잡음 없이 경영 승계와 계열 분리를 이어오고 있다. 오너일가는 지주사인 ㈜3LG의 지분 46.7%를 보유하며 경영권을 확고히 지키고 있다. ㈜LG는 전자계열과 화학계열, 통신 및 서비스 계열 등 주요 계열사를 순환출자 없이 보유하고 있는 순수 지주회사다. 

2005년 GS그룹 CI
2005년 GS그룹 CI·경영이념 선포 당시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계열분리 20년의 역사

올해는 LG그룹이 본격적인 계열분리에 나선 지 20년이 되는 해다. 

LG그룹은 2002년 LG전선(현 LS전선)의 독립을 공식 선언했다. 같은 해 고(故) 구인회 LG 창업주와 함께 LG그룹을 일군 고 허준구 LG건설(현 GS건설) 명예회장 자녀들은 건설과 유통 계열사로 이동하고 GS 출범을 알렸다. 이 보다 앞서 LIG와 아워홈이 LG그룹의 품을 떠났다. 2007년에는 LG패션(현 LF)가 계열분리했고, 최근엔 LX가 LG에서 떨어져 나왔다. 숱한 계열분리 속에서도 범(凡)LG가는 이렇다할 파열음 없이 안정적으로 계열분리를 마쳤다. 

LG의 첫 계열분리는 1999년 LG화재다. LG화재는 구인회 창업주의 첫째 동생 고 구철회 LG 창업 고문 일가가 맡았으며 2006년 사명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으로 변경했다. LIG그룹은 2004년 LG이노텍 방위사업부문(현 LIG넥스원)을 인수했다. 2000년에는 LG유통 식품서비스사업부문(현 아워홈)과 LG벤처투자(현 LB인베스트먼트)가 LG에서 분리 독립했다. 아워홈은 구인회 회장의 셋째 아들(구자학), LB는 넷째 아들(구자두) 회사다.

본격적인 계열분리는 2001~2002년 진행됐다. GS와 LS, LF 등이 분리됐고,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LG카드(현 신한카드) 등은 금융사에 매각됐다. 2002년 4월 LG그룹은 "2003년으로 예정된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본격적인 계열분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열분리의 하이라이트는 1947년 창립 후 3대에 걸쳐 함께 해 온 구씨와 허씨의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구태회·평회·두회 회장 가계의 계열분리를 위해 LG전선(현 LS전선)을 중심으로 극동도시가스(예스코), LG니꼬동제련(LS니꼬동제련), LG칼텍스가스(E1) 등이 한 그룹사로 모였다. 

허준구 명예회장은 일본 기술을 도입해 전선업 기반을 닦았지만 LG전선을 포기했다. 대신 허씨 쪽은 LG칼텍스정유와 건설, 유통을 가져가기로 했다. LG는 전자와 화학, GS는 정유와 유통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업종을 중심 사업으로 택했다. 

2003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LG전선, LG니꼬동제련, LG칼텍스가스, 극동도시가스의 계열분리를 승인했다. 2004년 1월엔 고 구태회 LG전선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홍 LG전자 회장이 LG전선 회장에 취임했다. LG전선그룹은 2005년 3월 사명을 LS로 바꿨다. 

2004년 4월 ㈜LG 이사회는 그룹을 제조와 서비스 부문으로 나뉘기로 결정했다. 그해 7월 ㈜LG는 화학과 전자부문 지주사인 존속법인 ㈜LG와 서비스부문 신설법인 ㈜GS홀딩스 등 두 개의 지주회사로 분할했다. GL홀딩스와 LG칼텍스정유, LG유통, LG홈쇼핑, LG건설 등 14개 회사는 2005년 1월 계열분리를 완료했다. 그리고 2005년 3월 모든 계열사 이름은 LG에서 GS로 바뀌었다. 

2006년에는 LG상사에서 패션부문이 분사해 LG패션(현 LF)이 설립됐다. LG패션은 2007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했다. LF는 구인회 창업주의 차남 고 구자승 LG상사 회장 일가가 맡았다. 지난해 12월 구광모 회장의 삼촌이자 고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LG그룹을 떠나 LX그룹으로 계열분리했다. LX그룹은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 LG하우시스(현 LX하우시스), 실리콘웍스(현 LX세미콘), LG MMA(현 LX MMA) 등 일부 계열사를 분리해 지난해 5월 신설 지주사인 LX홀딩스를 설립했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가운데). 사진=연합뉴스

안정적 지주사 체제, 잡음 없는 계열분리 원동력

LG그룹이 안정적으로 계열분리를 이룰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단연 일찌감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영향이 크다. LG는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1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후 정부가 지주사 설립을 허용했고 LG는 2000년 7월 '21세기형 경영체제 전환'이라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본격적인 지주사로 전환을 알린 신호탄이다. 당시 LG그룹은 공동 창업주인 구씨와 허씨 일가간 대주주 지분 정리가 필요해 선제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LG그룹은 모두 4단계를 거쳐 지주사로 전환했다. 2001년 4월 LG화학을 인적분할해 지주사인 LGCI와 LG화학, LG생활건강 3개 회사로 출범시켰다. 이후 2002년 4월 LG전자를 LGEI와 LG전자로 인적분할했다.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화학 부문 지주사인 LGCI가 LG생활건강과 LG화학 지분을 취득하고 전자 부문 지주사인 LGEI가 LG전자 지분을 가져가면서 지주사가 됐다. 

2003년 3월 LGCI와 LGEI가 합병하며 ㈜LG가 탄생했다. 이로써 지주사 전환에 마침표를 찍은 LG그룹은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오너 일가 지분을 지주사로 집중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4년 7월 공동 창업주 허씨 일가가 GS로 계열 분리할 수 있었다. 그동안 LG그룹은 GS와 LIG, LS, LF, LX, 아워홈, 일양화학, 희성그룹, LT그룹 등 수많은 기업으로 계열분리를 했음에도 안정적이고 투명한 지배구조 덕분에 잡음 없이 계열분리를 마칠 수 있었다는 게 재계의 공통적인 평가다. 

LG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크게 전자 계열과 화학계열, 통신 및 서비스 계열로 나눌 수 있다. ㈜LG는 주요 계열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며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지주사를 정점으로 주요 계열사들이 수평계열화된 게 특징이다. LG그룹이 지배구조의 '교과서'로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자계열은 LG전자를 중심으로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로보스타 등이 상장사다. LG그룹의 모태는 1947년 설립한 락희화학공업(현 LG화학)이지만 LG그룹의 중심은 LG전자다. ㈜LG는 LG전자의 지분 33.7%를 보유하고 있다.

화학계열은 ㈜LG가 지분 33.3%를 보유한 LG화학이 정점이다. 그 아래 최근 상장을 앞두고 있는 100%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 팜한농, 씨텍 등 회사가 있다. 

통신·서비스계열은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 미디어로그 등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LG가 LG유플러스 지분 37.3%를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와 뷰티, 식음료 등 사업을 맡고 있는 LG생활건강은 코카콜라음료와 더페이스샵, 해태HTB, 태극제약 등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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