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 봇물]① 재계, 줄잇는 지주사 전환 왜?
상태바
[지배구조 개편 봇물]① 재계, 줄잇는 지주사 전환 왜?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1.21 1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주사 전환, 순환고리·일감몰아주기 등 해소에 기여
금융사 품은 삼성·현대차·한화, 지주사 전환 기조에 속앓이
국내 주요 기업들이 지주회사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와 같은 외부 돌발변수부터 기술 고도화에 따른 산업지형 급변 등 기업은 생존과 번영의 기로에서 미래를 준비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변하는 자가 살아 남는다'는 대전제 아래 환골탈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재계의 단상을 ▲지주사 전환 배경과 ▲기업 체질 개선의 교과서로 불리는 LG그룹의 사례 그리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물적분할+상장'의 주주가치 훼손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2022년 임오년 새해 재계의 화두는 지주사 전환이다.

세밑 포스코는 지주회사로 전환을 선언했다. 그리고 세아베스틸 역시 20일 지주사로 탈바꿈하겠다고 공언했다.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우려 섞인 시각 속에 기업은 왜 지주회사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을까. 

통상 지주회사는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서 계열사 지분을 소유해 지배권을 행사하는 회사를 말한다. 과거 지주회사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를 목적으로 주로 설립됐다. 경영 형태는 단순했다.

알짜 계열사로부터 배당을 받거나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식의 관리형 지주회사가 주를 이뤘다. ㈜LG와 SK㈜ 같은 순수 지주회사가 이런 유형이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순수지주회사는 그룹 차원의 불확실성 대응 전략을 짜고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선제적 투자에 나서는 등 '관리형→투자형'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 왜?

기업들이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우선 정부의 강력한 압박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대기업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는 ▲총수 일가의 편법 지배력 확장 억제 ▲지배구조 개선 ▲일감 몰아주기 해소 등을 대기업 개혁 과제로 꼽았다.

지주사 전환은 정부가 추진 중인 개혁과제를 한꺼번에 푸는 방법이다. 국내 기업의 지배력 문제는 주로 순환출자에서 비롯된다. 오너 일가는 'A→B→C→A형 순환고리'로 지배력을 유지해 왔다. 단적으로 롯데의 경우 지난2014년까지만 해도 그룹 내 수십 개 계열사 사이에 순환출자 고리가 400개가 넘었다.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는 지주사 체제로 바꾸면 지주사와 '지주사의 계열사'로 단순화할 수 있다. 이 경우 지주회사는 말 그대로 '주식을 가진 회사'가 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상장 회사의 지분 20% 이상, 비상장 자회사의 주식은 40% 이상 확보해야 한다. 법적 요건을 충족하면 합법적으로 지배구조의 정점을 차지할 수 있다. 

지주사 체제 아래에선 일감 몰아주기 문제도 사라진다. 공정거래법은 같은 지주사 아래에 있는 회사들끼리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주사로 전환하면 경영 투명성이 높아지고 공정성 시비는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주사로 전환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전환에 따른 혜택이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려면 핵심 계열사를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거나 비슷한 속성의 자회사를 합병해야 한다. 분할이나 합병을 통해 지주사로 바꾸는 과정에서 모든 자산에 양도차익이 발생하고 기업은 납세의 의무를 진다. 

정부는 자산을 팔아 목돈이 생길 때까지 양도차익 부담을 유예하는 '과세이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예초 2018년 이 제도를 끝내려 했으나 지난해까지 연장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30일 국회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반도체, 배터리, 백신 등 72개 분야에서 과세 이연과 세금감면, 공제 특례를 2년 더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023년 12월31일까지 과세이연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국회에서 지주사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이 줄줄이 입법대기 중인 점도 지주사 전환을 부추긴다. 국회에는 지주사 요건을 현행 상장 20%, 비상장 40%에서 상장 30%, 비상장 50%로 강화하는 법인이 올라 있다. 주가가 높은 기업의 경우 지분율 1%를 확보하기 위해 수천억을 들여야 하는 상황에서 지분 요건 10% 강화는 기업 입장에선 매우 부담스러운 조치일 수 밖에 없다. 

지난해 기준 자산 규모 5조 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은 모두 71개로 2020년 대비 7개 늘었다. 쿠팡 등 8개 집단이 신규 지정됐고, KG가 제외됐다. 이들 중 LG, SK, 롯데, CJ, 코오롱, 부영, 셀트리온 등이 지주사 체제를 갖췄다. 반면 삼성, 현대차그룹, 한화, 네이버, 동부 등은 아직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지 못했다. 

금융회사를 주력 계열사로 품고 있는 삼성, 현대차그룹, 한화그룹이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회사를 주력 계열사로 품고 있는 삼성, 현대차그룹, 한화그룹이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현대차그룹·한화 지주사 전환 못하는 이유

국내 10대 대기업 중 지주사로 전환하지 못한 곳은 삼성과 현대차그룹, 한화, 포스코 4곳이다. 지주사 전환을 선언한 포스코를 제외하고 보면 삼성과 현대차그룹, 한화는 왜 지주사로 전환하지 못할까하는 의문이 든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 3개 그룹이 지주사로 탈바꿈하지 못하는 이유는 '금융회사'다. 한국기업평가원이 2020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 그룹은 금융회사를 포기할 수 없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반 지주사의 금융회사 지분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을 매각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금융사를 통해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어 금융사를 포기할 수 없는 구조다. 삼성그룹은 순환출자 고리 해소하면서 삼성물산에서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굳히게 됐다. 

특히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등의 최대주주로 그룹 내 금융부문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삼성중공업과 호텔신라, 에스원, 삼성경제연구소 등 비금융 계열사 지분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금융회사를 통해 주력사를 지배하는 구조 탓에 지주사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지주사 전환을 검토했지만 이듬해 검토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도 비슷하다. 주력인 자동차사업을 위해 금융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자동차 자체가 고가다 보니 현금을 일시에 납부하고 구입하기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할부나 대출, 리스 등 금융서비스가 보편화 돼 있다. 

소비자 편에서 보면 자동차업체의 금융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접근성 및 편리성에서 유리하다. 자동차 업체 또한 전속금융회사를 통해 할부금리, 선수금 등 다양한 판매조건을 만들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부가서비스 등을 통해 자동차업체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를 높여 재구매를 유도하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전속금융회사를 보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화그룹 역시 그룹 내 보험과 증권 등 금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사업지주회사인 ㈜한화가 있지만 본격적인 지주사 체제로 전환은 금융회사 포기를 의미한다. 한화그룹 전체 매출 중 금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40% 남짓이다. 20%가 안되는 삼성그룹과 4% 수준인 현대차그룹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