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경영권 분쟁, 임종윤·종훈 형제 승리…OCI그룹과 통합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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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경영권 분쟁, 임종윤·종훈 형제 승리…OCI그룹과 통합 무산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4.03.2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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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주총…장·차남 측 후보 5인 모두 이사회 진입
OCI그룹 "주주 뜻 겸허히 수용…통합 절차 중단"
1조 투자금 유치 등 목표 실현 가능성 숙제로
임종윤(왼쪽)·임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종윤(왼쪽)·임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측 이사 후보 5명의 선임 안건이 가결됐다. 3개월 가까이 이어진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서 형제가 승기를 잡으며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도 무산됐다.

이날 한미사이언스는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 신텍스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이날 주총의 주요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등이다. 표 대결은 이사와 감사위원 선임의 건에서 진행됐다.

사내이사 선임을 위한 의결권 주주 대상 투표를 집계한 결과,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이우현 OCI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이들을 비롯한 한미사이언스 측 후보 6명은 모두 선임에 실패했다. 

반면 임종윤·종훈 형제를 비롯한 형제 측 후보 5인은 모두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이로써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9명 중 절반이 넘는 5명을 확보했다.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 반대하는 형제 측 인사가 5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게 됐다.

이에 대해 OCI홀딩스는 주총에서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합 절차는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아내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은 지난 1월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 계약을 추진했다. 그러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해당 통합은 임 회장 사후 발생한 상속세 5400억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대하며 경영권 분쟁이 이어졌다. 

통합을 위해 한미사이언스 측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사내이사), 이우현 OCI 대표이사 회장(사내이사),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기타비상무이사), 박경진 한국회계학회 가상자산위원회 위원(사외이사), 서정모 모나스랩 대표이사(사외이사),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학과장(사외이사) 등 총 6명을 후보로 내세웠다.

임종윤, 임종훈 전 사장 측이 제안한 후보자는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사내이사),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사내이사),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기타 비상무이사),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기타 비상무이사), 사봉관 변호사(사외이사) 등 5인이다.

앞서 주주총회 전날까지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은 42.66%의 지분을 확보하고 형제 측은 40.57%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소액주주의 표심에 따라 결과가 판가름날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로 이날 결과는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들이 형제 측을 지지하며 승패를 좌우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미사이언스는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 신텍스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이날 주총에 출석한 주주는 위임장에 의한 대리 출석을 포함해 2160명이다. 이들의 총 소유주식은 5962만여 주로 이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6776만여 주의 88.0% 해당한다.

소액주주의 지지에 힘입어 사내이사로 합류하게 된 형제 측에도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아있다. 이들은 주총에 앞선 기자간담회 등에서 1조원 투자 유치를 통한 5년 이내 1조 순이익 달성, 시총 50조 탑티어 진입에 이어 장기적으로 시총 200조 달성 등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이같은 비전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이날 주총은 출석 주주 위임장 집계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며 당초 개회 시간인 오전 9시보다 3시간 이상이 지난 오후 12시 30분 무렵 시작됐다.

송 회장은 이날 건강상의 이유로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도 불참했다. 이에 따라 신성재 전무이사가 대표이사 직무대행자로 주총 의장을 맡았다. 

신 전무는 “당사 정관 제23조 제2항 및 제36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전무이사인 제가 대표이사의 직무 대행자로 의장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직무 대행에 임종윤·종훈 형제 측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임종윤 전 사장은 신 전무에게 "전무냐, 전무이사냐" 물은 후 "등기이사가 아닌데 왜 이사라고 말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또 다른 주총 참석자는 "미등기 임원은 권한 대행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고등법원 판례가 있다"며 "절차 진행의 적법성 여부에 향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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