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 카드사에 車금융 밀려...PF 시장 진출 후 '건전성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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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사, 카드사에 車금융 밀려...PF 시장 진출 후 '건전성 적신호'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3.22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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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저금리 앞세워 자동차금융 장악
캐피탈, 부동산 PF 확대했다가 곤욕
연체율 증가하고 부실채권은 충당금보다 빨리 늘어
순이익은 뒷걸음질..."유동성 악화시 리스크 ↑"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카드사들이 낮은 이자율로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을 장악하면서 이를 주요 먹거리로 삼았던 캐피탈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소형 캐피탈사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방향을 틀어 활로를 모색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에 연체율이 급속도로 늘며 외려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실채권은 충당금 적립 속도보다 빠르게 늘었고 순이익은 뒷걸음질 쳤다.

22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24개 중소형 캐피탈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잔액은 6조7308억원이다. 지난 2018년 5조5283억원에서 7년 동안 1조원 증가한 액수다.

같은 기간 7개 신용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자동차 할부금융 규모는 7조714억원에서 9조8994억원으로 늘었다. 2021년 9조7664억원, 2022년 10조6909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역시 10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들이 저렴한 이자를 앞세워 자동차 금융시장을 잠식하자 캐피탈사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동산 PF라는 고위험·고수익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부동산시장 호황에 힘입어 2019년부터 아파트, 오피스텔 등 주거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PF규모를 빠르게 늘린 것이다. 2020년 이후에는 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 상가 등 비주거용 부동산 대출에 집중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캐피탈사 영업자산 중 부동산PF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말 7.6%, 2018년말 9.9%, 2019년말 11%, 2020년말 13.2%, 2021년말 14.3%, 2022년말 14.7%로 높아졌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한국은행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사의 부동산PF 대출은 지난 2017년 말 6조3000억원, 2018년 말 7조9000억원, 2019년 말 10조4000억원, 2020년 말 13조8000억원이었다. 이어 금감원은 2021년 19조5000억원, 2022년 26조8000억원, 지난해 2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최근 부동산경기가 악화하면서 PF부실 리스크가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사의 PF대출 연체율은 2020년 0.28%에서 2021년 0.47%, 2022년 2.2%, 지난해 4.65%로 뛰었다.

대출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은 부실채권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51개 캐피탈사가 적립하고 있는 충당금은 총 4조89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1% 늘었다. 같은 기간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은 3조993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1.3% 높아졌다.

이들이 떠안고 있는 총 연체 잔액은 3조988억원이다. 2003년 3조3469억원 이후 3조원대 진입은 20년만이다.

캐피탈사 업황은 카드사와는 딴판이다.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5823억원으로 전년 2조6062억원 수준이었다. 비카드 여전사 163개곳의 순이익은 2조7026억원으로 전년 3조4067억원 대비 7041억원 줄었다.

전문가들은 아직 캐피탈사 PF의 전반적인 부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위기가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신용상 연구위원은 "작은 캐피탈사일수록 대체로 신용등급과 PF대출 변제순위가 낮다“며 ”지역적으로는 수도권 외곽·지방지역 비중과 사업용도별로는 비선분양·비아파트 비중이 높아 부동산 경기가 불확실하면 완공 후 매각 위험 등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2022년 하반기 같은 자금시장 경색 상황이 발생하면 차입시 단기물 의존도가 높아지고 조달금리도 급등하는 등 유동성 여건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차환위험(이미 발행된 채권을 새로 발행된 채권으로 상환)과 리파이낸싱 위험(자금상환을 위해 다시 자금을 조달)에 직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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