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비트코인은 실체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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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비트코인은 실체가 없잖아요!!
  • 이병관 기자
  • 승인 2024.03.19 09: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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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실체가 없잖아요!!
GE캐피탈 한국법인에서 수십년간 최고경영자로 재직했던 지인이 최근 모 포럼에서 담소를 나누면서 필자에게 건넨 말이다. 이 분이 말한 요지는 원화 등 법정통화는 국가가 보증하고 관리해주는데,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누가 보증도 안하고, 관리하는 주체도 없기 때문에 어떻게 신뢰할 수 있냐는 것이다.

무릇 화폐라 함은 주체나 신뢰할 수 있는 국가나 기관이 있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그게 없다는 얘기다. 필자가 주변에서 무수히 듣는 논리다. 화폐는 정말 발행과 관리하는 주체가 있어야 하는 것일까. 

많은 이들이 화폐와 국가를 본능적으로 연결시킨다. 국가가 화폐 발행권을 독점하고, 금리 조절, 재정 정책을 통해 화폐 유통량을 조절해, 과도한 경기 과열과 경기 수축을 관리하는 것이 지금 자본주의 세상의 당연한 이치라고 학교에서, 사회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사실 이 당연한 이치는 1971년 리차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금본위제를 포기한 이후부터 시작된 논리다. 수천년 인류 화폐 역사에서 아주 최근 몇십년 들어 발생한 시스템이다. 그 전에는 금본위제, 즉 금이 화폐였다. 패권 국가가 마음대로 화폐를 발행할 수 없게 특정 국가에 귀속되지 않는, 자연에 희귀하게 존재하는 금을 화폐로 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고대 로마부터 영국 제국주의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가는 예외없이 화폐 발행을 남발하면서 쇠락이나 패망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금이 본질적인 화폐이지만, 금은 쪼개거나 갖고 다니기 힘들어 교환수단으로 쓰기 힘드니까, 미국이 가진 금의 가치만큼 한도를 정해서 달러를 발행해 쓰자는 것이다. 달러를 금에 고정시키고, 파운드화, 엔화 등 여타 국가의 화폐를 달러화에 고정시켰다. 이른바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이다. 

하지만 미국의 무역, 재정적자가 쌓이면서 금이 바닥났고, 닉슨이 결국 1971년 금본위제를 포기했다. 이때부터 달러화, 엔화 등 각국 통화는 서로 발권 경쟁을 벌이며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변동환율제 시대를 맞았고, 헤지펀드 등 금융자본들은 취약 국가의 통화 사냥에 나서며 세계 곳곳은 주기적으로 경제 금융위기를 맞았다.    

사실 인류 화폐 역사에서 지금처럼 정부가 어떤 구속도 받지 않고 재량으로 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수천년 역사에서, 인류가 적어도 2000년 넘게, 그리고 최종적으로 찾은 화폐는 금이다. 희소하기 때문이다. 문헌상 기원전 7세기 리디아 문명(지금의 서아시아에 위치한 튀르키예 공화국)이 처음으로 금화를 썼고, 이어 로마도 금화를 통용시켰고, 네덜란드, 스페인 패권시기에는 금은 복본위제를 했고, 영국 제국주의 때는 금본위제를 도입했다. 금은 정부가 마음대로 발행할 수 없고, 어떤 국가의 독점권도 아니며 자연에 희귀하게 존재하는 물질일 뿐이다.
인류는 자연에서 희소한 무엇인가를 찾아서 그것을 화폐로 써왔다. 화폐는 결코 국가의 독점 전유물이 아니었다. 화폐는 희소성을 찾아가는 인류의 여정인 것이다. 석기 시대는 조개껍데기였고, 고조선 시대에는 청동검이기도 했다. 희소한 것을 찾아 화폐로 쓰다가, 기술의 발달로 그 희소한 것이 흔해지면 또 다른 희소한 것을 찾았다. 화폐가 되려면 희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를 포함해 누구나 쉽게 마음대로 화폐를 발행하고 조작할 수 있다면, 그 화폐는 결국 쓰레기가 된다.

화폐는 국가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는 현대인의 믿음은 신화에 불과하다. 국가는 오히려 화폐를 남발함으로써 화폐를 타락하게 만들어왔다. 그래서 인류가 찾은 것이 국가를 포함해 어느 누구도 마음대로 발행, 조작할 수 없는 금이다. 금의 가치는 희소성에서 나온다. 매년 1.5%씩 소량의 새로운 금이 시장에 흘러들어올 정도로 희소하다.

인류 문명이 탄생한 이래 금, 은 등 모든 화폐는 자연 물질에서 찾은 화폐였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이 자연에서 찾지 않고, 암호학을 활용한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획기적 사건이다. 비트코인은 금처럼 희소하다. 총 발행량이 2100만개로 이제 앞으로 캐질 물량이 200만개도 채 남지 않았다. 올 4월 반감기가 도래하면 신규 유입 물량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디지털 금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화폐는 눈에 보일 필요도 없고, 국가든 누구든 보증할 필요도 없다. 사실 국가가 보증한다는 것은 결국 화폐 발행권을 위임받는 특정인이나 특정 그룹이 개입한다는 것으로 ‘신뢰’의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금처럼 비트코인은 국가를 없애버렸다. 국가를 없애버려야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폐 존재의 근간은 ‘신뢰’다. 만지거나 볼 수 없는 사랑, 의리, 우정 같은 추상화의 대상인 것이다.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라고 말하기에 앞서, 화폐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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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2024-03-19 10:53:46
이해가 잘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