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일 칼럼] 나도 국회의원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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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 칼럼] 나도 국회의원 하고 싶다  
  • 전형일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3.1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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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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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 칼럼니스트]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좋은 정치인의 덕목으로 ‘열정, 균형감각, 책임감’을 꼽았다. 

우리나라는 정치인(국회의원)에 대해 아예 법률로 ‘국민에게 봉사(奉仕)하는 직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봉사’하는 의원들에게 국가는 소소한(?) 지원과 배려를 해준다. 

우선 국회의원 월급은 세비(歲費)라 부른다. 명칭부터 차별화를 갖는다. 세비는 크게 수당·입법활동비·특별활동비·여비 등으로 구분된다. 만약 의원이 겸직할 경우, 그중 액수가 많은 쪽을 택일해서 받는다. 그 밖에 여비는 정부 공무원에 준하여 지급한다. 

올해 세비는 2023년보다 1.7% 인상된 1억5700만 원이다. 2023년 우리나라 1인당 평균 소득(GNI)은 4405만 원 정도다. 이 밖에 입법 및 정책 개발비, 차량 유지비, 문자 발송비 등 각종 의정활동 지원비가 약 1억1200만 원 지급된다. 매년 1억5000만 원의 후원금도 거둘 수 있고 모금한도액을 초과할 경우, 20% 내에서 초과 모금할 수 있다. 선거비용은 전액 국고에서 보전되기 때문에 후원금은 의원이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국회 상임위원장이 되면 연간 1억2000만 원의 판공비를 받는다. 2015년 홍준표 당시 상임위원장이 생활비로 썼다는 그 ‘쌈짓돈’이다. 월 차량 유지비 100만 원도 추가된다.  

이 중 30% 정도에 해당하는 입법활동비와 특수활동비 등은 비과세로 분류돼 같은 소득 규모를 가진 국민보다 세금을 훨씬 적게 낸다.  

의원 한 명의 보좌 인력은 9명(일본은 3명)으로 이들의 인건비까지 합하면 의원실에 지원되는 세금은 연간 7억 원에 이른다.  

이는 구속된 의원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특별활동비를 제외한 수당과 명절휴가비도 지급된다. 현재 수감된 의원들도 이 기준에 따라 세비를 받고 있다. 

지난 2020년 7월16일 국회. 국회의원에 당선된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1대 개원식에서 국회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0년 7월16일 국회. 국회의원에 당선된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1대 개원식에서 국회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의원이 되면 의원회관 내 이발소, 헬스장, 목욕탕, 약국 등은 물론 비행기 비즈니스석, KTX 특실, 공항 귀빈용 주차장과 VIP 라운지 등을 무료로 이용한다. 1년에 두 번 세금으로 해외 시찰을 할 수 있다. 참고로 2023년 4월 여야 국회의원 5명이 ‘재정 준칙’ 관련 견학차 스페인, 프랑스, 독일에 열흘간 9000만 원을 사용했다. 해외 공관은 이들을 위한 편의 제공과 극진한 접대는 필수다,  

그럼에도 국민은 누가 언제 해외에서 무엇을 했는지 어떤 입법에 반영했는지 대부분 모른다. 봉사하는 사람들은 드러내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가족에 대한 배려도 만만치 않다. 국회 고성연수원은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존비속(조부모, 손자녀)뿐만 아니라 형제, 자매까지 이용할 수 있다.  

모든 비용은 국민 세금이니 결코 세비가 밀리거나 부도날 염려가 없다. 의원들은 이를 ‘열정 페이’정도로 생각한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법적 권한과 특혜는 60개 정도다. 이 외에 크고 작은 혜택을 합치면 180여 개에 이른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특권은 역시 불체포특권(헌법 제44조) 및 면책특권(헌법 제45조)이다. 불체포특권이란 국회의원이 범죄를 저질렀어도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엔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면책특권은 국회에서 가짜뉴스를 퍼뜨려도 자유롭다. 

이러한 명시적인 지원 외에 접대와 의전은 어떠한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로 약 7년간 수행팀장을 지냈던 문상철(40) 씨의 '몰락의 시'에 따르면 ‘의전(儀典, protocol)’을 안 전 지사 몰락의 큰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안 지사는 초기와는 달리 점차 더 철옹성 같은 의전을 원했다”고 말했다. 또 “안 지사의 출퇴근 시 근무자가 정자세로 경례하며 영접해야 했고, 커피에 시럽을 얼마나 넣는지까지 업무 매뉴얼에 담겼다” 심지어 “간단한 예방접종도 도청 산하 공공의료원 간호사들을 집무실로 불러 맞았다”고 밝혔다. 

전직 의원들이 제일 그리워하는 것이 ‘의전’이라는 얘기도 있다. 

다행히 대부분 국회의원은 특권의식으로 가득한 거만함은 전혀 없다. 만나 본 사람은 안다.  

국회의원으로는 권력과 명예 그리고 부(富)를 얻을 수 없다. 그럼에도 나이, 도덕성. 전과 등에 관계 없이 지원한다. 심지어 실형(實刑)이 확정돼도 도전할 정도로 진입장벽이 낮다. 오로지 ‘봉사’에 대한 강한 열의만 있으면 된다. 정년도 없다. 무엇보다 국회의원에 관련된 연봉, 복지 등 모든 걸 의원들 스스로 결정한다. 남에게 신세 지는 걸 싫어해서 그렇다. 

나 역시 오직 봉사에 전념인 국회의원직에 최적화돼 있다. 

우선 나는 천성(天性)이 부박(浮薄)하다. 위선자(僞善者)라는 평판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염치(廉恥)도 없다. 가진 것도 많이 없지만 눈치도 염치도 없다. 영어 이름이 스크루지(Scrooge)일 만큼 인색하기도 하다. 인생에 도움이 되는 덧셈, 뺄셈 계산은 잘해도 나눔의 나누기는 모른다.  

또 나는 ‘아부와 다이어트는 평소에 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주군(主君)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할 준비가 돼 있다. 막말과 독설은 늘 생활화하고 있다. 입을 벌리면 욕이고 망언도 가끔 한다. 내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군을 보호하고 적(敵)을 공격하는 임무를 맡겨만 주시라.  

주역(周易)의 원리는 ‘뜻대로 되지 않으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간다(窮卽變 變卽通 通卽久)’이다. 따라서 나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신념이나 계파, 주군을 바꿀 융통성이 있다. 또한 목적을 위해 탈당, 농성, 단식, 분신 시도 등도 마다하지 않을 배짱도 있다. 이를 ‘철새’나 ‘배신자’라는 조롱과 비난에도 대의(大義)를 위한 과하지욕(袴下之辱) 정도로 여기는 대범함도 갖췄다. 왜냐하면 성리학 시대나 명분(名分)이 중요하지,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실리(實利)가 중요하다는 이데올로기를 믿기 때문이다. 

선거 시 시장에서의 먹방도 잡식성이라 괜찮다. 보여주기식 정치도 능하다.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주민에게 겸손하게 친한 척을 하는 것도 문제없다. 다중인격이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어차피 공천으로 인한 스트레스나 선거운동 등 서민 체험도 길어야 한 달이다. 그 정도 버틸 인내력과 체력도 된다. 이후에는 국가와 국민에게 ‘헌신(獻身)’할 수 있는 4년의 기회가 보장된다. 

베버는 정치인 세 가지 덕목 중 ‘책임감’을 가장 강조했다. 필요한 약속은 잘 지킬 정도로 책임감이 강한 나도 봉사하고 싶다.  

● 기자 출신으로 주로 경제부에서 근무했다. 원광대학교에서 '동중서의 음양론 연구'로 철학박사(命理學)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대학 등에서 명리학 강의를 하고 있다. 일간지에 ‘전형일의 사주이야기’ 등을 연재하고 각종 매체에 칼럼을 기고 중이다. 현재도 ‘세상 이치’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저서로는 '명리 인문학'과 '사주팔자 30문 30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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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8 17:04:15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 국회의원 후보들, 당선자들 모두 보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