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희의 도보기행] 봄 맞이 트레킹 – 양평 산수유 마을과 추읍산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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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의 도보기행] 봄 맞이 트레킹 – 양평 산수유 마을과 추읍산 둘레길 
  • 박경희 도보기행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3.15 11:1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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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도보기행 칼럼니스트
박경희 도보기행 칼럼니스트

[박경희 도보기행 칼럼니스트] 남쪽에서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2024년 봄이 기지개를 켰다.

서울에서는 조금은 이르지만 근교로 봄꽃 마중 트레킹을 나섰다. 운이 좋으면 영원불변의 사랑을 품은 봄의 전령사 산수유꽃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안고서...

아직 겨울을 완전히 보내지 못하고 추운 날이 계속되고 있어 산수유가 활짝 피어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없었다. 봄이 어디쯤 왔는지 보고 싶어 봄맞이로 양평 내리 산수유마을과 추읍산 둘레길을 걸어볼 계획이었다.

출발하는 날은 전날부터 기온이 내려가 봄을 시샘하는 상당히 추운 날씨였다.

서울 근교에 오래된 산수유나무가 어우러져 꽃이 피면 운치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곳이 이천과 양평에 있다. 이천 백사면 산수유 마을은 근래에 유명세를 타고 많은 이들이 찾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이천은 잘 가꾸어진 산수유 군락지의 모습이라면, 양평 산수유 마을은 꾸미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산수유 군락지이다.

경의중앙선을 타고 출발지인 원덕역에서 내렸다. 원덕역 앞에 세워진 이정표는 추읍산 방향을 양방향으로 알려주고 있다.

원덕역을 나오면 추읍산으로 향하는 양방향 이정표를 볼 수 있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어느 쪽이든 추읍산과 내리 산수유 마을로 갈 수 있어 왼쪽이 선택됐다. 원덕교를 건너 천변으로 내려가니 흑천을 따라 벚나무가 줄지어 있어 벚꽃이 피면 환상의 벚꽃길을 이루겠다.

원덕리와 공세리를 지나 한참을 걸어 들어가도 예전에 있던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마을 어르신께 길을 물어 불곡리 마을을 지났지만 결국은 낙엽이 쌓여 길도 없는 경사가 심한 산을 넘어야 했다.

길을 찾아다니면서 마을과 주변의 논밭을 구경하는 재미는 있었다. 아직 겨울의 모습을 떨치지 못한 논에는 가을날 잘려진 벼 그루터기만 차가운 물 속에 남아있었다. 

지난해 밭에 깔아놓은 검은 비닐은 산전수전을 겪은 모습으로 찢겨진 채 차가운 봄바람에 몸을 맡긴 모습이었다. 비닐하우스가 모여있는 곳은 물결처럼 일렁이고 있었고, 밭에는 추위를 모르는 마늘이 앳된 초록 잎을 자랑하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가시로 이 세상에 무서울 것 없이 위풍당당 서 있는 엄나무는 인간에게 맛있는 부드러운 잎을 주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 옆 두릅도 날씬한 몸으로 새순 내보낼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밭 가장자리에 있는 냉이는 하얀 꽃을 피워 나물로서 끝을 알리기 시작하였고, 광대나물은 붉은 꽃망울을 살짝 보이고 있었다. 꽃다지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노란 꽃을 피우고 있었다.

냉이꽃.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냉이꽃.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꽃다지.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꽃다지.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공세리에서 불곡리로 가는 길에는 앙증맞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린 산수유가 반겨주어 활짝 핀 산수유꽃에 대한 희망을 조금은 가져보았다.

꽃망울 터뜨린 산수유 나무.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꽃망울 터뜨린 산수유 나무.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꽃망울이 터진 산수유 나무.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꽃망울이 터진 산수유 나무.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산에서 내려와 내리 마을로 가는 도로의 가로수도 산수유나무이다. 일주일만 늦게 찾아왔어도 활짝 피기 시작하는 산수유꽃을 보면서 걸을 수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 

내리 산수유 마을.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내리 산수유 마을.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내리 마을로 들어서니 마르고 뒤틀린 껍질의 오래된 산수유나무가 마을 안을 감싸며 줄지어 있었다. 만삭의 배처럼 보인다는 추읍산 아래에 있는 내리 마을은 볕이 좋은 곳으로 산수유꽃이 활짝 피고, 진달래와 개나리까지 합세하면 꽃 속에 파묻히겠다. 구례 산수유 마을처럼 규모가 크지는 않으나 오래된 산수유나무가 뿜어내는 고고한 분위기가 있는 마을이었다.

지붕을 배경으로 서있는 산수유나무에는 지난해 가을과 올해의 새로운 봄이 만나고 있었다. 가지마다 쭈글쭈글 주름진 얼굴로 꽃망울을 터뜨린 새로운 탄생을 지켜보는 빨간 열매가 그대로 달려 있어 세상 순환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지난해 가을부터 있었던 빨간 산수유 열매와 올해 영근 꽃망울의 만남.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지난해 가을부터 있었던 빨간 산수유 열매와 올해 영근 꽃망울의 만남.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산수유꽃이 활짝 피면 마을의 돌담길과 마을 가운데로 흐르는 작은 개울과 주변의 논밭이 함께 멋진 봄날의 풍경화를 만들어 내겠다. 이때가 되면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양평 주읍리와 내리 산수유마을에는 100년 이상 수령의 산수유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자라고 있고, 재배역사는 300~400년이 넘는다고 한다.

주읍리에는 세조가 하사하였다는 산수유 시조목이 보호를 받고 있다. 이 시조목에서 주변으로 산수유나무가 퍼져나갔다고 한다.

세조가 산수유나무를 하사한 이야기는 세종대왕의 영릉 터를 조성하던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왕실은 세종대왕 능을 조성할 터에서 물이 나와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 한 노승이 산수유마을 뒷산인 추읍산에 우물을 파면 수맥이 빠져나가 물이 차지 않을 것이란 말을 하였다. 덕분에 무사히 영릉을 조성할 수 있었고, 이러한 공로를 인정해 세조는 귀한 산수유나무를 마을에 하사했다는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다.

수확한 산수유를 판매하여 자식들 대학을 보냈다고 해서 ‘대학나무’라는 별칭이 있는 산수유가 예전에는 귀한 소득원이었음을 알 수 있다.

개군면의 주읍리와 내리 마을의 산수유는 경동시장 약재상에서 알아주었으나 중국산에 밀려 경제성이 없어지면서 산수유를 수확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는 마을을 찾아온 방문객들에게 계절마다 소박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위치로 변신을 하였다.

추읍산.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추읍산.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내리 마을을 둘러보고 임로를 걸어 고개 정상에 오르면 추읍산 정상이 1.54km 거리에 있다고 알려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추읍산은 해발 583m로 높지 않아 산수유꽃을 즐기고 정상까지 갔다 올 수 있다. 고개를 넘어 내려가는 길은 음지로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한쪽으로 잔설이 남아있었다. 가는 겨울이 오는 봄에게 과다한 시샘만 내지 않는다면 올해 마지막으로 쌓여있는 흰 눈을 보는 것이었다.

흑천.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흑천.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흑천을 건너면서 이어지는 산에서 아주 서서히 봄이 오고 있는 것이 전해졌다. 지금은 행여 눈에 띌까 봐 천천히 다가오고 있지만 어느 한순간 화사한 봄날이 눈앞에 펼쳐져 있을 것이다.

추읍산을 배경으로 흐르고 있는 흑천 전경.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추읍산을 배경으로 흐르고 있는 흑천 전경.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추읍산과 개군 저수지를 가운데 두고 내리 마을과 주읍리 산수유마을이 있다.  매년 4월 초쯤 산수유꽃을 주제로 '개군 산수유 축제'가 열린다. 

산수유 열매와 꽃을 재료로 한 먹거리와 개군면 특산품인 토종 한우를 맛볼 수 있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남쪽과 달리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4월이 되어야 진달래, 개나리보다 일찍 피는 산수유로 봄꽃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한다.
꾸밈이 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내리 마을 산수유꽃이 꽃망울을 터트렸으니 기온만 온화해지면 활짝 피어 노란 꽃 대궐을 이룰 것이다.

추읍산 아래 수령 100년 이상의 산수유나무가 군집해 있는 양평 산수유마을에서 봄날을 만끽하려면 욕심내지 않고 느릿느릿 즐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트레킹 일시 : 2024년 03월 09일 (토)
▶트레킹 장소 : 양평 산수유 마을
▶트레킹 코스 : 원덕역~흑천~공세리, 불곡리~개국면 내리 산수유마을~추읍산 둘레길~흑천~원덕역

박경희 도보기행 칼럼니스트는 산에 오르고 계곡을 걷는 게 좋아 친구들과 함께 국내외로 등산과 트레킹을 다닌지 어느새 30여년이 지났다. 야생화가 너무 이쁘고 좋아 사진에 담는 일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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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 2024-03-19 10:35:25
멋진 글과 더 멋진 사진이네요.

주니맘 2024-03-19 09:20:03
봄이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빡새로이 2024-03-16 19:22:07
가족이랑 산수유축제 다녀와야겠어요~ㅎㅎ

산수유 2024-03-15 11:47:40
양평 산수유 언제쯤 활짝 피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