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배상' 결국 소송전으로?...금융권 "원금100% 보상요구 투자자 어떻게 달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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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ELS배상' 결국 소송전으로?...금융권 "원금100% 보상요구 투자자 어떻게 달래나"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3.11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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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당국 “원활한 합의 위해 서로 협조 부탁”
투자자 "결국 은행과 소송 하라는 얘기"
은행권, 배상 셈법 복잡...법적 공방에는 신중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서울 여의도의 금융감독원 본원, 5대 시중은행 로고, ELS 투자자 집회.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투자자가 합당한 수준의 배상을 받아 분쟁이 원만히 잘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법적 다툼의 장기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되도록 판매사와 투자자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 ELS(주가연계증권)의 손실에 관한 분쟁조정기준안을 내놓으며 한 말이다. 은행과 투자자 간 합의로 대규모 손실 사태가 정리되기를 주문했다.

네이버카페 ‘홍콩 H지수관련 ELS 가입자 모임’에는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결국 은행하고 박터지게 싸우라는 것”, “재가입자는 포인트 차감, 이익본적 있어도 포인트차감, 금액이 높아도 포인트차감 다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게 없는데 개별 소송 가라는 얘기인가“, ”이리저리 빼면 0% 보상이니 생색만 내고 안 주겠다는 말” 등의 게시물과 댓글이 주를 이뤘다.

시중은행들은 홍콩 ELS 상품의 판매 규모별로 반응이 엇갈린다.

은행 관계자들은 “우리는 판매액이 크지 않은 만큼 큰 문제가 없다면 일단 배상하는 방향", “시뮬레이션을 돌려 산출된 규모에 따라 배상 여부를 결정",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의 판단을 참고할 예정” 등 입장을 알려왔다.

11일 발표된 금감원의 배상 기준안이 은행과 투자자 간 사적화해에 방점이 찍히면서 금융권에 일대 혼란이 예고된다.

투자자 대부분은 손실액의 20~60%를 배상받는 데 그칠 전망이다. 그간 주장해 왔던 원금 100% 배상과 피해보상에 크게 못 미치는 규모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과거 DLF(파생결합펀드)와 비교하면 상품의 특성이나 소비자 환경변화를 감안했을 때 ELS가 판매사 책임이 더 인정되기 어렵다”며 “지금 단계에서 데이터를 가지고 예상해보면 다수의 케이스가 20~60% 범위 내에 분포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기준안은 나왔지만 투자자 수 자체가 수십만명에 이르는 만큼 판매사들은 배상 셈법을 두고 고심 중이다. 그 규모가 자칫 수백, 수천억원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를 상대로 한 소송전에는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A 은행 관계자는 “배상 여부는 시뮬레이션을 돌려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대략적인 금액을 이사회와의 협의, 부서별 상황 조합으로 (분쟁조정위원회에) 나갔을 때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겠다 싶으면 배상을 진행할 것이고 너무 과도하다 싶으면 소송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어 ”최종적으로 결론을 어떻게 낼지는 모르지만 소액투자자와는 빠르게 협의해서 소비자 불만을 잠재워주자는 의견이 있을 것"이라며 "반면 대규모 투자자 배상은 은행에도 부담이고 이는 각 은행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듯하다"고 말했다.

B 은행 관계자는 "고령 치매노인 등 진짜 불완전판매로 볼 수 있는 사안들은 심각하게 다룰텐데 이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할 듯하다"며 “한편으로는 돈 몇 푼을 배상해준다는 이슈가 아니라 최대한 우리가 옳다는 사실을 입증해 불완전판매를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자는 논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각행별로 뚜껑을 열어봤을 때 만일 투자자 대부분이 기본배상비율 20~40%나 그 아래에 해당한다면 배상에 나설 수 있다“며 ”반대로 생각보다 너무 불리하게 나온다면 당연히 전부 배상하려고는 안 할 테고 소송전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서로 눈치를 보는 가운데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

C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결정에 무작정 불복해 소송에 들어가겠다는 건 아니고 일단은 은행권 전반의 방향성이 중요해 보인다"며 "일종의 표준안처럼 나올 확률이 높은데 그러면 당연히 배상 규모는 KB가 클 수밖에 없고 이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참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행별 홍콩 ELS 판매 규모는 KB국민은행 8조원, 신한은행 2조4000억원, NH농협은행 2조2000억원, 하나은행 2조원, SC제일은행 1조2000억원, 우리은행 400억원이다.

투자자들은 분조위나 법적 소송 대비는커녕 아예 배상안 자체가 너무 복잡해서 이해조차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전 발표 직후 네이버카페에는 배상안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묻는 질문이 여럿 올라왔다.

한 가입자는 "방금 은행에서 나왔는데 은행 직원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며 "또 끌려다닐 생각을 하니 더 머리가 아프다. 어려운 문제에서 계속 헤매고 있는데 별 다른 방법을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배상을 포기하고 판매 은행원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준비하는 투자자들도 여럿이었다.

일찌감치 예고한 집단 소송 역시 아직 구체적인 방향을 잡지 못했다.

ELS가입자 모임,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공동 행동을 하고 있는 참여연대 관계자는 소송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내부에서 각자 검토중이기 때문에 통일된 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공동 입장을 담은 논평 역시 준비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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