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디지털자산 진흥법 제정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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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디지털자산 진흥법 제정 시급하다 
  • 이병관 기자
  • 승인 2024.03.04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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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ETF 나왔는데 한국 당국은 발목만 잡아  

[오피니언뉴스=이병관 기자]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 월가에서 비트코인 ETF 상품이 지난 1월에 출시돼 미국인을 포함해 전세계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주식의 형태로 손쉽게 사고 있지만 한국인들은 규제에 발목잡혀 쳐다보고만 있다. 한달 남짓한 사이에 수십억달러의 자금이 비트코인 ETF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한국 금융당국은 미국 월가가 비트코인 ETF 상품을 출시한 당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비트코인 ETF 상품이 자본시장법 위배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회사에 해당 상품을 팔지 말라고 강제했다. 그러는 사이 비트코인은 올해 저점에서 60% 가량 상승하며 개당 9,0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원화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다.

한국 당국이 규제를 안했다면 한국의 투자자들이 60%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아쉬운 소리를 하는게 아니다. 미국, 영국 등 선진 주요국 정부들이 수년전부터 비트코인으로 촉발된 디지털자산 혁명에 대비해 각종 인프라 정비 및 제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한국 당국은 혁명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뒷짐만 지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비트코인 ETF는 10년 전인 지난 2014년부터 월가에서 상품 준비를 시작했고 미국 금융당국인 SEC와 소비자보호 문제 등의 고난한 협의를 거쳐 진행돼 온 장기 이슈였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초 비트코인 ETF 상품이 드디어 출시될 것이라는 것은 기정 사실로 굳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 금융 당국은 수수방관하며 뒷짐지고 있다가 막상 ETF 상품이 나오니까, 자본시장법을 운운하며 한국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의 통화감독청은 수년전에 비트코인을 지급결제가 가능한 화폐로 공식 인정했으며, 이에 맞춰 뉴욕은행 등 선도적인 은행들은 비트코인 예금 취급 업무를 시작했다. 2017년에는 옥수수, 통화 등의 상품 선물 거래 감독을 맡고 있는 미국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출시했고, 이번에는 증권거래를 감독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도 승인하기에 이른 것이다. 일본도 이미 수년전부터 비트코인을 공식적인 화폐로 인정했으며, 캐나다 등 일부 선진국들은 미국보다 앞서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재작년 들어선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 혁명을 통해 달러화에 내준 통화 패권 지위를 되찾겠다고 공언하며 관련 인프라 및 법안 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한국 당국은 어떤 입장인가. 디지털자산 시장이 기지개를 켤 수 있도록 블록체인 업계 인사들을 만나 그들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들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저 관료 보신주의에 매몰돼 금융 사고를 원천 방지하고자 금지 규제에만 몰두하는 형국이다. 무릇 새로운 혁명은 기존의 법과 규정, 시각으로는 달성하지 못한다. 정부는 공정한 제도 틀을 만들고, 부정행위를 막는 심판자 역할을 해야지 개별 상품을 팔 수 있다, 팔지 못한다 식의 시장 플레이어가 되서는 안된다. 개별 상품을 팔때마다 사실상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지금의 포지티브 규제를 폐기하고, 안되는 불공정 행위를 적시하고 자유롭게 상품을 팔 수 있게 하는 네가티브 규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 혁명기라는 자본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현 시점에서 일일이 당국이 감놔라 배놔라 식의 규제를 할 경우에는 새로운 시장의 선도자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은 인터넷 인프라가 어느 나라보다 뛰어난 세계 최고의 IT 강국이다. 비트코인을 위시한 디지털자산 혁명은 제 2의 인터넷이라 불릴 정도로 메가톤급 금융시장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지난 90년대 중반 시작된 인터넷이 정보 혁명을 일구어내며 세계 기업의 판도를 20여년 사이에 송두리째 바꾸어 버렸다. 지금 전세계 시가총액 10위권이 있는 대부분 기업들인 구글, 메타, 아마존 등은 2000년 전후에 존재하지도 않던 기업이다. 이들 기업이 수백년을 지배했던 철강, 석유 등 굴뚝 기업들을 대체했다. 앞으로 20년 후에는 제 2의 인터넷 혁명으로 불리는 디지털자산 혁명으로 또 다른 새로운 기업이 지구촌 강자로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의 혁명은 디지털자산들이 인터넷, 더 나아가 메타버스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누가 신속하고 공정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틀을 만들어주느냐 하는 게임이다. 지난 90년대 후반 수많은 인터넷 기업이 등장했지만 결국 네이버, 구글 등 극소수 몇 개 기업만 초강자로 살아남았다.

지금의 디지털자산 혁명 초기에도 비트코인을 위시해 수만개의 토큰 난무하고 있지만 결국 소수 몇 개만 초강자로 살아남을 것이다. 이같은 게임에서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비트코인 ETF를 통해 한달도 안돼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재작년만 하더라도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공언하던 제이미 다이몬(JP 모건 회장)의 JP모건은 자체 코인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굴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자회사 서클은 중국이 관할하는 홍콩회사 테더가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 USDT에 대한 대항마로 자체 스테이블 코인 USDC 시장 기반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의 금융당국은 비트코인의 투기적 모습 등 현상에 매몰돼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먼저 비트코인을 수탁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은행권에 도입하는 등 가칭 디지털자산 진흥법을 제정할 것을 국회 및 금융당국에 제언한다. 은행권은 윤석열 정부 취임 초기에 디지털자산 수탁 예금 업무를 허용해달라고 하는 등 관련 법안 제정을 촉구했지만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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