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로 부상한 인터넷은행...시중은행 '텃밭'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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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로 부상한 인터넷은행...시중은행 '텃밭' 노린다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3.01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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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1월 주담대 1.3조...시중은행 4배
중저신용자 비중 높아도 예대차 가장 적어
비용 절감, 이색상품 출시로 시장 변화 이끌어
(위부터)카카오·케이·토스뱅크 사옥. 사진=각사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인터넷은행이 금융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신규 고객을 대거 흡수하는 것은 물론 시중은행들의 기존 고객까지 끌어가고 있어서다. 비용 효율화, 높은 접근성, 이색 상품 출시 등 혁신에 기반한 고객 친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 인터넷은행 두 곳(카카오·케이뱅크)으로 옮겨간 주택담보대출 규모만 1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 다섯 곳(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유치 실적 3212억원 대비 4배다.

두 인터넷은행은 금융위원회 플랫폼에서 2268억원(카카오 2137억원, 케이 131억원), 자체 플랫폼에서 1조811억원(카카오 7014억원, 케이 3797억원)을 유치했다. 총 규모는 카카오뱅크 9151억원, 케이뱅크 3919억원이다. 시중은행에서 두 인터넷은행으로 옮겨간 대출 건수도 약 1000건이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주담대(전월세대출 포함) 잔액은 지난 2022년 15조5928억원에서 지난해 말 26조6383억원으로 70.8%(11조455억원) 불었다. 같은 기간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담대 잔액은 418조3276억원에서 431조9299억원으로 3.3%(13조6023억원) 증가했다.

영업점 없이 비대면으로 운영되는 인터넷은행이 비용 효율화를 앞세워 금리를 낮추자 소비자가 몰려들었고 주담대 수요를 흡수, 대출 채권 증대로 급격히 몸집을 키운 것이다.

인터넷은행 3사의 고객 수는 총 4200만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82%에 달한다. 지난달 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고객수는 각각 2300만명, 1000만명, 900만명을 돌파했다.

인터넷은행은 높은 중저신용자 비중(KCB기준, 신용평점 하위 50%)에도 불구하고 주담대와 전세대출 이자를 낮춰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도 좁혔다.

지난해 12월 기준 예대금리차는 카카오뱅크 0.68%포인트, 케이뱅크 0.94%포인트였다. 카카오뱅크의 예대차는 지난 2022년 12월 1.93%포인트에서 0.68%포인트로 줄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2.22%포인트에서 0.94%포인트, 토스뱅크는 5.37%포인트에서 2.8%포인트로 좁혀졌다.

반면 KB국민은행은 1.1%포인트에서 1.2%포인트, 하나은행 1.01%포인트에서 1.09%포인트, 신한은행 1.19%포인트에서 1.08%포인트, 우리은행 1.38%포인트에서 1.18%포인트로 나타났다.

인터넷은행은 당초 설립 취지에 따라 매년 30% 수준의 중저신용자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토스뱅크 31.5%(3조700억원), 카카오뱅크 30.4%(4조3000억원), 케이뱅크 29.1%(2조3000억원)였다.

대출 뿐 아니라 모임통장·한달적금(카카오뱅크), 환전수수료 무료(토스뱅크) 등 기존에 없던 상품들을 출시해 시장 변화도 이끌고 있다.

예컨대 토스뱅크가 환전 수수료 무료화를 선언하면서 KB국민, 신한 등 시중은행들도 이에 대응하는 상품을 출시하는 식이다. 카카오뱅크의 저원가성 예금 비중은 지난해 4분기 기준 55.3%로 은행권 평균에 비해 16.6%포인트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영업점이나 지점 근무자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인건비, 임대료 등을 줄일 수 있다”며 "효율화한 비용은 고객에게 낮은 이자율로 돌려줄 수 있으니 차주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보다는 IT(정보기술)기업에 가까워서 기존 금융권이 시도하지 못한 특화 서비스를 출시하고 기술에 기반한 편의성 제고 등 혁신으로 급성장을 이룬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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