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사외이사', 교체 시즌...이번 주총선 거수기 오명벗고 제목소리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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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사외이사', 교체 시즌...이번 주총선 거수기 오명벗고 제목소리 낼까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2.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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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주총 앞둬...사외이사 73% 임기 만료
전문분야·이력·성별 등 다양성 넓히나
당국 "사외이사 충실성·독립성·전문성 높여야"
투명성 확보와 신뢰 제고시 기업가치 올라
5대 금융지주·은행 본사 사옥. (왼쪽부터)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사진=각사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금융지주사들이 주식 저평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왔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손질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국은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이사회를 개편할 것을 당부해 왔다. ‘기업 내 야당’ 역할로 대주주와 경영진의 전횡을 감시하라는 의미다.

기업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범죄나 사건·사고를 방지해 투명성이 높아지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는 다음달 중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사외이사 37명 중 27명(72.9%)의 임기도 만료된다. 통상 금융지주들은 사외이사 임기를 신규 2년 후 1년씩 중임해 최대 6년까지 보장(KB 5년)한다.

현재 각사의 사외이사 숫자는 KB금융 7명, 신한금융 9명, 하나금융 8명, 우리금융 6명, NH농협 7명이다. 이들은 사외이사 임기 만료·퇴임·신규선임 소식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29일 하나금융은 최대 임기 6년을 채워 추가 연임이 불가능한 김홍진·양동훈·허윤 사외이사가 모두 퇴임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주영섭 전 관세청장, 이재술 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대표이사,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이 추천됐다. 총 8명이던 사외이사는 9명으로 확대됐다.

지난 28일 우리금융은 송수영 사외이사가 임기만료로 퇴임한 대신 박선영·이은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기존 6명이던 이사회는 7명으로 보강됐다. 21일 KB금융은 임기 만료를 앞둔 4명 중 3명을 중임했다. 기존 권선주(금융권)·오규택(학계)·최재홍(학계) 이사는 1년의 중임,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임 사외이사에 추천됐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9명 전원의 임기가 만료됐다. 임기 5년을 채운 이윤재 이사회 의장은 1년 연임이 가능하지만 이미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5년을 채운 상태다. NH농협금융은 5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되나 아직 연임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있다.

각사는 최대 임기는 보장하되 신규 인사의 전문분야, 이력, 성별 등으로 다양성을 넓히는 분위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들에 대규모 인적쇄신을 주문한 바 있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와 대규모 횡령 등 금융권의 각종 사건·사고가 이어지면서 이사회가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 28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배당 제도 개선 등 주주환원 제고 방안은 물론 주주총회 내실화, 주주와 이사 간 소통 촉진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기업지배구조가 정착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각사는 다음 달까지 이사회 운영 체계 개선 방안 등을 담은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로드맵을 마련해 금감원에 제출하기로 한 상태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사외이사 제도 정비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후보군의 추천 경로를 다양화하고 적정 임기정책을 마련, 선임시 독립성과 전문성 등 자격검증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사외이사 지원 전담조직을 이사회 산하에 설치하고 업무총괄자의 임면, 성과평가에 이사회가 관여할 것도 권고됐다.

결국 사외이사의 충실성, 독립성, 전문성을 높이라는 의미다.

금융권에선 지주 회장들이 사외이사 후보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선임된 사외이사들은 회장을 연임시키고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하는 유착 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5대 금융지주가 이사회에서 다룬 105건의 안건 중 100%가 찬성 의결됐다.

평균 7~9명인 사외이사 수는 해외 주요 은행의 절반 수준이다. 이마저도 학계 편중이 심각해 전문성과 다양성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미흡하다고 금감원은 말한다. 지난해 기준 해외 은행의 이사 수는 씨티(CITI) 13명, 뱅크오브아메리카(BoA) 14명, 웰스파고(Wells Fargo) 13명이다.

현재 5대 지주 사외이사들의 직업은 교수 16명, 금융인 11명, 법조인 6명, 기업가 2명, 관료 2명이다. BOA의 이사 중 64%는 CEO(최고경영자) 레벨의 경력자이며 미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기업들의 2022년 신규 선임 이사 중 전현직 CEO가 25.1%, 기업 출신 19.7%, CFO 11.1% 등이다. 학계는 4.3%였다.

다만 금융지주 관계자는 “과거에는 사외이사가 소위 '관피아'로 불렸던 관료 출신 이사 비중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지금은 금융권의 다양한 위원회 소속 위원 경력 등을 가진 학계 출신 인물을 사외이사로 많이 추천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자본시장 이슈로 떠오른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시 향후 우리나라 기업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정책 당국의 노력만으로는 해소될 수 없다"며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 주주 친화적 경영 등과 같은 기업의 자발적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기업의 참여가 더해지면 지난 2021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3300포인트를 넘어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코리아 프리미엄을 인정받는 시장으로 탈바꿈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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