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 한도 '23년만 1억원으로 상향'...주요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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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자보호 한도 '23년만 1억원으로 상향'...주요 쟁점은?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2.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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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예금자 보호 한도 1억으로 상향"
현행 5000만원, 선진국 대비 낮아...20년 넘게 유지
'현금부자'에 혜택 집중된다는 지적도
시중은행→저축은행 '머니무브' 우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23년간 유지돼 온 한도를 높여 금융기관간 자금 유치 경쟁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비판의 목소리는 적지 않다. 은행 고객 중 5000만원이 넘는 예금을 보유한 사람은 100명 중 3명에 불과해 현금부자 상위 3%를 위한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지는 제2 금융권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은 예금자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는 조정하는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일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은 이미 지난해에 우리가 제안한 바 있다”며 "정부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관련 법안은 21대 국회에서만 11건이 발의됐다.

정치권은 예금자보호 한도를 높여 금융기관들의 금리 경쟁을 촉진해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 기존 소액 예금자의 자산 증식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현행 한도 5000만원은 지난 2001년 도입된 후 23년 째 유지되고 있다. 그동안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1563달러에서 3만2410달러로 2.8배 늘었다. 1인당 GDP 대비 예금자 보호한도 비율은 우리나라 1.2배, 미국 3.3배, 영국 2.3배 일본 2.3배다.

보호한도(은행·금융투자사)는 미국 25만~50만달러(3억3000만원~6억6000만원), 영국 8만5000파운드(1억4000만원), 일본 1000만엔(9000만원)이다.

금융당국은 장기적으로 금융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난다며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보호한도가 높아지면 금융사들이 예금보험공사에 납부하는 예금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했을 때 금융사 예보료가 최대 27.3%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19개 은행이 예금보험공사에 낸 예보료는 1조2948억원이다. 각 금융사의 예금 등 잔액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보험료율은 시중은행 0.08%, 저축은행 0.4%, 보험·증권 0.15%, 상호금융 0.2%다.

일각에서는 5000만원 보호한도 내에 있는 예금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상향의 편익은 소수만 누릴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지난 27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9월 말 기준 현행 보호한도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예금자 비율은 은행 97.8%, 금융투자사 99.7%, 생명보험사 93.9%, 손해보험사 99.4%, 종합금융사 94.1%, 상호저축은행 97.2%다. 보호한도 상향의 혜택을 전체의 3% 미만인 5000만원 초과 예금자가 얻는 셈이다.

입법조사처는 한도를 업권별로 다르게 상향할 것을 제안한다. 은행의 보호한도는 높이되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은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저축은행은 일반 예금취급기관으로 은행과 유사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업권별 보호한도를 동등하게 높이면 은행으로부터 저축은행으로 자금이동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예금주들이 몰리는 것이다.

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고위험 분야 투자 증대로 이어질 수 있고 부동산 시장 악화시 저축은행의 리스크가 커진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금융위와 예금보험공사는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동등 확대했을 때 저축은행 예금 잔액이 최대 40%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던 저축은행, 인터넷은행들은 한도상향 논의를 환영하는 한편 우려의 목소리도 낸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은 예금 보장한도에 맞춰 예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한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많이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면서도 "우리는 예보료율이 은행에 비해 높은데 이를 조정하지 않고 한도만 높인다면 예보료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우리는 영업 범위가 비대면으로 한정돼 있어 시중은행들이 영업점에서 주는 신뢰를 따라갈 수 없다"며 "보호한도가 늘어나면 1억원까지는 안심할 수 있기 때문에 소위 ‘디지털 뱅크런’ 우려를 어느정도 잠재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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