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주냐 성장주냐...증권가도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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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주냐 성장주냐...증권가도 "갑론을박"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4.02.23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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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문가 "금리환경 및 밸류에이션, 가치주에 더 유리"
"이익 안정 되찾은 성장주가 더 유리...MWC도 기대감 높일 듯"
최근 주식시장에서 가치주와 성장주가 나란히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주식시장에서 가치주와 성장주가 나란히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최근 주식시장에서 가치주와 성장주가 나란히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고공행진을 펼쳐온 가치주와, AI 열풍에 이어 엔비디아의 호실적까지 더해지면서 호재가 겹겹이 쌓인 성장주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고르게 받고 있는 것이다. 

가치주와 성장주 중 어느 쪽이 시장 흐름을 주도할 것인지에 대해 증권가에서도 서로 엇갈리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금리, 밸류에이션 등 가치주 환경이 더 유리"

일부 전문가들은 가치주의 장기 추세 변화 가능성을 점쳤다. 주식시장을 둘러싼 대외적 환경과, 밸류에이션 등을 감안할 때 가치주가 성장주 대비 유리한 환경에 놓여있다는 설명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치주가 더 유리하다는 근거로 ▲금리 ▲밸류에이션 ▲실적 ▲밸류업 프로그램 등 네 가지 요인을 꼽았다. 

노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올해 디스인플레이션 기대 축소에 따라 금리인하 기대를 지연한 상황"이라며 "시장금리 상승 압력을 더한다기보다 하락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중장기 관점에서는 실질금리 위주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통화정책 구사도 고려해야 하는데 시장 금리 및 정책금리 인하에도 실질금리 부담은 크게 낮아지기 어렵다는 것. 이는 성장주 개선을 더디게 만드는 요소라는 설명이다.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보더라도 성장주보다는 가치주가 매력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노 연구원은 "코스피 전체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1배에 다가섰는데, 미국과 한국 펀더멘털 격차를 고려한 적정 PER은 12배 내외로 판단한다"며 "순수 성장과 성장주 스타일 12개월 선행 PER은 각각 23.8배, 17.6배를 기록중인 반면 순수 가치 및 가치주 스타일은 각각 7.0배, 8.9배로 상대적 추가 상승 여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익 모멘텀 관점에서는 성장주가 앞서고 있지만, 제조업 지수 개선시 수출형 가치주의 회복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한국의 중국향 수출 개선 국면에서도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들은 아직까지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지 못했다"며 "제조업 지수가 바닥에서 상승을 시작할 때 가치주 상대 이익 모멘텀도 개선될 수 있고, 해당 국면에서 이익 개선을 누릴 수 있는 종목군은 수출형 가치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26일 발표 예정인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도 가치주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 연구원은 "일본과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의 기본 원칙은 CoE(자본비용)를 상회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 기업 강조"라며 "성장주 종목군은 CoE가 높아 ROE-CoE 스프레드의 하위에 포진, 정책 자금 유입이 이어지기 어려워보인다"고 지적, 가치주가 더 매력적임을 강조했다. 

"이익 개선 및 외국인 순매수세 속 성장주가 더 유리"

반면 또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성장주가 유리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이미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관련주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펼친 상황에서 26일 발표될 밸류업 프로그램 내용이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미 저PBR 관련주가 급등세를 보인 만큼 밸류업 프로그램 내용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크게 상회하는 서프라이즈한 결과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저PBR 종목들은 당분간 과열·매물 소화 과정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또한 미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및 생산자물가지수(PPI) 쇼크를 계기로 시장 기대와 연준의 스탠스 간 괴리가 상당부분 정상화됨에 따라 향후 경제지표에 따라 금리인하 기대가 재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이와 함께 중국의 예상 밖 큰 폭의 대출우대금리(LPR) 인하와 미국의 채권금리 안정은 수출주와 성장주 반등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라는 평가다. 

이 연구원은 "특히 4분기 실적시즌 이후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안정을 찾아가고, 외국인 순매수도 재유입되고 있는 반도체, 조선, 인터넷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2월 말 이후 코스피 반등은 저PBR주에서 수출주, 성장주로 바톤 터치 이후 막판 스퍼트를 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김대욱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26일 공개되는 세부안이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이후 대두될 정책 모멘텀도 탐색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기대되는 다른 정책 모멘텀을 고려해봤을 때 반도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1월 정부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방안을 발표한 바 있는데, 향후 AI 수요 증가와 함께 반도체 업종의 상승 견인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다음주 월요일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시작한다는 점도 주목해봐야 할 요인"이라며 "이번에도 AI 관련 세션이 다수 배치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데미스 하사비스가 'AI의 미래'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구글의 AI '제미나이'에 대한 언급도 기대해볼 만한 요인이라는 것. 

김 연구원은 "이와 함께 경량 AI '라마'를 개발한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도 다음주 방한을 조율 중이라는 점에서 AI 및 반도체 산업의 정책 모멘텀 및 방향성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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