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中 춘절 새 트렌드, ‘역춘윈’...고향 보다는 가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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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中 춘절 새 트렌드, ‘역춘윈’...고향 보다는 가족여행
  • 베이징=박신희 특파원
  • 승인 2024.02.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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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역춘윈’
중국 춘절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잡아
고향 중심 벗어나 가족과 여행하는 날로 개념 변화
춘절 보너스, 지난해 보다 6.7% 줄어
박신희 특파원
박신희 특파원

[베이징=박신희 특파원] 중국의 올해 춘윈 기간(설 운송 기간)은 1월 26일(섣달 15일)에 시작되어 총 40일 동안 지속된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40일 간의 춘윈 기간 동안 중국 전역 이동 인구는 연인원으로 환산시 약 90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춘윈기간이 한달이 넘다보니 인구 14억명의 중국에서 이번 춘윈기간 이동하는인구와 이동일수를 곱한 연인원은 무려 90억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 기간을 거치고 중국 경제 성장이 주춤하면서 최근 몇 년간 중국 춘절(春節·중국의 설) 모습에도 몇 가지 새로운 트랜드가 생겼다. 

우선 '역춘윈(反向春运)'이다. '역춘윈'이란 도시로 떠난 자녀들이 부모를 찾아 시골 고향을 찾는 전통적인 춘절과 달리 부모가 자녀가 살고 있거나 일하는 도시로 가서 설을 지내는 것이다.

중국에서 ‘역춘윈’이 새로운 춘절 트랜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중국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이유도 있지만 교통 문제, 춘절에 대한 인식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도시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고향으로 돌아가려면 오랜 시간과 많은 돈이 필요하고 여행 중 다양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 ‘역춘윈’을 선택하면 이동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가족과 더 오랜 기간 함께 할 수 있다는 점, 표를 구하기 위해 애를 쓸 필요가 없다는 점, 설날 기간 동안 도시에서 다채로운 전시, 공연, 볼거리 등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등이 ‘역춘윈’ 트랜드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모가 자식을 보러 이동하거나 소도시에서 대도시로 춘절을 보내기 위해 이동하는 ‘역춘윈’이 중국 춘절의 새로운 트랜드가 되고 있다. 현지언론 중공망은 최근 부모가 자녀집으로 가기위해 역대합실에서 대기하는 사진을 보도했다.  사진=유튜브캡처
부모가 자식을 보러 이동하거나 소도시에서 대도시로 춘절을 보내기 위해 이동하는 ‘역춘윈’이 중국 춘절의 새로운 트랜드가 되고 있다. 현지언론 중공망은 최근 부모가 자녀집으로 가기위해 역대합실에서 대기하는 사진을 보도했다.사진=유튜브캡처

반면 일부 노인과 아이들에게는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가서 설을 보내는 것이 낯설고 어색할 수 있다는 점, 도시의 생활비가 농촌 지역보다 높기 때문에 일부 가정의 경우 경제적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 도심 속 숙박이나 교통 등의 문제 해결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 등을 ‘역춘윈’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들로 지적했다. 

중국 춘절 이동 인구의 이동 방식의 변화도 새로운 트랜드다. 중국 교통운수부의 따르면 2024년 춘윈 기간에 이동하는 중국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동 방식은 기존 버스나 철도 등 대중 교통 수단에서 자가 운전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춘윈 기간 중에 이동이 예상되는 인원 90억 명 중에 72억 명 정도가 버스나 기차 등 전통적인 영업 운송이 아닌 자가 운전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교통 전문가들은 춘윈 기간 자가 운전의 증가는 중국의 급속한 도로 인프라의 발전 때문이라고 말한다. 

2023년 말까지 중국 전역으로 약 270만 킬로미터의 농촌 도로가 새로 재건되어 약 1,100개 향과 10만 개 이상의 마을이 포장 도로로 연결되면서 자가용을 이용해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편리성이 대폭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인들의 춘절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춘절은 ‘고향으로 가서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날’이라는 개념이 최근에는 ‘어디든 상관없이 가족과 함께 여행하며 즐기는 날’로 바뀌고 있다. 

'돈과 상관없이 집에 가서 춘절을 지내자'라는 분위기가 그동안 고향을 떠나 외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흔한 생각이었는데, 최근에는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춘절’ 이라는 분위기로 새로운 트랜드가 만들어 지고 있다.

최근 동청여행사(同程旅行)가 발표한 ‘2024년 춘절 여행 트렌드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춘절 여행 측면에서 '북쪽으로 가서 눈을 구경한다'와 '남쪽으로 가서 더위를 피한다’라는 키워드가 춘절 연휴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됐다.

메이퇀(美团)과 다종디엔핑(大众点评)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섣달 그믐날부터 초파일까지 관광 소비(호텔 민박, 관광지 입장권, 교통 등 포함) 사전 예약은 작년보다 약 7배나 증가했다.

40일 간의 춘윈 기간 중에 약 7억2000만명 정도가 버스나 기차 등 전통적인 영업 운송이 아닌 자가 운전으로 중국내에서 이동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유튜브 캡처
40일 간의 춘윈 기간 중에 이동인구 연인원 90억명 가운데 72억명 정도가 버스나 기차 등 전통적인 영업 운송이 아닌 자가 운전으로 중국내에서 이동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유튜브 캡처

본격적인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 중국 춘절의 올해 귀성길에 오른 중국인들의 마음은 가볍지 만은 않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폭설로 춘윈 기간 교통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민족 대이동이 본격화된 지난 5일 후베이(湖北)와 후난(湖南), 안후이(安徽)성 등 중국 중동부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려 교통이 마비됐다.

춘절 전후로 사상 최대 규모의 여행객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코로나19 등 호흡기 질환 확산 우려에 대한 경고음도 높아지고 있다.

미펑(米鋒)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대변인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인구의 대규모 이동과 모임은 호흡기 질환의 전파를 가속하기 쉽다"고 강조하고 "전문가들은 이달 여러 호흡기 질환이 돌아가며 또는 동시에 유행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중국 사무직 노동자들의 춘제 연말 보너스는 대폭 줄었다. 중국의 온라인 채용 사이트 자오핀이 베이징과 상하이 등 사무직 노동자 약 5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보다 6.7%가 줄어든 20.2%만이 연말 보너스를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때문인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주식도 반 토막이 난 상황에서 춘절 때 조카 등 친척들에게 나눠주는 홍바오(紅包·세뱃돈)가 부담된다며 고향 가기가 두렵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중국에서 춘절은 한 해 중 가장 중요한 명절 중 하나이자 일자리 때문에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이 모여 함께 모여 휴식하는 뜻 깊은 날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와 어려워진 대외 환경 변화가 고향과 가족 그리고 휴식이라는 중국의 전통적인 춘절 모습을 바꾸며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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