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은 늘고 적금은 '언감생심'...금융 지원책에도 20대 '여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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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은 늘고 적금은 '언감생심'...금융 지원책에도 20대 '여력 없어'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1.31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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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신용대출 갈아타기에 11만명 몰려
20대는 소액대출·카드 연체율 연일 증가세
청년희망적금·도약계좌 가입자는 목표 미달
"현금서비스·카드론 쉽게 보면 안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정부의 금융 지원책이 청년세대들에게 집중되고 있지만 정작 20대들은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청년 목돈 형성을 위한 정책금융 상품은 가입자가 미미하고 각종 연체율과 규모는 연일 신기록을 갱신 중이다. 조금의 대출 이자라도 깎아보려 적극적으로 나서는 여타 성인 세대들과는 다른 양상이다.

3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개시된 비대면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에는 반 년 동안 10만명이 넘게 몰렸다.

주택담보대출의 비대면 대환은 지난 9일이래 보름만에 1만6297명의 차주가 신청했다. 이들은 2조9000억원의 대출금을 기존보다 낮은 금리의 상품으로 바꾸겠다고 나섰다.

대출 심사와 약정 체결단계를 거쳐 대출 갈아타기의 모든 과정이 완료된 차주는 1738명(3346억원)이었다. 평균 1.55%포인트의 금리를 내려 인당 연 298만원의 이자를 아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5월 시작된 신용대출 갈아타기로는 11만8773명이 2조7064억원을 더 낮은 금리 상품으로 이동시켰다. 은행 이자를 평균 1.6%포인트 깎아 인당 연 57만원을 아낀 셈이다. 지난 26일까지 집계된 이자 절감액은 약 600억원이다.

반면 만 19~34세 청년만 가입할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의 흥행 성적은 저조하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에 정부 지원금까지 얹어주는 상품이지만 가입자 수는 기대에 못 미친다. 지난해 6월 출시 후 12월까지 계좌개설자 수는 51만명이었다. 금융위가 목표치로 제시한 306만명의 17%다.

지난 2022년 2월 출시된 청년희망적금은 만기를 채우지 못한 가입자가 30%에 달했다. 출시 당시 가입자 289만5546명 중 지난달까지 86만1309명이 적금을 중도해지 했다.

정부는 제도를 개선해 지난 25일부터 희망적금 가입자가 도약계좌로 갈아탈 수 있게 했다. 지난 30일에는 갈아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백기를 메우기 위해 ‘청년도약플러스적금(가칭)’까지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5년 만기가 너무 길다는 불만에 3년만 유지해도 비과세 혜택을 적용하는 것과 특별중도해지 사유에 결혼과 출산을 추가하는 대책도 내놨다.

한 청년이 소액생계비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작 20대 청년들은 적금은커녕 소규모로 빌린 대출금도 갚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20대의 소액생계비대출 이자 연체율은 15.5%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연체자에게도 최대 100만원까지 당일대출해주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지난해 평균 대출금액인 58만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자는 매월 7700원 수준인데 이를 한 달 이상 못 내는 20대가 100명 중 15명인 것이다. 여타 연령대의 연체율은 30대 12.7%, 40대 10.3%, 50대 7.9%, 60대 6.1%, 70대 이상 5.9%로 평균 10.5%였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만 20대 이하의 주담대 연체율은 0.39%로 여타 연령대의 두 배에 달했다. 30대 연체율은 0.20%, 40대는 0.23%, 50대는 0.25%, 60대 이상 0.23%였다. 인터넷은행 3사에 따르면 20대 이하 비대면 대출 연체액율은 2.41%로 30대 1.11%, 40대 0.79%, 50대 0.81%에 비해 2~3배가량 높았다.

지난 2017년 말 3052억원이었던 20대의 카드 리볼빙 잔액은 지난해 3월 말 564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카드론 연체 역시 27%, 연체액은 100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1.4%로 전년 동기 대비 0.7% 두 배로 올라섰다.

20대 이하의 가구 부채는 지난 2018년 2591만원에서 2022년 5014만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20대 이하 개인 워크아웃 신청자 수는 4654명으로 201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대부업과 전당포, 심지어 불법 사금융까지 내몰리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변호사가 대부업의 추심행위를 대신 받아 주는 제도인 채무자대리인 지원 신청자 중 20대가 38.9%(482명)이었다.

불법 채권추심·미등록대부업자에게 시달리다가 금융당국에 도움을 청하는 사람 10명 중 4명이 20대란 뜻이다.

전문가들은 젊은 날 무심코 연체한 카드값이나 소액·고금리 대출은 훗날 치명적인 대가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사용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이 향후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여러 개의 카드사의 현금서비스를 사용한 경우 해당 사용 금액이 공유돼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심지어 신용카드를 많이 보유한 것만으로도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 신용카드 이용 한도를 모두 채워 사용하는 것도 신용 점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불필요한 신용조회 기록이 많을 때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이 거절당할 수 있다. 특히 대부업체 조회기록이 있으면 대출 거절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 1년 내 연체정보가 단 1건만 있어도 대출에는 불이익이 생긴다. 과거 연체 이력이 있으면 다시 연체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간주돼 대출이 거절되거나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하는 것이다.

금융권 채무 뿐 아니라 휴대폰 요금 등 비금융권 연체도 신용정보업체에 집중된다. 최근에는 다양한 기관들이 연체정보를 신용정보사에 모으고 이를 금융기관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사소한 것이라도 납부를 미뤄선 안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에는 금융 대출 외 세금, 보험, 국민연금 등의 연체 내역도 신용등급 산정에 반영되고 있으며 연체 금액의 크기보다 연체 발생 사실이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주 금융거래기관을 2곳 정도와 집중적으로 거래해 기본 신용평점과 거래 실적에 따른 우대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1금융권 등 같은 금융권 거래 실적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금융거래가 다변화되면 오히려 평가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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