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와 감독 사이’...이복현 금감원장, 연일 금융사 압박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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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와 감독 사이’...이복현 금감원장, 연일 금융사 압박 공세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1.26 17:40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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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이래 은행·증권·카드·보험 줄줄이 압박
금융권 상생금융 지원금 총 4조5000억 규모
"감독 역할에 충실...금융사 공적 기능 분명 존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7월 13일 '상생 금융 및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상생친구 협약식'에서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은행이 ELS 투자자의 피해를 예방했다는 건 자기 면피”, "증권사 PF 리스크 관리 실패하면 엄중 문책", ”카드사, 그간 가맹점 모집·계약 단계에서만 관심을 둘 뿐 관리나 지원에는 소홀“, ”보험사 단기 실적을 위한 불건전 영업은 모두에게 부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년 간 금융회사들에 던진 경고다. 지난 2022년 6월, 최초의 검사 출신이자 최연소 금감원장으로 부임한 뒤부터다.

이 기간 금융사들이 상생금융 명목으로 갹출한 지원금은 4조5000억원이다. 고금리 시대 높은 수익을 올린 금융사가 그 수익의 원천인 서민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압박 탓이다. 은행은 2조원, 카드사는 1조5000억원, 보험사는 1조원을 차주 이자 감면, 생활비·임대료 지원, 채무부담 완화, 보험료 인하 등에 쓰기로 했다.

금융시장의 자금 운용에 정부가 개입한다는 관치금융 우려는 나온지 오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높여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은 감독기구 본연의 역할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24일 이 원장은 전국 10여개 국내외 증권사 사장단을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단기 성과에 치중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회사에게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부동산PF에 증권사가 대출한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6조3000억원이다. 연체율은 13.85%로 저축은행 5.5%, 여전사 4.4%, 상호금융 4.1%, 보험 1.1%, 은행 0%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추정해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는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의 비율도 증권사가 19.3%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6월 기준 금융권 전체 고정이하여신 잔액 2조5500억원 중 1조2000억원을 증권사에서 보유했다.

지난 2021년 총 415억697만원이었던 28개 주요 증권사의 회장·대표들의 보수 총액은 2022년 640억8357만원으로 225억7660만원(54%) 상승했다. 같은 기간 58개 증권사의 순이익은 4조5131억원으로 전년의 9조896억원 대비 반토막(50.3%) 났다.

지난 10일 금감원은 증권사 임직원의 사익 추구와 내부통제 취약 사례 등을 다수 적발했다. 한 PF 담당 임원은 업무 중 알게 된 미공개 부동산 개발정보로 5000억원을 챙겼다. 가족 법인을 만들어 900억원대 부동산 11건을 취득, 매매해 100억원대 차익을 얻은 임원도 있었다.

이 원장은 “PF 리스크 관리 실패가 금융시장에 충격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해당 증권사와 경영진에게 엄중하고 합당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은행권을 향해 “반도체, 자동차 등과 비교해 어떤 혁신을 했기에 60조원의 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한 혁신 노력의 결과라기 보다는 단순히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수입 증가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다"고 비판했다.

고금리에 차주들이 매달 월급을 은행 원리금 상환에 갖다바치는 형국이라던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에 이은 질타다.

여기에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불완전판매가 기름을 부었다. 투자자들은 원금 보전을 바라고 찾아간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인 ELS를 충분한 설명 없이,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손실 날 일이 없다며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은행은 자필 서명과 녹취 등으로 불완전 판매 요소가 없고 소비자 피해도 예방했다고 항변했다.

이 원장은 은행의 자기 면피로 보인다며 “아마도 자필 서명을 받았기 때문에 불완전 판매는 아니라는 것 같은데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그리 쉽게 말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수십 퍼센트의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을 고령자에게 권유한 것 자체가 적정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은행들은 지난달 21일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 환급에 1조6000억원, 전기료·임대료 지원 등에 4000억원, 이외 지원책을 더해 2조원 이상을 상생금융 재원으로 내놨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기준으로 은행마다 2700억~3700억원을 부담한다. 지난 2019년부터 은행권이 매년 1조원 가량 쓰고 있는 사회공헌활동 자금과는 별도다.

지난 24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증권업계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아랫줄 왼쪽에서 네 번째)과 이복현 금감원장(다섯 번째)이 증권사 CEO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7월 카드사들 역시 금융 취약계층 유동성 지원, 취약차주 대상 채무부담 완화에 1조5300억원 규모로 지원키로 했다. 이 원장은 카드사 본사와 행사를 직접 찾았다. 신한카드 본사를 찾은 17일, 신한카드는 취약계층·취약차주를 위한 4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책과 2500억원의 금융대출 시행을 발표했다.

이복현 원장은 이 날 “그동안 카드사는 가맹점 모집·계약 단계에서만 관심을 둘 뿐 관리나 지원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소상공인을 위한 솔루션을 구축하고 사업 단계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가맹점과의 동반성장에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카드 방문 당시 카드사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에는 “카드업권 전반에 요구한 적 없다”며 “선제적으로 말을 못 하지만 여력이 있는 카드·캐피탈사에서 제안해 주면 당국이 지지한다는 정도의 스탠스”라고 밝혔다. 우리카드는 총 22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이외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도 각각 6000억원, 3100억원을 지원금으로 내놨다.

생명보험·손해보험 등 보험업계 역시 각 5000억원씩 상생금융에 총 1조원을 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생보업계에서는 청년·취약계층 대상 저축성보험과 사회공헌사업 등을,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료 인하, 실손보험 인상률 조정 등을 검토 중이다. 내달 주요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료를 2~3% 일제히 인하한다.

지난달 6일 보험사 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원장은 "서민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보험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면 보험에 관한 국민적 신뢰는 더욱 두터워질 것"이라며 상생금융 주문을 공식화했다. 이어 “단기 실적을 위한 불건전 영업은 결국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미래의 부담이 된다”며 “건전한 영업관행을 정착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압박도 넣었다.

이 원장은 관치금융 지적에 금융 당국의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그는 지난 2022년 6월 23일 금융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시장의 자율적인 금리 지정 기능이나 메커니즘에 간섭할 의사도 없고 간섭할 수도 없다"며 "은행법과 규정에 따르면 은행의 공적 기능은 분명히 존재한다. 상법에 따른 주주 이익뿐만 아니라 공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이 법과 헌법 체계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 당국의 역할에 따라 의견을 주고 받은 것이고 주주의 이익을 대표하는 은행 등 1금융권 경영진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 당시에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은 감독기구 본연의 역할"이라며 "늘어난 가계 부채와 불안정한 물가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된 만큼 은행, 보험, 자본시장 등 각 업권의 특성을 고려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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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2024-01-27 14:37:33
은행은 수수료 장사위해 고객의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기위해 제대로된 정보를 제공하지않고 이런 초고위험상품을 안전한 상품인양 적극권유해놓고 면피용 서류와 형식적 녹취로 책임없다는게 말이되나요?

부정판매 2024-01-26 22:55:03
가입할때마다 홍콩, 중국을 강조하며 안전하다. 망하지 않는한 손실 날일 없다고 한게 그만큼 위험한걸 은행은 알고 있었다는 거다
주식을 모르는 가입자들은 의심조차 안하고 믿은거고..
이제 보니 왜 그렇게 다른 지수도 있것만 유독 홍콩이 안전하다고 강조 했는지 알것 같다

Hyun 2024-01-26 20:35:00
거짓말과 말바꾸기로 책임회피하려는 은행측. "고객보호"를 약속하고 고위험상품 판매 허가를 받은 사람들이 고객의 전재산을 els에 가입시키는게 말이 됩니까. 위험하다는걸 알고 있는 전문가란 당신들은 가입한다해도 말려야할판에 적극권유,가입시켰죠, 수수료,실적을 때문에

bee 2024-01-26 19:37:20
갈수록 가관이구만!!! 은행들 실적에 눈멀어서 다 끌어들여 사기쳤구만!!!! 서류조작에 상품설명고지 전무!!!! 불완전판매 인정하고 가입자 눈먼돈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이익이 났으니 원금전액보상하라!!!! 녹취! 몇배속 돌리며 말해서 하나도 못알아듣겠고 2-3분???? 인간들 적당히해라!!!!!

콩콩 2024-01-26 19:29:41
언제까지검토만하실겁니까 은행의잘못된판매행태 이미이인지하고계시지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