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으로 확산한 상생금융...업계 "자체 지원책 무슨 수로 마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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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금융권으로 확산한 상생금융...업계 "자체 지원책 무슨 수로 마련하나"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1.18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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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000억원 투입해 제2 금융권 차주 지원
저축은행·카드사·캐피탈사 순이익↓ 연체율↑
"당국에서 한다는데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고금리·고물가 속 차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상생금융'이 제2 금융권으로까지 확산했다.

정부는 고금리 상환 부담을 겪는 차주들의 이자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고 저금리 상품으로 대출을 전환해주기로 했다. 이에 쓰일 수천억원의 재원은 모두 나랏돈으로 마련된다. 제2 금융권은 정부 눈치에 마냥 손 놓고 구경할 수도 없으면서도 자체적인 지원책을 추가로 내놓자니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 17일 금융위원회는 제2 금융권 대출 이용 자영업자의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정 3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5% 초과, 7% 미만 금리로 1억원 이하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의 5%초과 이자를 정부가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캐시백 규모는 1년치 이자납부액에 상당하는 액수로 1인당 최대 150만원이다.

7% 이상 고금리 대출은 대환보증프로그램을 활용해 낮은 금리로 전환해주기로 했다. 최대 5.5% 금리까지 대환 가능하던 것을 1년 간 5%로 낮추고 0.7%의 보증료도 면제한다.

참여사는 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산림조합,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사 등 제2 금융권이다. 정부는 이번 지원책으로 약 40만명의 소상공인·자영업자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자동 적용되던 1금융권 때와는 달리 별도 신청이 필요하며 실지급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전산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하고 제2 금융권 특성상 다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가 많아 중복 대상자도 선별해야 해서다.

참여사인 제2 금융권은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 정부가 지원금을 댄만큼 자체적으로 추가 상생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때문이다. 앞서 상생금융 대책을 발표했던 1금융권 은행들이 모든 재원을 자체 마련한 것도 부담이다.

은행들은 당기순이익의 10%에 이르는 2조원 규모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공통프로그램으로 1조6000억원을 취약차주 이자 캐시백에 사용하고 보증기관과 서민금융진흥원 출연 등 자체프로그램으로 4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기준 부담액은 은행별로 약 2700억~3700억원이다.

자체 프로그램 재원이 공통 프로그램 재원의 1/4인 것을 감안한다면 2금융권은 공통프로그램 3000억원의 1/4인 750억원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제2 금융권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은행이 지난해 고금리로 역대 최고 이자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반면 2금융권은 적자 전환, 영업환경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저축은행 79곳 중 44곳이 적자를 냈다. 상반기 당기순손실만 960억원, 3분기 453억원으로 누적 1413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자산 기준 상위 5개사(SBI·OK·웰컴·한국투자·페퍼) 순이익은 지난 2022년 3분기 192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642억원으로 1278억원(66.6%) 줄었다.

고금리 장기화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차주들도 늘고 있다. 전체 저축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지난 2022년 4분기 3.41%, 2023년 1분기 5.07%, 2분기 5.33%, 3분기 말 6.15%로 증가세다.

카드사 역시 연체액과 리볼빙, 카드론 등이 급증하며 자산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8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개월 이상 연체된 신용카드 연체총액은 2조516억원이다. 전년 동기 1조3398억원에서 7118억원(53%) 늘었다. 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 2조4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6063억원에서 5637억원(21.6%) 줄었다.

캐피탈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까지 겹쳤다. 지난해 3분기 말 캐피탈사의 PF대출 연체율은 4.4%로 2022년 말 2.2% 대비 2.2%포인트 늘었다. 대체로 후순위 채권자인 캐피탈사는 사업이 중단되면 원금과 이자를 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3분기 할부·리스사 등 51개 캐피탈사에서 발생한 대출 연체 잔액은 총 3조998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4.1% 늘었다. 상위 5개 캐피탈사(KB·우리금융·하나·신한·현대)의 평균 연체율은 지난 2022년 3분기 0.89%에서 지난해 3분기 1.57%로 0.68%포인트 올라섰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솔직히 은행권은 재정적으로 넉넉하기 때문에 자체 프로그램까지 마련할 수 있지만 제2 금융권은 상황이 다르다"며 "우린 이미 적자인데 지원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하고 있는 자체 기부나 서민지원책도 있지만 당국이 더 한다니 일단 뭐라도 대책을 내놔야하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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