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이예한 기자] 삼성전자가 18일 주식시장에서 3거래일만에 상승마감을 보였다. 이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칩이 내장된 스마트폰 '갤럭시S24'를 출시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7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위치한 SAP센터에서 '갤럭시 언팩 2024' 행사를 열고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 3종(일반·플러스·울트라)을 공개했다. 그간 주가 부진을 보였던 삼성전자에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될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연말 삼성전자는 뜨거운 상승랠리에 이어 이달 2일까지 종가 7만 9600원에 오르며 '8만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피운 바 있다. 올해로 들어선지 2주 남짓 된 지금, 8만전자보다 6만전자에 더 가까워진 상황이다.

최근 불어온 미국의 반도체주 훈풍도 크게 적용되지 못했다. 지난 16일(현지 시간)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인 바 있다. AI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3.06% 강세를 보이며 52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고 AMD도 인공지능 반도체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힘 입어 8.31%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에 기록한 '어닝쇼크'의 여파와 삼성오너가의 블록딜 소식에 투심이 약화된 상황에서 호재가 반영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1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회사 보통주 총 2천 982만 9천 183주를 시간 외 매매(블록딜)로 처리했다.

세 모녀가 이번에 매각한 주식은 총 2조 7000억 원 규모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들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 계열사 지분 처분을 목적으로 하나은행과 유가증권 처분 신탁 계약을 맺은 물량이다.

이밖에 삼성전자가 작년 반도체 공급사 매출 1위의 자리를 인텔에게 넘기게 됐다는 소식도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2022년 대비 11.1% 감소한 5330억달러(약 715조원)를 기록했다. 인텔은 2년 만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삼성전자의 부진한 주가 흐름과 연이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증권가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증권업계는 이번 상속세 4차분 납부로 삼성전자를 둘러싼 오버행 이슈가 거의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 또 삼성전자 실적도 지난해 4분기를 바닥으로 올해부터 본격 회복할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삼성전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년부터 상속세 연부연납이 지속됐는데 오너일가가 상속세를 낼 때 매번 주식을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보유 현금, 대출 등 다양한 방식을 쓴다"며 "이번 블록딜로 상속세 4차 납부가 완료될 것인만큼 사실상 오버행 이슈는 거의 해소됐고 주가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며 "하지만 이번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가 시장을 약세장으로 전환하는 재료가 되거나 혹은 반도체 주도력 약화의 서막이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반도체 수출 및 가격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속도 우려가 반영된 이후에는 재차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영업이익 예상 증가율은 지난해 말 362%에서 현재 418%까지 올라왔다"고 덧붙였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느리긴 해도 업황 바닥은 지나 개선 중이며, 상반기에 선진국 금리인하 사이클로 진입한다면 연말부터는 본격 회복세가 예상된다"며 "주가 7만원 부근에서는 다시 저가 매수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삼성전자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은 10곳(한국·NH·DS·IBK·BNK·하이·흥국·현대차·삼성·키움) 중 3곳이 목표주가를 올렸고 나머지는 기존 가격을 유지했다. 제시된 목표주가들 가운데 최고는 9만9000원, 최저는 8만6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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