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 유발한 사우디...원유가격 낮춘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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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락 유발한 사우디...원유가격 낮춘 배경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4.01.09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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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전문가 "미국과의 시장 점유율 경쟁 돌입 시사"
중국 수요 둔화 등 어두워진 경기 전망도 영향 미친 듯 
유가 하락은 인플레 둔화 기대감 높여...증시에는 긍정적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전일대비  4% 이상 급락했다. 사진=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전일대비 4% 이상 급락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8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전일대비  4% 이상 급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에너지기업 아람코가 수출용 원유 가격을 인하한 것이 유가 급락의 배경이 됐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의 이같은 행보를 미국과의 시장 점유율 경쟁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면서, 이에 따른 유가 하락이 증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우디 원유가격 인하...미국과 시장점유율 경쟁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지난 일요일 아시아를 포함한 모든 지역의 원유 가격을 인하할 것임을 밝혔다. 아람코는 아시아와 유럽 지역 원유 가격을 1월 대비 각각 2달러, 1.5달러 인하할 계획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자발적 감산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가격 인하에 나선 것은 미국과의 시장점유율 경쟁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12월 마지막주 주간 미국 원유 수출은 전주대비 하루 140만배럴 증가한 530만배럴에 달했다. 역사상 최고치는 2023년 2월 기록한 560만배럴로, 역대 최고치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를 언급하며 "중동 불안이 미국산 원유 수요를 키우고 있다"면서 "후티 예멘 반군 공격이 시작된 이후 미국 수출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원유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 미국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2023년 말 기준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20만배럴로 전년동기대비 120만배럴 증가한 반면 OPEC 생산량은 작년 감산 목표 이행으로 하루 2918만배럴에서 2805만배럴로 축소된 것. 

황 연구원은 "미국이 9월 이후 본격적으로 생산량을 늘리면서 OPEC 감산에 따른 원유 공급 부족을 상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사우디가 원유 가격을 인하하며 가격 전쟁을 촉발함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재차 늘려가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인 보르텍사의 수석 아시아 분석가인 세레나 황은 "세계 경제 전망이 약화되고 계절적 수요가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가 가격을 예상보다 큰 폭으로 낮춘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면서 "이는 사우디가 시장 점유율을 지켜내기 위한 핵심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어두워진 경기 전망 반영했다는 해석도 

일각에서는 경기 둔화 전망이 그만큼 짙어졌음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필 플린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전문가는 "이번 사우디의 가격 인하가 감산 국면에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도 있지만, 시장은 이를 경기 둔화의 분명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일시적으로 공급 부족 우려가 나타나기도 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유 공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데다 중국 수요 둔화 가능성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는 것. 

블룸버그통신 역시 "시장 참여자들은 원유의 주요 소비국인 중국을 포함한 수요 둔화를 예상하고 있다"며 "2024년 세계 성장이 둔화해 석유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가 하락 인플레 둔화 이끌 듯...증시에는 긍정적 

증권가에서는 사우디의 원유 가격 인하가 증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유가의 하락이 인플레이션 둔화를 이끌 수 있고, 이것은 과도하다고 인식됐던 시장의 기대감을 정상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유가의 하락은 인플레 둔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생각보다 인플레 둔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는 요소"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증시 특히 고밸류에이션 종목들이 시총 상위권에 다수 포진해있는 미 증시에 긍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황 연구원 역시 "주식시장 반등에는 유가 하락으로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를 상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에 반영된 인하 기대가 과도하다고 보는 게 중론이지만, 증산 경쟁 본격화를 가정한다면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추가 완화 고려 또한 가능, 과하게 반영된 인하 기대 중 일부가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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