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태영건설 자구안에 "오너 자구계획일 뿐"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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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 태영건설 자구안에 "오너 자구계획일 뿐" 일침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1.0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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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남는 돈 태영건설에 투입하겠다는 것"
"자구안 데드라인, 11일 아닌 이번 주말까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자구안을 '오너 일가의 자구계획', '남의 뼈를 깎는 방안'이라고 표현하며 작심 비판했다. 전날 발표된 자구안 네 가지 역시 채권단에게는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밝했다.

이 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태영건설의 자구계획을 보면 '견리망의(見利忘義·이익을 보면 대의를 잊는다)'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며 "태영건설은 시공·시행을 한꺼번에 맡아서 하면서 1조원 넘는 이익을 얻었고 이중 상당 부분이 총수 일가 재산증식에 기여했는데 부동산 다운턴(하락세)에서는 대주주가 아닌 협력업체·수분양자·채권단이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구계획은 채권단 입장에서는 태영건설 자구계획이 아니라 오너일가 자구계획"이라며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언급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채권단 입장에서는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태영건설은 채권단에게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TY홀딩스 1133억원+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416억원)과 계열사 에코비트·블루원 지분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 등 네 가지 자구안을 발표했다.

이날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은 당초 TY홀딩스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400억원만 태영건설에 쓰이고 나머지는 TY홀딩스 채무 상환에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4일 산은은 태영그룹 측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1549억원을 당초 약속대로 전액 태영건설에 지원하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 원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은 오너 일가의 급한 일에 소진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당초 약속한 1549억원 중 실제로 태영건설에 지원한 400억원도 회사가 받은 매각자금만 들어가 있고 대주주 일가의 자금은 파킹돼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채권단이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 매각에는 "대주주 일가가 급한 채무변제에 매각 자금을 먼저 쓰고 남는 돈을 태영건설에 투입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들었다"며 "그렇게 되면 실제로는 현금성 자산은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코비트 매각에 관해서는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기타 대주주가 있고 단기간 내 매각이 성사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자산 자체의 건전성과 별개로 현실성 있는 자금 조달 계획이 없다며 채권단의 의구심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오는 11일 예정된 제1 차 채권단 협의회가 아닌 이번 주말까지 채권단이 납득할 수 있는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다른 채권단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주말을 넘기면 설득 시간이 많이 남지 않는다"며 "11일 당일에 이런 방안을 내놓고 동의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며 11일이 지나더라도 이 이슈가 계속될 것이라고 누군가가 기대한다면 그건 아닐 거라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경고했다.

채권단 설득이 되지 않으면 결국 워크아웃이 무산될 가능성도 암시했다. 

그는 "당국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건설업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시장안정 조치 확대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선제적으로 과할 정도로 충분하게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은 워크아웃의 답을 최종적으로 제시하거나 채권단에 무리하게 동의하라고 말할 수 없다"며 "다만 채권단과 태영건설 간 불신이 있는 지점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오늘 간담회도 당국 입장을 가감 없이 말해서 꼬인 실타래를 푸는 데 일말이라도 도움을 주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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