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SBS 지분매각과 사재출연 소극적...이복현 금감원장 '작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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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 SBS 지분매각과 사재출연 소극적...이복현 금감원장 '작심 비판'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1.04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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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홀딩스, SBS 지분 36.92%...2164억원 규모
사재출연 416억원...채권단 요구 3000억원
금감원장 "회장 개인 자금과 회사 자금은 달라"
서울 여의도의 태영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의 태영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발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에게 채권단이 SBS(서울방송) 지분 매각과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을 요구하고 있다.

태영건설 측은 SBS 지분 매각은 방송법상 허가 사업자인만큼 법적인 제약이 많다는 입장이다. 사재출연 역시 고려 중이라고 전할 뿐 확답을 내놓지는 않는다.

금융당국은 오너 일가의 개인명의 자금은 놔두고 회삿돈만 쓰고 있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3일 태영건설은 채권단 설명회에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과 ▲에코비트 매각 추진으로 태영건설에 대금을 지원하는 안을 제시했다.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과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62.5%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채권단이 요구한 SBS 지분 매각은 빠졌다. 양윤석 TY홀딩스 미디어실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SBS 지분 매각이나 담보 제공 여부는 경우 법적 제약이 다수 존재하는 관계로 현실적으로 매각이 어렵다는 입장을 거듭 채권단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4일 기준 SBS의 시가총액은 5862억원으로 이중 태영건설의 지주사인 TY홀딩스가 총 36.92%(2164억원)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지분 가치는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허가제로 운영되는 방송국의 경영 안정상 주식을 함부로 매각하거나 담보로 맡길 수 없다고 설명한다.

방송통신위원회 출신 변호사는 "방송사는 최대주주가 바뀌면 정부에서 변경승인 신청을 받아야 한다"며 "본인들이 마음대로 사업을 열고 닫을 수도 없어서 3년, 5년, 7년 등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허가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때 경영상 안정과 재무능력이 심사·허가 조건으로 많이 부과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을 함부로 팔지 않도록 하는 게 경영상 안정 조건에 대부분 들어가고 주주가 자꾸 바뀌면 방통위로부터 경영 문제에 관한 지적을 들을 수도 있다"며 "담보의 경우도 재무능력에 변경이 생기는 것이니 역시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지분을 팔거나 담보로 맡기고 싶어도 일단 방송 재허가 심사요건에 들어가 있다보니 추후 경영 안정 조건을 왜 안 지켰는지 설명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라며 "지난번 재허가 때 저 조건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없었다면 단순히 지분을 내놓기 싫은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태영건설 측은 오너일가의 사재출연에 관해서는 준비 중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양 실장은 "사재출연을 안 한다는 등 항간에 여러 얘기가 나오는데 충분히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준비하고 있고 진행하고 있다"며 "11일 채권단 결정이 있기 전까지 시간이 있어서 그 사이에 주채권은행을 통해서 채권단 여러분에게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 설명되도록 보고되도록 말씀 드리겠다"고 답했다.

이날 발표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1549억원 중 TY홀딩스 몫인 1133억원을 제외하면 오너의 사재 출연 규모는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의 416억원에 그친다.

당초 채권단에서는 오너 일가가 3000억원 이상의 사재를 내놓는 자구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과거 워크아웃을 겪은 다른 기업들이 내놓은 사재출연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2012년 금호산업 워크아웃 당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는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각해 2200억원을 출연했다. 2000년 현대건설 워크아웃 시 현대그룹 오너 일가는 37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주말까지 채권단이 납득할 수 있을 수준의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시한이 11일인데 당일에 이러저러한 방안을 내놓고 채권단에 동의해달라 할 수는 없다"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다른 채권단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주말을 넘게 되면 설득 시간이 많이 남지 않는다. 11일이 지나더라도 이 이슈가 계속될 것이라고 누군가가 기대한다면 그건 아닐 거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경고했다.

이어 "매각자금도 회장 개인 보유 자금과 회사 보유 자금 등 성격이 다른데 회사자금만 쓰고 대주주 일가 개인 명의 자금은 따로 파킹된 건 아닌가 하는 것이 채권단의 의심"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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