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강태윤 통신원] 베트남 언론 VN Express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2023년 베트남 10대 뉴스' 중 하나로, 지난 2월 베트남 전쟁당시 한국군의 대표적인 학살사건이 발생했던 베트남 중부의 하미마을에 한-베 평화재단이 방문해 사죄한 것을 선정하였다.
하미 마을은 한국인이 많이 찾는 베트남 중부 관광도시 다낭과 호이안에서 차로 30여분 걸리는 꽝남(Quang Nam)성 디엔 반(Dien Van)시에 위치해 있다.
한국군은 1968년 2월 24일 이 마을에 진입해 135명을 학살했다.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의 대표적인 학살 사건 중 하나인 이 사건은, 2000년 월남참전전우복지회 지원으로 위령비를 건립했다가 한국정부가 사건의 참상을 전하는 비문 내용을 문제 삼으며 그 위를 연꽃 그림으로 덮도록 해 논란이 되면서 더욱 알려졌다. 사실상 비문 검열 행위로 2차 가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미 사건은 한국의 수많은 예술인과 학자들에 의해 시, 소설, 르포, 영화, 논문의 소재가 됐으며, 매년 한국의 개인 또는 단체여행객들이 이 곳을 찾아 부끄러움과 사죄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당시 방문단의 일원이었던 김예진(24)씨는 일본 유학 시절 한국군이 베트남인을 학살한 이야기 등 다른 나라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나 고통스럽고 답답했다. 한-베 평화재단에서 베트남 학살 피해자들과 그 가족, 증인들을 방문하기 위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신청하게 됐다." 고 말했다.
빌리 브란트(Willy Brandt) 전 서독총리가 폴란드를 방문해 2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폴란드 유대인을 기리는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진심으로 사죄했던 모습은, 결국 이념으로 나눠져 있던 유럽이 평화와 통합을 향해 나아가고, 분단 되어 있던 동서독이 통일되는 시금석이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빌리 브란트는 “나 자신이 저지른 범죄는 아니었지만, 위령비 앞에 서는 순간 우리 독일인들에 의해 죄 없이 생명을 잃은 수많은 영혼들의 무게에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고 술회했었다.
아픈 과거사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고 반성하는 모습은 다음 세대가 평화를 기반으로 화합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전쟁의 비극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작게 나마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다. 전쟁의 책임이 있는 국가의 지도자이던 민간이던 진심 어린 사죄와 반성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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